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제2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 145회 나오키상 후보작제3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작
압도적인 힘과 장대한 스케일로 일본 서점계를 뒤흔든 화제작에도가와 란포상에 빛나는『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돌아왔다!
2012년 일본 서점가를 강타한 화제의 베스트셀러 『제노사이드』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일본 추리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13계단』의 다카노 가즈아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최신작이다. ‘인류보다 진화한 새로운 생물’의 출현에서 비롯한 인류 종말의 위협과 이를 둘러싼 음모를 추리 스릴러와 SF 기법을 통해 풀어나간 작품으로서, 한국 유학생의 활약과 한국의 ‘정’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 등 한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특히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그릇된 사고를 비판적 시각으로 그려내어 일본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200여 독자 서평 중 거의 대부분이 ‘재미있으나 작품에 담긴 반일 사고가 불편하다’, ‘관동대지진이나 난징대학살에 대한 언급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등 저자의 역사관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유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과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던 저자는 출간 당시 가도가와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대학살)를 작품에서 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고 밝혔다.
『제노사이드』는 일본 내에서 역사 논쟁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본 최대 도서상인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 등 주요 상 등을 휩쓸며 현재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겐토는 할아버지가 말하는 ‘조센징’을 ‘조선반도의 사람들’이라 바꿔 말했다. 노인의 입에서 ‘조센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특정 민족을 의미하는 단어에 어쩐지 경멸적인 뉘앙스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때묻은 차별 감정을 느낀 겐토는 그들과 동류가 되고 싶지 않았다._본문 중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 겐토는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알고 오싹했다. 관동대지진 직후 ‘조센징은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 따위의 유언비어가 나돌자 정부와 관료, 신문사까지 이 근거 없는 소문을 흘리게 되었고 일본인이 수천 명의 조선반도 출신 사람들을 말살하도록 부추겼다. (중략)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마물이 스며들어 있는 것일까? 살해당한 사람들의 공포와 아픔은 어떤 것일까? 일본인의 무서움을 일본인은 알지 못한다._본문 중
콩고·일본·미국을 넘나들며 인류사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 블록버스터
이야기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려고 고군분투하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피그미족 암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용병 조너선 예거의 시점에서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동시에 인류 역사에 반복되며 벌어지는 제노사이드의 양상을 작품 속에 긴밀하게 녹여 내며 ‘과연 인간은 서로 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예거가 활약하는 무대인 콩고는 오랜 세월 민족 간의 분쟁과 군벌의 횡포에 시달려 온 국가로, 10여 년에 걸쳐 일어나고 사망자 수만 4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콩고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로 불린다. 이곳을 배경으로 예거 일행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한편 르완다 내전, 강대국의 식민 지배, 자원 분쟁, 무장 집단의 횡포 등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역사와 참혹한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또한 미국의 정책과 군사 행위, 정권의 실상 등이 세세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번즈 대통령이라는 캐릭터가 이끄는 정권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라크 전쟁의 전후 배경과 민간 군사 기업의 비리 등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위선적인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저자는 부시 정권의 행보를 다룬 도서들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시사에서는 “치밀한 조사와 디테일 넘치는 묘사, 박진감 넘치는 내용 전개가 일품. 거기에 최근 일본 미스터리에서 볼 수 없는 스케일과 소재가 읽는 사람을 압도한다.”, “‘다카노 가즈아키’만의 꼼꼼함에 큰 스케일까지 더해져 놀라움을 만들어 냈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무엇이 진정한 인류 진화인가?’라는 거대한 테마와 미국, 일본, 콩고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활극이 정확히 톱니처럼 맞물려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이 작품은 걸작이란 칭호마저 부족한 작품이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적이 인종적으로 다르며, 언어도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다르게 되면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며 그만큼 죽이기 쉬워진다. 평소에도 다른 민족과 심리적인 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즉 스스로가 소속된 민족 집단의 우월성을 믿으며 다른 민족을 열등하다고 느끼는 인간이 전쟁에서 손쉽게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사람을 한둘쯤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싸우는 상대가 윤리적으로도 열등한, 짐승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라고 철저하게 가르쳐 두면 정의를 위한 살육이 시작된다._본문 중
25년에 걸친 오랜 구상,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탄생한 지적 소설
『13계단』에서 치밀하고 방대한 조사를 통해 사형 제도 및 현대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을 고발한 저자는『제노사이드』에서 인류학·진화론·국제정치·밀리터리 등의 폭넓은 분야를 넘나들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저자가 처음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스무 살이던 1984년, ‘지의 거장’이라 불리는 저명한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명의 역설』에서 생물 진화의 가능성에 대한 구절을 읽었을 때였다. 당시에는 허황된 아이디어라 여기고 반쯤 포기했었으나, 그 뒤 발전된 분자생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류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진화한 존재’가 등장할 경우 인류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설정을 흥미로운 플롯에 담았다. 이와 연관하여 핵심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 ‘하이즈먼 리포트’나 치명적인 불치병인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 등도 상상에서 비롯된 허구임에도 논리적인 서술과 탄탄한 설명을 통해 현실에 정말로 있을 법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주인공인 겐토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 역시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되는데, 저자는 십여 명이 넘는 현직 학자들 및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와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서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겐토를 도와 신약 개발을 돕는 이정훈이라는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도 한국인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당히 공을 들였다. 사전 시사에서는 이 캐릭터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를 떠올린 독자도 있었다. 이에 대해 문의해 본 결과, 저자는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이수현 씨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낼 생각을 했다는 점과 더불어 소설 속의 캐릭터와 실제 인물은 다르며 이수현 씨의 유족들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책의 ‘감사의 말’에서도 특별히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준 한국인 친구의 실명을 넣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추천평
이 작품은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세계가 이어지게 된 현대 사회라도, 인간을 연결해 주는 진정한 고리는 정보가 아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손을 서로 맞잡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미야베 미유키, 145회 나오키 상 심사평
이걸 쓴 사람의 머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엄청난 상상력에 경악했다.―마키메 마나부(소설가)
창세기를 생각하게 하는 압도적인 이야기. 스케일이 굉장하다. 읽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게 될 것이다.―사카키 쓰카사(소설가)
지성과 야성의 흥분을 자극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소설. 다 읽은 순간 다시 읽고 싶어진다.―시즈쿠이 슈스케(소설가)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고지마 히데오(게임 디자이너, ‘메탈 기어’시리즈 감독)
■줄거리급사한 아버지가 남긴 한 통의 편지를 본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몰래 연구를 하던 실험실에 대해 알게 된다. 그곳에 찾아간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편지에 남긴 내용에 따라 약을 개발하려 하지만 의문의 여성과 경찰이 겐토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용병인 조너선 예거는 불치병 때문에 수명이 수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들 저스틴의 치료비를 위해 어떤 임무를 받아들인다. 내전 중인 콩고의 정글 지대로 가서 피그미족의 한 부족과 나이젤 피어스라는 인류학자를 없애라는 임무였다. 그러나 그 명령과 함께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물과 조우할 경우 그것 역시 제거하라고 하자 예거는 혼란스러워 하는데…….
정말 재밌어요 재미로만 치면 인생소설이에요 예상치못한 전개와 마무리까지 완벽해요
13계단,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작가 다카노 가즈카이의 작품이다. 앞에 둘을 괜찮게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깊게 남지는 않았었다. 헌데 이 책은 출간 이후 계속해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던 터라, 그것도 올 한해 최고의 책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던 소설인지라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얼마전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서 제1 구매목록이기도 했고….
아무튼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크다는게 정설인데… 이 소설은 놀랍다. 681페이지의 방대한 양이었으나 다 읽지 못하고 잠드는게 너무 아까울 만큼 재미가 있었다. 비전공자인 작가가 이렇게 전문적인 지식을 풀어놓은것도 대단했고, 그 방대한 스토리를 이어가는 필력과,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나름 생물학을 공부하던 학부시절이 떠올라 더 의미가 있었던 소설이 아닐까 싶다. 졸업한지 5년이 넘고, 전공과는 완전히 다른쪽에서 일을 해오느라 기억속에서 잊혀지던 여러 용어들이 친숙하게 다시 언급되고, 게다가 졸업논문때 다뤘던 주제인 멸종과 관련된 이야기라니…
일단 책 제목은 제노사이드, 대학살 정도로 풀이하면 될까? 섬뜩하다. 그리고 그 제목의 섬뜩함에는 오히려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인간은 왜 인간을 학살하는가? 하는 물음. 일본인이면서도 관동대지진 때 일어났던 재일조선인 학살사건등을 언급하며, 선조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이나, 피부,인종,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학살들을 우회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거기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의 이중적 모습과, 석유와 자원확보를 위해 일어난 이라크전쟁 혹은 콩고공화국의 내전을 다루면서, 인간의 잔악성을 고발하고, 비난하고 있다. 장르문학이지만 여타의 순수문학을 넘어서는 철학적고민과 사회고발이 돋보인다.
큰 틀은 인간의 멸종과 관련된 이야기다. 30년전 발표되었다는 하이즈만 리포트에서 언급된 인간이 멸종된다면 어떤 이유인가에 대한 보고서. 워낙 흥미 있는 이야기라서 쓸데없이 리뷰가 길어짐에도 쭈욱 나열해 보면
1. 우주적 규모의 화재 : 이건 운석충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고생대의 대멸종이나 중생대 공룡의 멸종에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고, 지금도 많은 SF영화들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공포
2. 대규모의 환경변화 : 소설속에서는 자기의 역전 현상을 들고 있는데 큰 틀에서는 지구온난화나 엘리뇨, 나니냐를 포함한 환경변화를 들 수도 있겠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식물의 반란정도?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살아지면 인류에게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고 하니까…
3. 핵전쟁 :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고, 오로지 인류에 의해 생겨난 원인이기에 이제까지의 대멸종과는 다른 원인이다. 제노사이드에서는 간접적으로 미대통령의 결정 하나로 이런 전쟁이 발발 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고…
4. 바이러스 혹은 질병 : 이건 현재까지의 생물학적 지식으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원인인데… 일단 바이러스나 세균의 번식에는 숙주의 생존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큰 질병도 인간을 멸종으로 까지는 가져가지 못할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생소했던 5번 인류의 진화이다.
이전까지의 SF소설에서는 외계인의 침공 혹은, 인류의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요컨데 혹성탈출의 시저같은) 그렸는데, 여기서는 아예 인류의 진화를 거론한다. 생물진화는 점진적이기도 하지만 단속적이기도 하다는 추론에서 출발하여, 급격하게 신인류가 탄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그들은 현재의 인류와 침펜지가 갖는 지적능력차이 이상 현재인류보다 뛰어나다고 예측하고 있다.
4차원을 생각하는 능력,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이해하는 능력같은
때문에 현재의 수학적 난제를 한번에 해결하고, 그 때문에 리먼 가설도 해결하여 넷상에 모든 암호를 무력화시키고, 모든 과학을 엄청나게 진보시킬 수 있는 신인류는 다름 아닌 신과 같은 존재다.
내전과 제노사이드가 빈번한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서 탄생한 이 신인류를 안전하게 탈출 시키기 위한 여정이 바로 이 소설의 큰 줄거리이다. 굉장히 긴박하고, 때론 잔인하며, 때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책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에서 또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의 한국에 대한 애착이다. 굳이 한국인일 이유가 없는데 한국인 조력자가 등장하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그려진다거나(소설속에서 가장 긍정적인 인물인듯),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 이수현씨가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특히나 ‘정’이 언급된다. 그 초코파이의 ‘정’ 말이다. 저자의 감사글에도 한국문화를 알려준 여러 한국인들을 언급하는것 보면 꽤나 이 ‘정’에 대해 재밌고 흥미롭게 생각했나 보다.
아무튼 굉장히 재밌었고, 또한 한국에 대한 언급과 생물학이 주로 다뤄지는 점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기에 리뷰도 쓸데없이 길어져버렸지만, 올해가 가기전 너무나도 재밌는 소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앞으로 나의 완소 작가가 될듯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는 ‘뉴타입(new type)’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으로부터 새롭게 발현된 정신능력, 제6감, 초능력, 텔레파시, 천리안 등의 공감각(共感覺) 능력에 대한 것이다. 아니면 《인랑》 ㅡ 이것을 예로 드는 것은 좀 꺼려지지만 ㅡ 은 또 어떨는지. 이른바 ‘평행세계(parallel world)’를 도입했으니까. 이것도 아닌가? 그럼 브라이언 레반트의 《베토벤》은? 그야말로 ‘슈퍼 개’가 주인공으로 나와 불법 동물실험을 하려는 작자에게 한방을 날리는 영화 말이다. ‘인류보완계획’을 내세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또 어떻고……. 『제노사이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집착하던 신기루 같은 이야기들이 집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도 비슷하게. 인간 탐구의 방법론과 접근법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의 방식은 진부하면서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길이다. 겉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모럴 해저드인가? 모럴 해저드 위의 단계를 차지하는 인간의 해이인가? 어설픈 앙팡 테리블 취급을 하는 조야한 인간의 불가해성인가? 『제노사이드』는 걸작이건 졸작이건 둘 중의 하나라고 본다. 어중간하지는 않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러저러한 단점도 눈에 띄지만. 일단 통신이나 위성, 해킹에 손을 대는 ‘아키리’가 과도하게 전지전능한 모습을 지녔다는 것. 이것은 신인류의 능력, 위에서 말한 뉴타입이란 걸로 해결이 된다고 여겨야 할까. 이래서야 속 편한 결론이지만. 다음은 결말인데, ‘기프트’란 제약 프로그램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ㅡ 기프트(gift, 천부적인 재능)를 다 하고 ㅡ 되어있다는 설정이다. 이런 식이라면 애초에 이 이야기 자체가 발생하기 힘들다고도 보이지만 당최 일관성은 없어 보인다 ㅡ 일본의 독자들이 반응하는 단순한 전쟁관이나 편향된 역사관(이건 좀 아니라고 본다, 내가 한국인이라서일까?)은 다소 쓸데없는 논란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으니 차치하고 넘어가자. 처음부터 영화화를 목적으로 했는지 어땠는지 소설은 할리우드식 SF의 면모도 있고 또 등장인물 고가 겐토가 과거 냉전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치 SF 같았다’ 라고 느끼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오히려 현실이 SF다!). 그러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는 어느 인터뷰에선가 말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허술한 액션영화밖에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절대 영화화할 수 없다는 단언(혹은 자만)일 수 있겠지만 인터뷰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보면 텍스트를 손에 쥔 자의 자신감과 약간의 겸손이 들어가 있다. 「전투 장면은 소규모적인 것이 두 군데밖에 없다 (…) 그것을 언어의 힘을 빌려 긴박감을 더해 인물의 감정과 영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류사를 담아 (…) 인간의 잔학 행위를 영상으로는 만들기 어렵다…….」 자, ①아키리의 설정이 너무 초인적이라든가, ②스케일이 ‘너무 커서’ 지친다든가, ③용병으로 등장하는 예거의 돈을 필요로 하는 동기가 진부하다든가(파편적으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생각나서), ④뜬금없이 한국의 ‘정(情)’이 나온다든가 ㅡ 하는 것은 집어치우겠다. 이런 면면은 기술적인 곁다리로 보고 좀 크게 가자.
인간에게 선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네. 하지만 선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미덕이라고 하는 걸세.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행동이라면 칭찬받을 일도 아니지 않은가.
ㅡ 본문 p.475
왜 ‘신약 개발’인가. 10만 명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소설 전반부에 나오는 ‘피그미족 캉가 밴드 40명의 격리 또는 사냥’ 혹은 ‘신인류의 탄생’과 외려 대치되기도 하고 병립되기도 한다. 여기서 이런 알고리즘이 발생한다. 하이즈먼 리포트 #5 ‘인류의 진화’ ▶신인류 ‘누스(아키리)’ 탄생 ▶신약의 필요, 누스의 신약 개발 돌입(현인류의 능력 밖이므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현인류의 누스 말살 정책 ▶누스의 반격 ▶신약 개발 완료 ▶누스 말살 정책 폐기(누스의 지력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그가 사라졌다고 판단) ▶현인류의 불치병 치료 ▶평화(▶다시 처음으로?). 신인류가 현인류를 구한 셈이다. 훗날 현인류를 ‘갈아엎고’ 신인류가 현인류로 대체되고 다시 또 언젠가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난다든가 하는 결말까지는 가지 않는다(당연하다). 그러니까 단지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맨 밑에서부터 위 끝까지 아우르는 의미에서 ㅡ 「너 = 나 = 우리 = 인간 = 너 = 나 = 우리……」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웅대한 철학을 말하고 있다. 하나의 인간 개체는 다분히 허영에 사로잡혀있고 자기중심적이다.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기보다 탐욕, 잔혹, 자만으로 가득 차있는 존재다. 인간은 결코 지적이지 않다. 인간의 윤리적 기초에 동정심이 존재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전자라면, 그것은 학습된 사회적 반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이런 사유 속에 『제노사이드』는 생명의 논리를 들이민다. (포괄적으로 말한다면)단순히 인간을 후손을 낳는 생존 기계로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그런 끊임없는 생산과 생존만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여겨야 하는가의 문제를. 하지만 어떤 경우든 미지의 외부 존재와 마주쳤을 때 쾌감 혹은 불쾌를 겪는 문제가 간섭한다. 정상적인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금방 죽을 수밖에 없는 조금은 이질적인 존재 고바야시 마이카, 그리고 처음부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태어난 아키리와 에마(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도, 그것을 다수와 소수로 나누는 것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저 옛날 스토아학파의 한 철학자의 중얼거림을 들어보자. 「신이 지금 질병을 나에게 정해 주었다는 사실을 내가 알았다면, 나는 질병을 추구했을 것이다.」 말인즉슨 삶에 초연하고, 불리한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고, 행운을 맞이해도 쾌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인간(우리)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왜? 인간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착하고 고통 받는다. 첫 번째 논의 ㅡ 소설 초반부의 캉가 밴드를 놓고 하는 입씨름은 그래서 괴로운 물음이다. 나을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로 왜곡되어있다)을 죽일 것인가 격리시킬 것인가. 아니, 애초에 어떤 물음을 던져야 하는가. 두 번째 논의 ㅡ 타자의 입장에서 사유하지 못하고 개인의 이성만을 신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질문. 과거의 홀로코스트나 현재의 다발적 전쟁은 같은 이름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쯤 세계 종말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이번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는 작가도 생소했지만(사실 그의 13계단이나 6시간후 너는 죽는다등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작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제노사이드(대학살)라는 제목 자체가 던져주는 호기심이 솔직히 강하게 다가 왔던 작품이었습니다. 나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들의 만행을 다루거나 뭐 작가가 일본이이다 보니 난징 대학살등 일본 제국주의시대의 잔혹성을 다루는 역사적 팩트와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같은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작품을 대했는데 이거 완전히 제 생각을 빗나가게 하는는 작품이더라구요. 솔직히 예전에 읽었던 故스티그 라르손의 를 접할때 만큼 숨막히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괜히 일요일 오후쯤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손에 잡게 되면 다음 한 주를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속칭 말하는 끝장을 내게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박진감 넘치면서 스펙타클하고 도저히 중도에 책장을 덮을수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입니다. 뭐랄까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사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더 유효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라는 뉘양스가 강하게 전해오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스토리 전개와 구조 역시 아프리카 콩고와 미국 펜타곤 그리고 일본을 배경으로 방대하게 전개되고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글로벌한 범위에서 각자의 역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소 산만하게 여기질 수 있는 공간적인 배경과 많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주제에 의해 서로 상호연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독자들에겐 별개의 사건이 아닌 동일한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하게끔 하는 역활을 병행하고 있어 지루하다거나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점이 작가의 힘이겠죠. 다소 헐리우드 영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가벼움을 작가는 군데 군데 정치 인류학적인 담론들을 배치함으로써 흥미본위에 들떠 있는 독자들의 가벼움을 진득하게 눌러주는 진중한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작품 특징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전체적인 스트럭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작품 전체의 격(진화생물학적인 전문 용어와 화학방정식등의 고차원적인 과학용어등이 이번 소설이 단순한 날림이 아니다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네요)을 높여주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작가가 다루는 인류의 진화와 그 진화속에서 자행 되었던 동종간의 학살, 인간성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네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트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한 스케일과 속도감이 아우러져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마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독자들의 가독성등을 고려한 배려적인 차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내지는 흥미본위로 이번 작품을 대하더라도 지금 현생 인류의 형성 과정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거리를 담고 있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작품 보다는 일종의 정치 인류학 보고서(정치와 국가의 역활,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등 왠만한 정치인류학 서적의 논거에 결코 뒤지지 않는 담론들이 담겨있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을 또 한번 즐겁게 한다는 것입니다)를 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제노사이드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걷어 지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설정과 호소는 향후 우리 인류가 가져야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들구요.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故이수현씨이 생각이 날만큼 일본인의 시각을 상당히 변하시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외국소설을 접하면서 간간이 우리와 관련된 사안들이 등장하지만 사실상 일회성 눈요기 거리에 지나칠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은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로 비록 북한출신의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있지만(사실 카산드라의 거울 정도의 역활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한국 유학생 이정훈은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주연급으로 설정되어 있어 국내독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작가의 민족성에 대한 생각이 겐토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상당히 진보적(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과 민족/인종 차별에 대한 진보적 시각등)이라는 것이 사실 이번 소설속에서 가장 반가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물론 이러한 느낌은 국내독자들에게만 한정되겠지만요) 아마도 이러한 설정자체가 작가 나름의 화해의 손짓이자 많은 노력(우리말 情에 대한 작가나름의 뜻풀이 과정을 보면 우리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다는 반증이겠죠)을 기울리지 않았을까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