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현대 미국 문명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한 신랄한 소설! 미국에서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던 화제작 국내 첫 소개
원제 American Psycho
글 브렛 이스턴 엘리스 | 옮김 이옥진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09년 8월 17일
ISBN: 978-89-601-7219-7
패키지: 반양장 · 404쪽
가격: 11,000원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 15
뉴욕 월스트리트의 젊고 부유한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물질주의의 병폐와 현대 미국 사회의 비인간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스릴러 『아메리칸 사이코』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출간은 1980년대의 파격적인 젊은 작가군을 지칭하던 ‘브렛 팩 문학’을 대표했던 엘리스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물질주의와 레이거노믹스가 만연한 80년대를 배경으로, 젊고 세련되며 매력적인 여피족 패트릭 베이트먼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분열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내면을 강렬하게 보여 준다. 소유와 시기, 타인에 대한 무관심, 피상적인 인간관계 등 얄팍한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대사들로 가득한 이 소설은 긴장감 넘치며 때로 오싹하기까지 하다.
첫 출간 당시 이런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에 대해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작가에게 이미 큰돈을 지불했음에도 사이먼 앤드 슈스터에서 결국 출판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빈티지 북스에서 책이 출간된 후에 작가는 엄청난 살해 위협과 비난의 편지들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 속 폭력의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으로 인해 특히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 격렬하게 출간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출간 후 여러 평론가들에게 격찬을 받으며, 현대 문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설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천 베일 주연으로 영화화 되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크리스천 베일 주연으로 2000년 개봉되었는데, 영화는 소설보다는 수위를 낮췄음에도 두 직업여성과의 섹스 장면에 대한 묘사를 잘라내고서야 간신히 R등급을 받아내 개봉할 수 있었다.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 초대되었으며, 개봉과 동시에 평론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에 대한 격렬한 칭찬과 동시에 엄청난 혹평이 난무했다.
소설 출간 당시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테이넴은 출간을 격렬히 반대하는 입장에 섰는데, 그녀의 아들인 크리스천 베일이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것도 재미있다.
만우절 13
아침 54
해리스 64
파스텔스 83
터널 112
사무실 135
헬스클럽 143
데이트 148
세탁소 167
해리스 179
덱 체어 193
비즈니스 회의 218
비디오 가게에서 다고스티노로 230
피부 미용 235
에벌린과의 데이트 241
화요일 259
제네시스 271
점심 식사 279
콘서트 288
목요일 오후의 섬광 301
예일 클럽 311
개를 죽이다 327
여자들 337
쇼핑 355
크리스마스 파티 361
개인이 사라진 공허하고 비인간적인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이 돋보이는 문제작!
패트릭 베이트먼은 발렌티노 슈트와 올리버 피플스 안경, 롤렉스 시계에 자존감을 느끼는 반면, 유명 인기 레스토랑에 예약하지 못하고 명함 스타일이 뒤떨어지는 것에 열등감을 느낀다. 베이트먼이 고작 명함 한 장을 두고 “그 우아한 색감과 두께, 활자체와 인쇄라니!”라고 집착하며 감탄하는 장면은 우습기까지 할 정도이지만, 베이트먼의 세계는 이렇듯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물질적인 것으로만 정의되는 세계, 명함의 섬세함이 아이의 살해보다 더 많은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인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그 사람의 개성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입은 옷, 그들이 타는 차, 그들이 가진 명함, 들고 다니는 가방, 차고 있는 시계, 어떤 레스토랑에 가는지 등으로 인지한다. 쏟아져 나오는 물질의 홍수 속에서, 개인은 그가 소비하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주인공을 종종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데 그것 역시 그 다른 사람이 주인공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비슷한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는 온갖 명품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최신 전자 기기 등을 줄줄이 나열하는 만연체로 독자들을 괴롭힌다. 동시에 1980년대 뉴욕 여피들의 물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더 나아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황폐하고 공허한 인간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공허함을 메우려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객관적이고 담담한 서술로 사람의 몸을 사물로 전락시키는 독특한 묘사
점차 미쳐가는 한 남자의 심리가 돋보이는 스릴러
한 평론가는 이 책이 공포스러운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런 장면들 역시 책의 문맥상 전체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평했다.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먼이 자행하는 엽기적인 살해 행각은 그 담담한 묘사로 인해 더욱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는 살해 장면을 마치 기계제품의 카탈로그를 읽듯 비인격적이고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전달함으로써 독자의 감정을 더욱 깊고 끔찍하게 몰아간다. 또한 그는 신중한 작업을 통해 독자들이 이 살인마의 동기를 전혀 이해할 길이 없도록 하여 더욱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런 행동들이 설명될 수 없기에, 이 무작위적이고 무분별한 범죄로부터의 보호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이다.
노숙자를 눈멀게 한 사건 이후로 패트릭 베이트먼의 범죄 행각은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빈도도 잦아지며 소설은 단숨에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문란한 성행위와 무차별한 폭력 행위는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와중에도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점차 자아와 정체감을 상실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날카로운 묘사력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