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테러리스트의 탄생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09년 8월 14일
ISBN: 978-89-601-7080-3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92쪽
가격: 13,500원
분야 기타
전 세계적인 테러, 증오 범죄, 극단적 폭력 사태의 ‘근원’은?그 답을 찾아 증오자의 ‘마음속’을 해부한다
21세기 점점 더 극심해지는 테러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증오의 문화’의 원인을 사회 심리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는 『증오: 테러리스트의 탄생』이 (주)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저자 윌러드 게일린은 의료 윤리학의 메카로 불리는 헤이스팅스 센터의 설립자이자 미국 정신 의학의 대가이다. 그는 증오자의 마음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테러리스트의 동력이 되는 ‘증오’가 자신의 내적 좌절과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운 나쁘게 희생양이 된 집단에 표출하는 일종의 심리적 질환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를 폭파해 무고한 시민 168명을 살해해 놓고도 ‘공권력에 대한 정당한 복수’라 주장한 티머시 맥베이는 저자가 말하는 ‘편집적 전환’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런 증오자들이 그들을 선동하는 지도자나 좀 더 왜곡되고 편집적인 문화를 가진 사회에서 더욱 파괴적이고 집단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음을, 저자는 과거 나치 독일이나 9.11 테러의 주범 알카에다, 지구 해방 전선 같은 극렬 사회 운동 단체 등을 예로 들어 분석한다. 엄연한 비이성적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나아가 가해자를 또 다른 피해자로 미화하는 기존 학계의 방식에 강하게 반기를 들며, ‘보통 사람’과 ‘증오자’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논쟁적인 주장을 전개한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거나 ‘시스템이 악을 만든다.’는 ‘루시퍼 이펙트’식 통념을 뒤집어 《뉴욕 타임스》로부터 “현명하고 매우 불온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국인 피랍.살해와 폭탄 테러, 점점 더 잔인해지는 연쇄 살인. 우리도 더 이상 테러와 증오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 윌러드 게일린은 증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이론을 넘어 우리 사회와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실질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증오제1장. 악에 맞선 정면 승부 제2장. 증오란 무엇인가
감정으로서의 증오제3장. 격노: 증오의 핵심 감정 제4장. 위협감을 초래하는 여러 느낌 제5장. 시기: 적을 규정하기
사고 장애로서의 증오제6장. ‘정상’ 행동에 대한 이해제7장. ‘병적’ 행동에 대한 이해제8장. 편집적 전환 제9장. 정신병자와 정신병질자
애착으로서의 증오제10장. 자기 정체성과 동일시제11장. 적을 만들기
증오의 문화제12장. 증오의 문화 제13장. 증오자들의 집단 제14장. 증오에 맞선 정면 승부
옮긴이의 말
“테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를 물어 왔다. 그들의 영혼을 탐색해야 했는데도 우리의 영혼만을 탐색해 왔다.” -본문 중에서
상처받고 일그러진 내면에서 도드라진 외부의 적으로 무엇이 ‘빼앗긴 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드는가
* 1941년 7월 어느 날, 폴란드의 예드바브네 지역 주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600명의 유태인이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사람 중에는 아이들도 있었고 살아남은 유태인은 일곱 명에 지나지 않았다. 폴란드 인은 유태인을 살해하기 전에 고문하고 굴욕감을 주었다. * 1995년 여름, 보스니아의 세르비아 군은 함께 살던 무슬림 이웃 주민 7000명 이상을 학살했다. 이들 무슬림은 유엔이 정한 ‘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에 있었음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살해당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어떤 중재도 시도하지 않았다. *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는 미국 뉴욕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이 테러로 민간인 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일부 아랍 세계에서는 이 테러를 환호로 반겼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증오자들이 원하는 것과 선택당한 희생자 사이에 직접 관련이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정한다. 그러나 증오의 병적인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 저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와 심리학에서 말하는 ‘증오’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개인적으로 겪은 수난이 폭력 행동으로 변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다음으로 냉소적인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가 좌절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을 조장해서 증오의 문화와 집단 테러 행동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기전을 심층 해부한다.
증오는 강렬한 감정, 그러나 그 이상의 것
저자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증오의 감정적 토대를 분석한다. 먼저 ‘화’ 또는 ‘격노’와 증오를 분명히 구분하며, 증오가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충동이 오랜 기간 구조화된 복잡한 감정임을 밝힌다. 생명이나 재산 등 실질적인 위협 못지않게 지위나 명예, 자존감 같은 상징 세계에 대한 위협이 점증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는 느낌, 배신감, 착취당하고 조종당하는 느낌, 좌절감, 굴욕감 같은 복잡한 감정이 격노, 나아가 증오로 가는 선상에 있다고 지적한다. “군중이 왜 격노하는지를 알려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왜 오늘날 증오의 심리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가는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증오는 편집적인 사고 장애
이 책의 핵심적인 전제는 증오가 실제적인 위협과 모욕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오 행동은 내적 갈등의 원인을 외적 요인의 탓으로 전치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실패와 불행의 원인을 복수심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적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스스로를 실패자라기보다 희생자로 여기게 된다. 프로이트가 ‘투사’라고 부른 이 개념을 저자는 ‘편집적 전환’으로 정의하며, 이것이 증오의 핵심을 이룬다고 말한다. 이러한 편집성 인격은 ‘나는 외계인이다.’라고 굳게 믿는 식의 정신병과는 달리 어느 정도 현실감을 유지하면서도 그럴듯한 세계관을 견지한다. ‘난 항상 재수가 없다.’는 식의 부정적 인생관, 습관적인 의심, 만성적인 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전부 자기와 관계있다는 확신, 크고 작은 모든 사건에는 항상 자신의 재산과 존경과 사랑을 빼앗으려는 목적과 의도와 계획이 있다는 자기중심적 망상 등이 증오자의 근간을 지탱한다.
증오는 ‘적’에 대한 애착
증오자는 그 대상에 끊임없이 집착한다. 실질적인 ‘적’이 없다면 만들어 내며, 9.11 테러처럼 대개 실제로 해를 입힌 여부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희생양으로서 표적이 된다. 희생양은 가까이에 있는 ‘영토적인 적’일 수도 있고 종교나 사상에 의한 ‘이데올로기적인 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토적인 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리적인 영토를 두고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상징적인 영토를 두고 대립하는 최악의 예로 후투 족과 투치 족의 오랜 다툼이 낳은 부룬디와 르완다의 전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격렬한 분쟁을 든다. 그와 함께 테러로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지구 해방 전선같이 극렬한 사회 운동가들이 어떤 식으로 일그러진 증오를 가진 개인들에게 그것을 분출할 ‘정당한 출구’를 제공하는지도 파헤친다.
증오의 문화
과거 나치 치하의 독일처럼 편집적 증오 문화는 같은 국가나 지역 또는 민족 내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급격한 통신망의 발달로 지구상의 여러 나라에 흩어져 고립되어 있던 증오자들이 잘 몰랐던 곳에서도 정서적 유대를 나눌 동료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이나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가난한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사회의 사람들이 영위하는 멋진 삶을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침체된 집단의 냉소적인 지도자들은 집단 내에 황금빛 궁전과 진흙 집이 공존하는 불평등에서 비롯한 좌절된 격노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외부로 원인을 돌린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적대감이나 이란과 이라크 사이의 적대감은 이들이 서로 단합하여 알카에다를 지지하는 동안에는 보류될 수 있다. 알카에다는 거대한 악마인 미국에 대해 강렬한 증오와 시기를 공유함으로써 국가적 경계를 넘어서 결합한 진정한 증오자들의 모임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에 ‘증오의 문화’가 급속도로 번지게 된 새로운 방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증오』 해외 서평
현명하고 매우 불온하다. -《뉴욕 타임스》
야심으로 가득하고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명쾌한 문체로 씌어 쉽게 읽히며, 증오라는 감정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워싱턴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