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SF 환상문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글쓰기의 모든 것
부제: SF 환상문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과 글쓰기 지침서
원제 Steering the craft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10년 9월 27일
ISBN: 978-89-942-1043-8
패키지: 양장 · 208쪽
가격: 10,000원
분야 기타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이 노래를 어디에서 따오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공기가 멜로디로 가득 차 있어서 그저 손만 뻗으면 됩니다.’ 이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당신은 그저 손을 뻗으면 된다.” -본문 중
『어스시의 마법사』, 「헤인 시리즈」 등 SF·환상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의 작법서 『글쓰기의 항해술』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글쓰기의 항해술』은 50년간 수백여 편의 소설과 산문, 시, 평론서 등을 집필해 온 르 귄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집대성 된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J.R.R. 톨킨 등 영문학 주요 저자들의 예시문 17편을 통해 이론보다는 구체적인 글쓰기 테크닉을 가르쳐준다. 또한 르 귄이 문학 창작 워크숍에서 여러 작가들에게 제안받아 만들어 낸 다양한 연습 문제를 담고 있어 습작의 재미를 배가하는 한편, ‘한 단락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짧은 문장이 좋다’, ‘모방은 나쁘다’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규칙을 오히려 자유로운 글쓰기를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하고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제안한다. 여기에 각 단락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따로 추천하고, 여럿이 함께 모여 글을 쓰는 방법인 ‘합평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문학 창작 모임을 여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작법서이다. 황금가지 출판사는 『글쓰기의 항해술』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출간에 맞춰 글쓰기 합평회 카페(http://cafe.naver.com/steering)를 열고 출판 편집자와 함께 책을 보며 온라인 합평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 안에 나가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내 목적이며, 나는 그 수단이다. 내가 나 자신을, 자아를, 견해를, 정신적인 잡동사니를 치운다면, 그리고 이야기의 초점을 찾고 이야기의 움직임을 따른다면, 이야기는 스스로 말한다.” -본문 중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치는 『글쓰기의 항해술』 창작 강의 5단계
1 도입부, 르 귄은 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관한 실질적인 테크닉을 설명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세한 설명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여, 마치 눈앞에서 강의하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떤 형용사와 부사들은 문어에서 남용하면 무의미해진다. ‘굉장한’은 의도한 무게를 거의 가져오지 못한다. ‘갑자기’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전환 장치이고, 잡음에 불과하다. “그는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보였다.”. ‘어쩐지’는 얼버무리는 단어다. 작가가 스토리를 생각해 내기가 귀찮았다는 뜻일 뿐이다. “어쩐지 그녀는 그냥 알았다.” “어쩐지 그들은 소행성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SF와 환상문학 작법을 가르칠 때 그 단어들을 못 쓰게 금지했다. 그 어떤 일도 ‘어쩐지’ 일어날 수는 없다.
2 예시. 설명된 글쓰기 작법에 대해 훌륭한 본보기로 저명한 저자들의 작품을 일부 발췌해서 싣고 르 귄이 이에 대해 해설을 달고 있다. 그 작품들은 마크 트웨인 「캘러버러스 군의 악명 높은 점핑 개구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제인 오스틴, 『맨스필드 파크』, 리엇 비처 스토,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버지니아 울프 「시간이 흐르다」와 「창」과 『제이콤의 방』, 찰스 디킨스 『황폐한 집』,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토마스 하디 『귀향』, 샬럿 브런테 『제인 에어』 등이다.
-자. 이 글에서 가장 감탄스럽고도 중요한 점은, 플로이드 씨의 삶을 매우 빠르게 훑는 이 한 단락짜리 전기가 사실상 전혀 플로이드 씨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단락의 목적은 오로지 이 작품 제목의 테마이기도 한 제이콥을, 제이콥의 세상을, 그리고 작품을 시작하고 끝맺는 제이콥의 어머니를 독자가 이해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경쾌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리저리 헤매는 것 같고, 엉뚱한 대목처럼 보인다. 『제이콥의 방』의 수많은 부분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부분도 그렇지 않다. 울프는 설명을 생략하고, 맥락 자체가 스스로 구성하게끔 둔다. 메우기와 건너뛰기 양쪽 측면 모두에서 경탄스러운 예시다. -본문 중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에 대한 소개
3. 연습문제, 모든 설명이 끝난 후 르 귄은 직접 써보길 권한다. 무턱대고 써보는 게 아니라 오랜 워크숍을 통해 도출해 낸 몇 가지 연습문제를 통해 조금 더 재미있게 습작을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인물이 두 명 이상 나오고, 특정한 사건이나 활동이 나오는 장면을 원고지 4~10매의 서사문으로 써라. 1인칭 주인공으로든 제한적 3인칭으로든 그 사건에 연관된 인물의 시점으로 써라. 그 인물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게 하라. 시점인물(실제든 허구든)은 당신이 싫어하거나, 반대하거나, 미워하거나, 당신과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4. 첨언, 제시한 연습문제를 갖고 할 습작에 관하여 주의사항이나 쓰고 나서 생각해야 할 사항, 다른 이와 합평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통해 습작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심리적 전이를 한 번도 연습해본 적이 없는 작가라면 성별을 바꾸는 것만도 어렵고 두려울 수도 있다. 당신과 반대 성별 인물의 시점으로 쓰기가 꺼려진다면, 지금 해보라.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의 시점으로 써본 적이 없다. (‘나이 든 사람’이란 40세 이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지금 해보라. 작가들 대부분이, 심지어 나이가 많은 작가들도, 가족 관계를 쓸 때면 항상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으로 쓴다.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아이가 아니라 부모 세대로 써보라. 당신이 항상 특정한 유형의 사람만 쓴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 유형의 인물을 써보라.
5. 더 읽을거리, 글쓰기는 반드시 다양하고 많은 독서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각 장의 습작을 위해 좀 더 참고가 되는 책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는 문장의 보고(寶庫)로 유명하다. 문학적으로 덜 딱딱한 작품이라면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해양 모험소설 연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시리즈를 꼽을 수 있는데, 문장들이 너무나도 명료하고 생생하고 유려한 나머지 그렇게까지 길게 이어지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몇 소설 작품에서 단락을 짓거나 문장을 끊지 않고 쉼 없이 이어지는 실험을 시도한다.
>짧은 글이 최고?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건 잘못?
『글쓰기의 항해술』에는 기존에 알려진 통념, 특히 문장은 짧고 명료하게만 써야 하며 한 단락에서 같은 단어를 두 번 이상 반복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부분을 비판한다. “짧은 문장만이 좋다는 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에게나 해당된다. 짧은 문장으로만 된 산문이 무척 길게 이어지면, 쿵 쿵 하는 박자 때문에 그 내용과 상관없이 단순하게 들리고 얼마 안 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다시금 기자들과 학교 선생님들을 비난하고자 한다. 그들은 같은 말을 두 번 말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사람들이 억지로 대체어를 찾아 유의어 사전을 절박하게 뒤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다락에서 같은 말을 절대로 두 번 반복하지 마라’와 같은 규칙을 만들거나 반복은 무조건 피야 한다고 주장하면, 서사적 산문의 가장 귀중한 도구 한 가지를 버리는 셈이다.” 이 외에도 기존의 작법서에 대한 강한 비판도 담고 있는다. “나는 작법서 몇 권에서 이런 진술을 발견했다. 소설의 첫 단락은 한 문장이어야만 한다. 소설에서 어떤 단락도 네 문장을 넘어가면 안 된다. 기타 등등. 쓰레기 같으니! 문장과 단락을 짧게 쓰라는 ‘규칙’은 언론의 기계적인 부산물이며 ‘액션’물 작법에서 통용되는 매우 인공적인 방식이다. 그런 규칙을 따라 쓴다면 당신 글은 2류 헤밍웨이처럼 보일 것이다.”
>장르 작가들을 위한 조언, 해설 덩어리.
『글쓰기의 항해술』은 SF와 환상문학의 거장이 집필했지만 내용 중 장르 문학에 관한 부분은 거의 없다. 즉 장르든 비장르든 글쓰기의 기본은 똑같다는 뜻이다. 다만 장르 소설 중 특히 SF와 환상문학에서 생길 만한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SF와 환상 문학은 말해주지 않으면 독자가 알 길이 없는 정보를 허다하게 전달해야 할 때가 많다. 정보를 허술한 장치로 겨우 은폐하면서 강의하듯이 퍼부으면, 그리고 정보를 이런식으로 계속 전달한다면 작품은 SF 작가들 말마따나 ‘해설 덩어리’가 생긴다. 어떤 장르에서든 솜씨 있는 작가들은 해설 덩어리를 만들지 않는다. 정보를 부수고 곱게 갈아서 벽돌을 만들어 그걸로 스토리를 쌓아나간다.”
>황금가지와 함께 진행하는 글쓰기 작법 스터디
이 책은 혼자 글을 쓰는 이에게도 유용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합평회를 개최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이 모여 합평회를 개최하기란 쉽지 않다. 황금가지는 『글쓰기의 항해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합평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하였다. 글쓰기의 항해술 합평회 카페(http://cafe.naver.com/steering)이다. 9월부터 스터디 회원을 받을 예정이며, 우선 20여 명이 『글쓰기의 항해술』 책을 보며 출판 편집자와 함께 스터디를 진행한다. 추후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 등으로 발전하는 한편 계속 운영하여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비용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을 가로지르는 밀리언셀러 작가 르 귄
SF와 판타지의 경계,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르 귄의 작품들은 16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어 수백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SF에 있어서 엔데버 상, 로커스 상, 아시모프 상, 시어도어 스터전 상을 비롯해,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각각 다섯 차례 수상한 바, 르 귄은 명실상부한 현대 SF의 어머니로 숭앙받는다. 인류학자인 아버지와 문학가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의 작품은 탁월한 재미를 갖춘 장르 문학이 주는 즐거움에 인류 문명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곁들여 읽을수록 새로운 감동을 준다. 르 귄은 시, 소설, 아동 문학, 평론 등 문학 전방위에 걸쳐 활동하며 전미 도서상, 펜 포크너 상, 카프카 상, 뉴베리 상 등 SF 이외의 주요 문학상도 고루 섭렵했다. “SF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1순위는 어슐러 르 귄”이라는 말은 르 귄에 대한 높은 평가를 단적으로 대변해준다.
>어슐러 르 귄
어슐러 르 귄은 1929년 10월 21일, 저명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동화작가 디어도어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역사학자인 찰스 르 귄과 결혼하였다. 1962년 시간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소설 「파리의 4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보여주며 독자들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최신예 작가들과 나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작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르 귄은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활동도 활발하며 SF문단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 문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류학과 심리학,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외계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일종의 사고 실험과 같은 느낌을 준다.
★위대한 소설가가 모두 그렇듯, 어슐러 르 귄은 우리 마음을 뛰게 하고 심장을 덥혀주는 상상의 세계를 창조한다. -《보스턴 글로브》
★르 귄이 창조한 인물들은 복잡하고 매력적이며 문장은 강건한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