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N. K. 제미신 단편집

원제 How Long ’til Black Future Month?

N. K. 제미신 | 옮김 이나경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20년 7월 16일 | ISBN 979-11-58887-06-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572쪽 | 가격 15,800원

분야 SF, 판타지

책소개

SF 판타지의 새로운 지평, N. K. 제미신의 첫 단편집
스팀펑크, 어반 판타지 등을 망라한 22편의 작품 수록

로커스 상·알렉스 상 수상
세계환상문학상·영국환상문학상 후보작

「부서진 대지」 3부작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전례 없는 새로운 역사를 쓴 N. K. 제미신의 첫 단편집.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는 제목은 저자가 흑인 여성으로서 SF와 판타지를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주제로 쓴 동명의 에세이에서 따온 제목으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쓰인 2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로커스 상 최우수 작품집상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알렉스 상을 수상했다. 장편 시리즈를 구상하는 데 바탕이 된 작품(「위대한 도시의 탄생」, 「스톤 헝거」, 「수면 마법사」) 및 SF 거장 어슐러 르 귄과 로버트 하인라인의 걸작에 대한 재해석, 휴고 상·네뷸러 상 최우수 단편상 후보에 올랐던 「비제로 확률」 등 제미신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단편들이 담겼다. 비행선이 보편화된 19세기 미국 배경의 스팀펑크물, 23세기 외계 생명체와의 무역 협상 등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시공간과 소재를 다루었지만, 다양한 색깔의 인물들 그리고 낡은 질서와 틀에 대한 저항 의식이 작품집 전체를 관통하며 “작가로서, 그리고 운동가로서 성장한 과정을 기록한 연대기”라는 작가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당시 편집자와 출판사와 에이전트 들은 막연하게 “모든 시각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진실을 보려면 잡지의 목차나 출판사 웹사이트를 열어, 저자 목록에 여성의 이름이나 ‘이국적’인 이름이 얼마나 드문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백인이 아닌 것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얼마나 되는지—혹은 안 되는지—나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가 쓰는 소설에서 나 자신을 제외시킬 수는 없어서, 나는 여전히 작품에 흑인 캐릭터를 넣었다. (중략)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는 내가 2013년에 쓴 에세이에서 따온 제목이다. (중략) 그 글은 아프리카 미래주의자의 한 아이콘인 아티스트 저넬 모네이에 대한 뻔뻔한 찬양이기도 하지만, 내가 흑인 여성으로서 SF와 판타지를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한 사색이기도 하다. SF와 판타지 그리고 그 업계에서 뿜어 내는 인종차별과 내가 스스로 내면화한 인종차별에 맞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지. 내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가 보고 싶은 미래를 자아내기 시작하자 얼마나 흐뭇한지.―책머리 중에서

하지만 그 어린 시절에도 취미 생활의 대부분에 나 같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이때는 첫 흑인 여성 우주 비행사 메이 제미슨이 등장하기도 전이었고, 판타지 세계에서 비백인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오크였다. 백인이 아닌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으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예가 몇 가지 있긴 하다.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연대기」와 아서 클라크의 소설 『유년기의 끝』. 그 정도가 다다. (중략)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미국에서는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인 2월이다. 모두들 1년 중 가장 짧은 달에 흑인의 역사를 축하한다고 농담을 하곤 하지만, 흑인의 ‘미래’를 검토하고 축하하며 혹은 상상하는 데 바칠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에세이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2013) 중에서

“그러니 보시라. 저기 미래가 있다. 모두 함께 출발하자.”
완벽한 이상 사회부터 인간만이 증발하는 종말까지! 다채로운 사고실험의 향연

첫 번째 수록작인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은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배경과 비슷하게 행복과 번영이 가득하며, 기술적으로는 훨씬 발전된 도시 ‘움-헬라트’를 무대로 펼쳐진다. 그렇다면 다양성이 존중받고 구성원이 서로를 보살피는 이곳 역시, 오멜라스처럼 지하실의 아이를 희생양 삼아 지탱되고 있을까? 제미신은 도전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결말에서 보여 준다. 인류의 육체를 지배하는 신체 강탈자를 다룬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 「꼭두각시의 비밀」을 모티브로 삼은 「깨어서 걷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 재앙으로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가거나 우주로 도피하는 두 가지 선택지 하에서 인류가 분화된 미래를 그린 「용 구름이 뜬 하늘」, 사이버 공간 속의 생명들이 인간 사회로 진출하는 「트로이 소녀」와 「졸업생 대표」 연작, 우주 탐사 중 식민 행성에 무슬림 여성 연구자들만이 살아남는 「천국의 신부들」, 외계 생물에 대한 지적 탐구에서 무역 협상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평가자들」, 종교적 도그마에 지배당하는 통제 사회를 배경으로 한 엽편 「엘리베이터 댄서」도 제각기 독특한 상황에 놓인 이색적인 인물들을 인상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종말이라는 테마를 지극히 일상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풀어 나간 작품들도 있다. 「렉스 강가에서」서는 인류가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 후에 믿어 줄 신자들이 없어 정처 없이 거리를 누비거나 스타벅스에 들르러 줄을 서는 신과 정령 등의 추상적 존재들이 등장하며,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은 채팅이나 이메일 등 온라인상에 남은 기록을 제외한 모든 것이 매일 리셋되는 현실에 놓인 채 타인과의 연결을 갈구하는 개개인을 다룬다. 휴고 상·네뷸러 상 후보작 「비제로 확률」은 지하철 사고 같은 재앙이 빈번히 일어나고 중병이 쉽사리 치유되는,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확률이 역전되어 버린 뉴욕에서 적응해 나가는 소시민의 일상을 그렸다.

“하지만 잠깐만. 뒤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 흑인 캐릭터라고 했다.”

머리말에서 제미신은 과거에 작가든 작품 내에서든 업계에서 여성과 유색인이 소외당하던 현실을 고하며, 스스로를 제외시킬 수 없었기에 이야기에 꾸준히 흑인 캐릭터를 넣었다고 밝힌다. 수록된 모든 작품에서 그러한 노력이 엿보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민권운동이 확산되던 1960년대 앨라배마 주를 무대로 사악한 요정에게서 딸을 지키려는 여성의 분투를 다룬 「붉은 흙의 마녀」, 혁명을 통해 노예 제도에서 벗어난 최초의 흑인 공화국인 아이티의 첩자 여성과 미국 혼혈 여성 사이의 로맨스가 그려지는 「폐수 엔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친 뉴올리언스에서 ‘괴물’이라는 형태로 실체화된 혐오에 대항해 분투하는 인물들을 다룬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인종차별의 현실이 나날이 민낯을 드러내는 지금, 더욱 호소력을 띤 채 강렬한 잔상을 남길 것이다.

■서평
불새에서 합체 경찰까지, 트러플에서 허리케인까지, 유토피아에서 (아마) 시민운동 행렬까지. 이 단편집은 너무나 많은 게 들어 있어서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눈을 뗄 수 없고 도발적이며 뛰어나다는 얘기 말고는.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집!—코니 윌리스
서문의 한 줄이 내가 사랑한 제미신의 모든 소설과 그녀가 작업 중인 작품에 대한 매니페스토처럼 가슴에 박힌다. “이제 나는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더 열렬히 분노하고, 더 즐겁게 글을 쓴다.”―아말 엘-모타르
이미 제미신의 작품 세계는 탁월하고 놀라운 반경에 걸쳐 있다. SF와 판타지는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장르였고, 제미신은 그야말로 거장이다. 어슐러 르 귄이 그랬듯이, 제미신은 우리의 세상을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 보여 주는 선지자다.—켈리 링크
이 이야기들은 환상적이다. 한결같이 잔혹하지만 찬란한 상상으로 빚어진 세상들에서, 용기 있는 행위는 항상 주변부에서 일어난다.—니키 드레이든
동세대 SF 판타지 저자 중 가장 찬사받은 작가. 제미신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 보인다.―《뉴욕 타임스》
제미신의 경이적인 성공은 판타지란 장르 그 자체의 전통적 질서를 찢어 내는 지진과도 같다.―《벌처》
작금의 SF 판타지 업계에서 비평적으로 가장 호평받은 작가.—《GQ》
뛰어난 안목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생각을 자극하고 아름답게 쓰여서 전성기인 거장의 역량을 뽐내는 단편들.—펜 아메리카
훌륭하고 광범위하다.―《LA 타임스》
N. K. 제미신은 사변소설의 거목이다. 그러니 이 새 단편집을 읽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버슬》
제미신의 책을 읽어라. 아마 당신이 다음에 무슨 책을 읽든, 그보다 좋을 테니.―《릿허브》
황홀한 상상력과 대담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제미신은 이제 사변소설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작가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강렬하고 시야를 넓혀 준다. 제미신은 형식과 테마로 경계를 밀어내며 독자들의 기대에 도전한다.―《퍼블리셔스 위클리》
뛰어난 필력과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쓰인 각각의 이야기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다. 제미신의 작품이든 사변소설을 즐기는 독자, 혹은 그저 단편소설을 반기는 사람이라면 이 단편집을 절대 놓치지 말라.―《북페이지》
외계 생물, 권모술수, 자기 희생, 뉴올리언스의 괴물 등 어떤 소재를 다루더라도 제미신의 캐릭터는 대담하고 복잡하며 너무나 감정이입이 된다. 오랜 팬과 제미신에 호기심을 가진 초심자 모두에게 훌륭한 선물이다.—《북 라이어트》
간단한 시놉시스만으로 이 이야기들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게 어찌나 부적절한지!—《사이파이》
최상의 SF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새롭고 열띤 시각으로 ‘진짜’ 세상을 돌아보게 고무한다.—《셸프 어웨어니스》
이미 제미신의 작품에 빠진 팬들과 SF 판타지 독자들 모두, 다양성과 재미가 넘치는 사변소설들이 수록된 이 단편집을 살펴봐야 한다.—《북리스트》
현재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 미래가 만들어지며, 어쩌면 우리의 과거가 곧 미래임을 보여 주는 훌륭한 예. 이 단편집은 또한 제미신이 무엇이든 쓸 수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 준다. 때로 약동하는 문장은 마치 제미신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라도 하듯 다른 템포로 책을 읽어 나가게 하는 힘이다. 천천히 움직이는 긴장과 서스펜스는 소름을 돋게 하다가도 바로 다음 문장을 읽도록 이끈다. 풍성한 묘사는 영화적 풍경을 만들어 낸다.―《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진정으로 제미신의 재능이 얼마나 폭넓은지 볼 수 있다.—《반스앤드노블 SF 판타지 블로그》

■줄거리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다양성이 존중받고 구성원이 서로를 보살피는 이상적인 도시 움-헬라트. 행복과 번영이 가득한 이곳에서조차, 불평등이 가득한 평행 세계의 정보를 입수해 전파하며 균열을 일으키는 자들이 존재한다. 움-헬라트의 축제일인 ‘선한 새들의 날’, 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된다.

위대한 도시의 탄생
대도시들은 다른 여느 생물체처럼 태어나 성숙하고 노쇠하다가 때가 되면 죽는다. 그리고 대도시들이 탄생을 맞는 시기, 이 순간을 잠자코 기다리며 그 달콤한 새 생명을 뒤쫓아 삼키려 드는 ‘적’이 존재한다. 탄생이 임박한 뉴욕, 도시의 숨소리를 들은 한 소년이 ‘산파’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거리를 누빈다.

붉은 흙의 마녀
민권운동이 거세게 확산되던 1960년대 앨라배마 주. 뛰어난 주술 솜씨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던 에멀린은 불온한 예지몽을 꾼다. 계절이 바뀐 후, 사악한 요정 일족인 ‘하얀 숙녀’가 에멀린의 집을 방문한다.

연금술사
한때 의회의 주방을 도맡았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작은 시골 마을 여관에서 일하는 셰프 프란카의 앞에 기묘한 손님이 찾아온다. 프란카의 솜씨를 눈여겨본 남자는 도전을 제안하고 싶다며 독특한 레시피를 건네는데.

폐수 엔진
혁명을 일으켜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아이티 공화국의 첩자 제설린은 모종의 임무를 띠고 미국 뉴올리언스로 잠입한다. 그녀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크리올인 공학자 노베르 릴리유를 찾아가 폐수를 활용한 연료 추출법을 개발해 달라고 의뢰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이때, 노베르 못지않은 과학 지식이 있던 여동생 유지니가 개입한다.

용 구름이 뜬 하늘
환경 재앙으로 인한 대탈출의 시기, 문명을 포기하기 힘들었던 대부분의 인류는 화성 너머로 거주지를 옮기고, 이주를 포기한 소수는 하늘이 붉게 변한 지구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기를 택한다. 아버지와 단출하게 살아가던 나하우투는 연구차 지구로 온 ‘하늘 사람’과 만난다.

트로이 소녀
사이버 공간 아모프에는 늑대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냥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정체불명의 이질적인 소녀가 등장하여 아모프 주민들의 이목을 끈다. 늑대 무리의 대장 미로는 도망치는 소녀를 쫓아서 ‘신’의 세상인 스태틱으로 넘어간다.

졸업생 대표
미지의 적에게서 패배한 후, 인류는 파이어월 안쪽에 고립된 채 수 세기를 살아왔다. 매년 고등학교 졸업반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는 10퍼센트의 학생들이 공물로 파이어월 너머에 보내진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단 한 명,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는 졸업생 대표도 함께.

이야기꾼의 대리인
파라멘터 왕은 수컷 용의 심장이 정력을 강화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정찰대를 보내 용을 찾게 한다. 오랜 탐색 끝에 마침내 찾아낸 용은 공교롭게도 암컷이었지만, 파라멘터는 효험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용의 심장을 도려내 먹는다. 그 후 왕가에는 열두 명의 공주가 태어나는데.

천국의 신부들
냉동 수면 기계의 오작동과 개척 행성의 질병 때문에 여성 대원들만 살아남아 정착한 일리인 행성. 콜로니를 관리하는 아이얀은 아들을 잃고 절망하여 방황하던 우주생물학자 디히야의 일탈이 이어지자 그녀를 심문한다.

평가자들
외계 종족 만카와 첫 접촉을 한 이후, 인류는 이들과 무역 관계를 맺기 위해 더 상세한 연구에 나선다. 과연 만카 종족의 ‘평가자’란 어떤 존재일까?

깨어서 걷기
세이디의 일은 인간의 육체를 숙주로 삼아 살아가는 마스터들에게 시설에서 보호해 온 젊은 아이들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엔리라는 이름의 소년을 마스터에게 바친 날 이후, 세이디는 그 아이가 등장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댄서
작업 교대, 교대 작업, 하루 시작 하루 끝. 홀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춤을 추는 여성을 매일같이 지켜보던 경비원은 어느 날 충동에 휩싸인다.

퀴진 드 메므아
해럴드는 친구 이베트에게 이끌려 메종 라보라는 레스토랑을 방문한다. 유명한 사건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누군가의 추억에 있는 어떤 메뉴도 만들어 주실 수 있다는 직원의 설명에 해럴드는 의구심을 품으며 과거에 전처와 나누었던 식사를 주문한다.

스톤 헝거
언젠가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곳에 사는 소녀가 있었다. 그러다 세상이 부서졌다. 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녀는 한 남자를 찾아 헤매던 중 어느 도시에 당도한다.

렉스 강가에서
인류가 완전히 증발한 세계. 남아 있는 신과 정령 같은 존재들이 믿음을 갖고 숭배해 줄 이들을 잃고 서서히 쇠약해져 사라져 가는 가운데, 홀로 건재한 ‘죽음’은 썰렁해진 거리를 누비던 어느 날,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낯선 감정에 휩싸인다.

수면 마법사
‘꿈의 여신’을 섬기며 필요한 이에게는 평화로운 죽음을 선사하는 사제인 셋은 죽은 촌장의 두 아내를 둘러싼 문제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수면 마법을 사용한 기이한 습격으로 고통받고 있는 작은 광산촌으로 향한다.

헤노시스
영예로운 문학상인 오퍼스 상 후보에 오른 작가 하킴은 시상식 날에 기사로 분장한 한 여성 팬에게 납치당한다. 그녀에게는 납치를 감행해야 하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
‘프롤리프’ 현상이 벌어진 이후, 살아남은 개개인은 온라인 포럼, 채팅,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며 현재의 상황을 논하고 과거를 추억한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기록들을 제외한 물질세계는 하루 단위로 리셋되고 마는데.

유 트레인
지하철을 기다릴 때 터널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가? 중단된 뉴욕의 열차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어쩌면 애초에 그 열차들은 사라진 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제로 확률
매일 아침, 아델은 조상들이 모시던 신들에게 기도를 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액세서리를 다 는 등 일종의 전투 의식을 치르고 출근길에 오른다. 불운한 사고로 가득한 도시,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칠 무렵의 뉴올리언스. 마약상인 투키는 피난을 가는 대신 집에 머무르다가 우연히 날개 달린 도마뱀과 친구가 된다. 폭우로 범람한 도시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괴물이 나타난다.

목차

책머리에 7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15
위대한 도시의 탄생 33
붉은 흙의 마녀 61
연금술사 95
폐수 엔진 119
용 구름이 뜬 하늘 167
트로이 소녀 187
졸업생 대표 221
이야기꾼의 대리인 249
천국의 신부들 267
평가자들 287
깨어서 걷기 313
엘리베이터 댄서 341
퀴진 드 메므아 349
스톤 헝거 371
렉스 강가에서 405
수면 마법사 427
헤노시스 475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 487
유 트레인 505
비제로 확률 517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535

감사의 글 568

작가 소개

N. K. 제미신

1972년 9월 19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나 뉴욕과 앨러배마에서 성장했다. 툴레인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SF와 환상문학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및 팬덤 행사 현장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 및 여러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낮에는 상담 심리사로 일하고 틈틈이 글쓰기 워크숍과 비평 모임에서 활동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던 중, 웹진 《클라크스월드 매거진》에 실은 단편 「비제로 확률」로 휴고 상·네뷸러 상 최우수 단편상 후보에 올랐다. 장편 데뷔작인 『십만 왕국』(2010)으로 로커스 상, 《로맨틱 타임스》 리뷰어스 초이스 상, SOG상을 수상했다.

2016년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패트리언의 후원 프로젝트는 그때까지 일과 창작을 병행하던 제미신이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다섯 번째 계절』(2015)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음 해 『오벨리스크의 문』(2016)이 같은 상을 수상하는 데 이어, 이듬해 네뷸러 상과 로커스 상을 받은 마지막 작품 『석조 하늘』(2017)까지 수상에 성공하는데, 한 시리즈의 3년 연속 장편상 수상은 휴고 상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다섯 번째 계절』은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최고 도서 100선에 포함되었고, 『석조 하늘』과 함께 《타임》이 고른 역사상 최고의 판타지 소설 100선에 올랐다. 대담함 내러티브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사변소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제미신은 외교지 《포린 폴리시》가 매년 발표하는 100인의 사상가와, 일명 ‘천재 상’으로 불리며 뛰어난 성과를 보인 각계각층의 이십여 명에게 주어지는 맥아서 펠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제미신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으며, 다른 작품으로는 「유산」, 「드림블러드」, 「위대한 도시들」 시리즈와 단편집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등이 있다.

이나경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메리, 마리아, 마틸다』, 『어쌔신 크리드: 르네상스』,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 『불타 버린 세계』, 『세상의 모든 딸들』(전2권), 『애프터 유』, 『로그 메일』, 『세이디』, 『프랑켄슈타인』 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