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미래 예언서『시녀 이야기』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수개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애트우드를 일약 화제 작가로 급부상시켰다. 발표 당시 이 소설은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본다는 설정 때문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으며, 출간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 와서는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 중반, 전지구적인 전쟁과 환경 오염, 각종 성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다. 이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데,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하여,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한다. 이에 평화롭게 살던 여인 오프브레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어, 삼엄한 감시 속에 그의 아이를 수태하도록 강요받는다.
늪 속으로, 소택지 속으로 침전하듯 내 몸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발 디딜 만한 곳이 어딘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내 영토는 방심할 수 없는 땅이다. 나는 귀를 대고 미래의 풍문을 들어야 하는 대지가 된다. 찌르는 듯한 아픔 하나하나, 미미한 고통의 중얼거림, 허물벗은 살갗의 잔물결, 조직의 부종과 축소, 육신의 흘리는 침, 이 모든 것이 계시이고, 내가 알아야만 하는 지표들이다. 매달 나는 겁에 질려 핏자국을 찾아헤맨다. 피가 비치면 실패라는 뜻이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배반하고 말았고 또한 나 자신의 좌절이기도 하다.
전에는 육신이 쾌락을 위한 일종의 도구이며, 운송 수단이자, 내 의지를 성취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이용해서 달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버튼을 조작해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계가 있긴 했어도 내 몸은 여전히 유연하고 단일하고 견고했으며 나와 하나였다.
이제 육신은 스스로를 다른 형태로 재배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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