나오키 상 수상, ‘여성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숨겨진 역작, 국내 최초 번역 출간!
일본 독자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여성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화제작 『울게 될 거야』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후미오는 여성의 심리를 예리하게 짚어 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살던 주인공이 뜻밖의 사건을 겪고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도발적인 문체로 되짚어 보게 한다.
아름다움이라는 권력, 그 그늘진 내면을 비추다
『울게 될 거야』의 주인공은 스물 셋에 접어든 미모의 내래이터 모델이다. 자기가 가진 무기는 ‘예쁜 것’뿐이라고 여기는 주인공 쓰바키, 그녀는 예뻐지기 위해 고통스러운 성형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굳건한 믿음은 언제나 도도함을 잃지 않는 할머니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 온 쓰바키는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주던 할머니의 노망과 경제적 풍요를 앗아 간 아버지의 도산으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속에서 하나 둘 드러나는 진실은 그녀가 믿고 있던 것들의 충격적인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법한 순수한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그 이면의 이기적인 속마음을 담담한 문체로 여과 없이 묘사해 낸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쓰바키의 사랑과 현실은 바로 요즘 여자들의 내밀한 고백이자 진실이다.
독자를 중독시키는 역설의 미학
여자의 이기적 본성까지 사랑하는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
야마모토 후미오는 그동안 20, 30대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해 낸 작품들을 출간해 왔다. 『연애중독』,『플라나리아』,『내 나이 서른 하나』를 비롯한 다수의 전작이 이를 증명한다. 작가는 대부분의 연애소설과는 달리 연애를 아름답고 순수하게 포장하지도, 슬픔과 안타까움의 눈물로 심금을 울리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보다 더 적나라하고 보다 더 도발적으로 주인공의 속내를 온전히 드러낸다. 또한 그런 주인공에게 일말의 비난도, 동정심도 내비치지 않는다. 마치 타인을 관찰하듯 무덤덤히, 그러나 날카롭게 독자 앞에 제시할 뿐이다. 꼭 필요한 말만 솔직하게 적어 내는 문체는 너무 리얼해서 베일 정도다. 그러면서도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은 무겁다거나 냉정하지 않다. 오히려 때로는 가볍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라인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야마모토 후미오만의 독이 온 몸에 퍼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속으로
어렸을 적부터 귀엽다 귀엽다 칭찬받으며 자라, 예쁘다는 말에 수줍어할 줄 모르고 자신에게는 분명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으리라 믿어 온 미인들.
지금은 어떤 애든 젊고 다 똑같이 예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19~20페이지
“쓰바키, 알아? 거울이라는 건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도구야.”
“그런 건 나도 알아.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그래? 이상해, 군제.”
“너 말이야, 사진발이 안 좋다고 잘 그러지”
“……그랬던가?”
“그랬잖아. 어떤 사진을 봐도 잘 안 찍혔다고 불평하잖아. 사진이나 거울이나 똑같아. 남들 눈에 보이는 대로 비친다고.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너 뿐이야.” -168~169페이지
“쓰바키 씨는 남자를 오해하고 있어요.”
“……그런가요?”
“남자란 전부 밥상만 차려 놓으면 달려든다고 생각하죠?”
그 말에 나는 숨이 멎었다. 그럼 아니라는 건가. 군제도 그렇고 내가 아는 남자들은 다들 그랬다. 남자란 그런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그게 나쁘다는 생각도 안 한다. -208~209페이지
나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할머니와 같은 길을 가고 싶었다. 그 꿈은 어느샌가 벌써 이루어졌던 것이다. 꿈이 이루어지면 이제 그 뒤의 인생은 필요가 없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 젊고 예쁘다. 꽃이 시들어 말라붙기 전에 스스로의 목을 떨어트리자.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것을 바라고 할머니는 내게 동백꽃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276페이지
줄거리
파견회사의 내레이터 모델로 매번 여직원들과의 불화로 일자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쓰바키. 쓰바키라는 이름은 ‘동백꽃’이라는 뜻으로 할머니가 지어 준 것이다. 쓰바키는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먼 어머니와 달리 할아버지의 첩으로 살지라도 자기처럼 세련되고 도도한 할머니를 더욱 따르고 사랑한다. 여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쓰바키의 주변에는 남자가 많고 군제라는 오랜 친구 겸 섹스파트너가 있다. 쓰바키는 사귀던 유부남과 헤어진 후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 나카하라에게 관심을 보이고, 비로소 사랑과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벽한 사람을 만난 듯 설레며 결혼을 꿈꾼다. 하지만 아버지마저 회사의 도산과 함께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진실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울게 될 거야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