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가지 직접적인 실례를 통하여 주민이 주인이 되어 그림책을 그리듯 차근차근 이루어 내는 마을 만들기의 노하우를 전해 줄 뿐 아니라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창조력과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통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가 왔다. 먹고 입는 소비재에서뿐 아니라 주거 생활에서도 환경의 질적 향상을 바라는 욕구가 나날이 커져간다. 그러면 좋은 마을이란 어떤 것일까? 내 집에서부터 우리 동네, 자치 지역에 이르기까지 생활 환경을 개선시킨 사례들을 소개한 책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가 황금가지에서 나왔다. 생활환경계획학자이자 <마을 만들기>의 전문가인 엔도 야스히로는 이 책에서 좋은 마을이란 <인간적인 환경을 지닌 마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이 관여했던 <마을 만들기> 사례들을 착상에서 실현까지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인간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저자는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따라서 마을 만들기 착상들은 그림책의 이미지에서부터 발전되어 펼쳐진다. 저자는 또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재탄생시키는 것과 자연을 가까이 끌어들이는 것을 인간적인 환경을 이루는 요건으로 본다. 마음붙일 수 있는 집, 오래도록 머물러 살고 싶은 동네가 생활 환경 개선의 이상이다. 저자는 이것을 두고 <마을 만들기>라고 부른다. 이 책이 열거하는 실례들은 다채롭다. 아파트 같은 집합 주택에서 별을 볼 수 있는 천창을 내고, 자연 친화적인 반딧불이 공원을 만든다. 또 평범한 공원 대신 타잔 오두막이나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 한 모험 놀이터를 만든다든가, 하천을 친수 공원으로 가꾼다든가, 또는 지하수를 퍼올려 도로 가장자리로 흐르게 한 <여울길>이나 고리 모양으로 이어지는 숲길, 맨땅을 밟을 수 있는 흙길 등 인간적인 환경을 제안하기도 한다. 쇠퇴해 가는 광산촌에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농가상(農家像)을 세우는 작업도 실시되고, 도시에 나무 60만 그루의 숲을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낸다는 원대한 계획도 태어난다. 이 책의 사례들은 대도시에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에 걸쳐 지역마다 다른 상황과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있던 것을 싹 헐어버리고 전부 새로 지어내는 재개발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상에서 출발하는 사람 위주의, 현실적인 재개발을 보여준다.아이디어 자체가 우리에겐 놀랍고 신기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자치제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현실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 책은 마을 만들기의 아이디어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방식, 합의에 이르는 요령,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시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힌트를 준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지역에 모여 사는 상황에서 주거 생활 환경을 가꾸기 위해 개인별로 따로따로 애를 써서는 것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또 관청 책상 위에서 작성된 계획서가 낙하산 식으로 내려와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저자는 일본 각지의 생활 환경 개선 작업에 전문가 입장에서 힘을 보태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실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자각과 참여가 필수적임을 지적한다. 그와 함께 주민들이 뜻을 모으게끔 이끄는 데 전문가의 역할과 자치 단체의 실질적인 지원, 또는 한두 주민의 비전이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아직도 개발 시대의 삭막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역 생활 환경을 인간적으로 새로이하는 일에 요긴한 도움을 줄 필독서이다.
1. <플럼 아저씨>가 있는 지역 만들기 2. 나비가 춤추는 지역 만들기 3. 수도꼭지 건너편에 마을 만들기가 보인다 4. 물과 노는 것이 재미있다 5. 단지에 새로운 고향을 만든다 6. <포근함>과 <단란함>이 있는 거주지 만들기 7. 역사의 따뜻함을 마을 만들기에 살린다 8. 공동 재건축을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9. 손수 그림책을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