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좀비로 인한 세상의 종말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부제: 제1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10년 7월 5일
ISBN: 978-89-9421-029-2
패키지: 274쪽
가격: 9,000원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한국편) 15
좀비로 인한 세상의 종말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섬, 그리고 좀비』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좀비로 뒤덮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기는 물론이고 용산 참사에서 시작된 좀비의 정치인 테러,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도전, 좀비들에 둘러싸인 채 홀로 교도소를 지키는 교도관 등 상상력이 폭발하는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유명 영화나 게임 등에서 가장 많이 차용하고 있는 설정으로서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들은 국내 출판계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보였는데, 『나는 전설이다』가 10만 부, 스티븐 킹의 『셀』이 5만 부, 페이크 다큐 형식의 ZA 소설인 『세계대전Z』가 2만 부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 5000부 등의 높은 판매고를 올렸며, 현재까지도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ZA 문학 공모전(http://www.minumsa.com/zombi/)은 400여 편 이상의 작품이 응모되었으며, 이번에 출간된 『섬, 그리고 좀비』에는 수상작 4편과 심사위원 특별 추천작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좀비 아포칼립스: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이 선보인 개념을 감독 조지 로메로가 「시체 3부작」 영화에서 발전시켜 정착시킨 개념이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죽은 후 움직이는 시체가 되고, 이 시체는 다른 살아 있는 인간을 물어 전염시킨다. 감독 대니 보일의 「28일 후」,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 등이 대표적인 현대 좀비 영화이며, 해외에서는 인기 게임 외에도 서점가에서는 소설과 만화로 다양한 좀비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상을 반영한 좀비 이야기
「섬」은 홀로 아파트에 살아남아 좀비들과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는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한국적인 사회 이슈를 끌고 들어와 극의 재미를 살린다. 전쟁 위기만 나면 라면만 사들이는 한국사람들이지만 정작 라면의 유통기한은 고작 6개월이라든가, 걸그룹들이 인기끌지만 그들마저 좀비가 되었을지 모르는 상황, 차라리 좀비가 아니라 흡혈귀들이었다면 마늘쫑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매일 마늘 냄새를 뿜어대는 한국에서는 힘을 못 썼을 것이라는 설명 등이 한국인만의 정서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어둠의 맛」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현재 한국의 정치를 풍자한다. 용산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되었으며, 감염된 시민들을 세종시에 수용소를 건립하여 몰아넣는 계획을 정치권이 주도한다. 시골에선 젊은이가 없자 노인들이 일부러 좀비가 되어 무한한 생명력으로 농사를 하고, 덕분에 인간이 직접 농사짓고 만든 친인간 식재료가 인기를 끈다. 공장에서는 좀비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하고 좀비들을 몰아내자는 정치인이 최고의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처럼 『섬, 그리고 좀비』는 해외의 인기 소재인 좀비를 가공하여 한국의 사회상을 반영한 풍자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혼돈 속 멸망의 세계를 묘사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
『섬, 그리고 좀비』는 폭동과 혼란에 빠진 세상의 모습을 작가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세밀하게 그려낸다. 타인은 믿을 수 없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채 생존을 갈구하는 사람들, 생존한 사람들끼리 얼마 남지 않은 식료품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계속되는 이상 전염병에도 국내외의 여론을 생각하여 꽁꽁 비밀로만 숨기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정부, 오랜 생존 끝에 식량이 떨어지고 외로움에 공포로 떨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 좀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원인 규명보다는 지역 차단에만 힘쓰는 세계 각국 등 좀비로 인해 벌어지는 세계의 멸망에 관한 모습이 담겨 있다.
심사위원 서평
이종호(소설가)
대상은 큰 고민 없이 「섬」으로 결정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거창한 설정을 동원하거나 진지하게 무게 잡을 생각이 없어보였고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언뜻 어수룩하고 우스꽝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 보이나 깊은 고민 없이는 쉽게 떠올리기 힘든 세밀함이 돋보였다. 갈등이 부족한 게 아쉽지만 짜임새에 있어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했다는 생각이다.가작은 「도도 사피엔스」, 「잿빛도시를 걷다」, 「어둠의 맛」 세 편을 선정했다. 「도도 사피엔스」는 병리학과 해부학 등의 전문지식을 이야기 속에 능숙하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돋보였으나 지나치게 설명조인 데다 흐름이 식상하다는 게 약점이었다.「잿빛도시를 걷다」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절박함이나 가족 혹은 인간관계에 집중한 심리묘사가 장점인 반면 매끄럽지 못한 어설픈 이야기 전개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어둠의 맛」은 좀비문학상의 특성을 비교적 잘 살린 작품이다. 좀비를 통해 용산철거민, 농촌문제, 도시빈민, 현실정치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절한 농담과 은유를 섞어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하지만 설명적이고 평면적인 구성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최종태(영화감독)
좀비라고 했을 때 우리가 가장 빨리 떠오르는 것은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는 썩어 문드러진 시체의 이미지이다. 그만큼 우리는 좀비를 매우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구역질나는 처참한 몰골만으로도 공포와 흥미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좀비는 일찍부터 영화에 출연하고 급기야 좀비영화라는 그들만의 장르까지 갖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만일 그런 영화들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영화만큼의 재미와 흥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가는 소설은 영화보다 자유로우며, 영화에서는 다루기 힘든 정서적인 혹은 사색적인 심연의 세계 속으로 독자를 안내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번 심사를 통해 영화가 아닌 문학의 방식으로 재탄생한 한국산(?) 좀비들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럴 때엔 영화를 보는 것보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조만간 그런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 영화가 한국에서도 제작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섬, 그리고 좀비』 주요 사이트https://minumsa.com/zombi ZA 문학 공모전http://cafe.naver.com/mscbook 밀리언셀러 클럽http://en.wikipedia.org/wiki/Zombie_apocalypse 위키디피아 좀비 아포칼립스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