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들의 미궁에 빠져버린 사람들머릿속이 녹아버린 아이, 추리가 불가능한 증거들로 혼란스러운 스텐의 눈에 유령 같은 존재들이 거대한 그림자와 함께 보인다. 나약하고 비굴한 시민들을 빨아먹고 사는 자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배트맨이 없는 고담시, 지고.윤리는 허울 좋은 이름에 지나지 않는 도시의 거대한 폭력. 그 속에서 성실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점점 더 도태된다. 거대한 폭력이 인간을 휘두르는 사회, 탐욕과 이기심, 기회주의로 점철된 일상. 거대한 권력을 갖고 영원히 살 듯한 악의 하수인. 이것이 「지고」에 묘사된 지고시의 모습이다. 근미래를 다루는 SF에서 이런 도시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 가상의 도시에는 다른 영화나 소설처럼 도시를 구해줄 영웅이 없다. 영웅의 지도 아래 모두가 힘을 합쳐 대항하는 일도, 위기에 빠진 시민을 구해주는 협객도, 명백하게 대결하는 두 세력도 없다. 치고받고 싸우는 세력 모두가 훨씬 더 큰 악의 그늘에 있을 뿐이다. 거대한 악의 그늘. 이 소설은 누구도 모르는 새에 악의 그림자가 도시에 드리워지는 것으로 맺어진다. 광범위하고 은근하며 깊숙한 영혼의 타락을 위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오는 악마는 안온한 만족감과 풍성한 물질 속에서 끝없이 사소한 경쟁심을 겨루는 일상을 지고시에 선사하려고 한다. 휘몰아치듯 전개되는 액션 영화 같은 장면들을 보면 지고의 상황이 좀더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지상 과제에 눌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생각은 엷어져만 가는 지고 시민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소설 곳곳에 직접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이런 탐욕 때문에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현대인을 그려내고 있다.
1. 4부 또 다른 출현 가브리엘 괴이한 일들 빚 갚기 연쇄 살인 살인마의 습격 순응 2. 5부 모여드는 전사들 최강의 격돌 맹수들의 죽음 잃는 여자 잊는 남자 아주 특별한 그들 3. 6부 눈보라를 뚫고온 노인 드러나는 음모 브쉬케 숲으로 불타는 미궁 프리지오의 몰락 등대의 불빛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