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스시의 이야기들
원제 Tales of Earthsea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08년 8월 18일
ISBN: 978-89-8273-195-2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68쪽
가격: 16,500원
분야 판타지
발행일 2013년 2월 20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2월 20일 | ISBN 978-89-601-7509-9 | 가격 10,850원
400만 부라는 판매 권수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본격문학 작가들과 나란히 거론되는 문명(文名)으로 유명한 판타지와 SF의 여성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새 역작이 한국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어스시의 이야기들(원제 Tales From Earthsea)』은 세계 3대 판타지로 사랑받는 『어스시의 마법사』 연작의 일부로, 바다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 어스시의 곳곳에 자리 잡은 기묘하고, 감동적이며, 진실을 꿰뚫는 이야기들을 2편의 중편과 3편의 단편에 담아 전한다.
어스시 연작은 1968년 첫 소설 『어스시의 마법사』가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 5편의 장편과 이 중단편집 1권이 발표되었다. 황금가지에서는 순서대로 『어스시의 마법사』, 『아투안의 무덤』, 『머나먼 바닷가』, 『테하누』를 국내 출간했으며 연말에 제6권 『다른 바람』으로 전작품을 완간할 예정이다.
>더 깊어진 환상, 더 엄밀해진 진실 – 최고도로 무르익은 르 귄을 맛보다
용과 마법이 나오는 완벽한 모험담의 형태로 첫 편이 탄생한 순간부터, 어스시 소설들은 이미 일반적인 상업 판타지와 본질적인 차이를 지녔다. 르 귄은 SF와 판타지 장르를 인류학적, 환경주의적, 여성주의적 사회 실험의 도구로 썼다. 그리고 어떤 진지한 문학보다도 더 정면으로 강력하게 인간성의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인간이 가진 힘과 그것을 사용하는 윤리의 문제를, 마법 능력을 남용하는 실수를 저지른 주인공 게드와 그 결과로 생겨난 ‘그림자 괴물’ 간의 추격전이라는 은유를 통해 박진감 있게 펼쳐 나간다.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인 소녀 테나가 인습(‘대지의 악한 정령들’로 표현되는)에 대한 굴종을 떨치고 한 인간으로서 선택의 책임을 기꺼이 떠메기까지 중대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머나먼 바닷가』에서, 죽음을 면하고 영생을 얻고자 하는 한 마법사의 욕심은 온세상의 균형을 어그러뜨리며, 대현자가 된 게드와 소년 왕자 아렌은 죽음의 땅을 찾아가 그를 제지함으로써 생을 진정으로 누리기 위하여 죽음을 긍정하는 법을 깨우친다. 『테하누』는 장르 판타지의 상식을 거의 모조리 뒤집고 마법의 힘을 모조리 소진한 게드와 테나 그리고 화상을 입은 어린 소녀 테루를 통해 살아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을 관료한 어스시 소설들은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통해 한 편 한 편을 쌓으며 영글어 온 르 귄 문학의 결정판이다. 『어스시의 이야기들』에는 절정에 이른 시리즈의 힘과 완숙한 작가의 필력을 통해 어스시 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해 줄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된다. 소재상으로는 기존 독자들을 즐겁게 해 줄 단서와 정보들이 풍성하고, 주제와 깊이에 있어서는 장편에 지지 않는 묵직한 감동으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정련된 단편 작가로 이름난 르 귄의 성가를 다시 실감하게 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은 장편에서 다루어지지 못했던 어스시 세계의 구석구석을 작은 등불들처럼 비추어 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밝히며 어스시의 매력을 완전하게 체험하게 해 줄 이야기들이다.
>줄거리
「찾은 이」 이 책의 중심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중편. 시리즈를 통틀어 지식과 양심의 무게추로 자리 잡아 온 로크 섬 마법 학교의 창립에 관한 이야기이다. 게드 시대보다 몇백 년 전, 잔인한 군벌과 악한 마법사들이 어스시를 지배했던 암흑시대에 핍박 받는 이들 간의 만남을 그린다.
무법과 잔혹이 횡행하던 그때 ‘수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한 청년은 해적 왕이 주문한 배에 길을 잃게 하는 주문을 짜 넣었다가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해적 왕 휘하의 미친 마법사 겔룩을 위해 수은 광산에 보내져 수은 원광을 찾는 수색 작업에 동원된다. 마을에서 납치되어 와 강제 노역에 병든 소녀와 마주친 수달은 서로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힘을 합쳐 필사적으로 탈출을 꾀한다. 겔룩을 속여 거대한 광맥으로 유인, 땅 속에 빠뜨려 버리는 데 성공하지만 유독한 수은 증기에 찌든 소녀는 고향에 가는 길에 숨을 거둔다. 수달은 소녀의 어머니 자매에게 도움 받아 추적을 피해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의 참혹한 체험을 거울 삼아 힘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단결해 악에 대항한다는 꿈을 품는다. ‘손의 여인들’이 숨어 산다는 평화와 신비의 섬이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 줄 수 있다. 수달은 섬을 찾아 어스시를 누비는 항해에 나서고, 갖은 난관을 거쳐 로크 섬을 찾는다.
시리즈 첫 작품부터 등장한 ‘로크의 아홉 스승’이 정해진 유래와,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수문사의 역할에 관한 힌트를 던져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검은장미와 금강석」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위에 예술과 마법에 대한 참된 마음이라는 주제를 겹쳐 자아낸 아름다운 소품. 마법 재능을 지닌 부잣집 소년 ‘금강석’은 음악을 사랑하고 소꿉동무인 마녀의 딸 ‘검은장미’를 사랑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돈벌이와 마법사 스승이 권하는 수련 때문에 방황한다. 오해로 인해 연인과 다툰 후 금강석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음을 죽이고 돈벌이에 매진하는데, 생일 연회의 밤 한 줄기 피리소리가 그를 흔든다.
「대지의 뼈」제1권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슬쩍 언급된 오지언의 지진 이야기. 게드의 스승인 오지언이 큰벼랑과 창칼벼랑을 뒤흔든 대지진을 멈추었을 때, 거기 있었던 것은 오지언 혼자가 아니었다. 르 알비 ‘옛 현자’의 정체를 알게 해 줄 감동의 단편.
「높은 습지 이야기」 어스시 소설들의 주인공인 게드가 조연으로 모습을 비추는 외전격의 단편.
소를 기르며 소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고원 습지의 외딴집에 어느 날 수상한 이방인이 찾아온다. 치즈를 만들어 생계를 잇는 과부 ‘선물’은 낯선 이를 푸대접한 마을 사람들과 달리 연민과 친절로 그를 맞아들인다. 이방인은 가축의 질병을 치유하는 마법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어딘가 난파선 같이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 품삯을 후려쳐 이용해 먹으려는 마을 농부들의 욕심에도 가만히 당하기만 하던 그는 우연히 돌팔이 치료사와 맞서게 되자 갑자기 공격성을 드러내고, ‘선물’은 또 다른 방문객을 집에 맞이하게 된다.
「잠자리」 제6권 『다른 바람(근간)』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는 중편. 인간이면서 동시에 용인 존재는 3권 『머나먼 바닷가』에서 잠깐 언급되었고 『테하누』의 결말부에서도 실마리를 비친 바 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시간적 배경은 3권의 이야기가 끝난 얼마 후이며, 게드가 자리를 비운 로크 섬에서 주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집만도 못하게 영락해 버린 옛 이리아 영주 가문의 딸 ‘잠자리’는 자신의 참 이름이 ‘이리안’인 것에 불만이 많다. 가문과 아버지를 거부하는 그녀는 로크 학교를 동경하며 그곳에 가면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자신에게 있는 것 같은 능력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거라고 꿈꾸지만, 로크는 여자를 학생으로 받지 않는다. 로크 학교에서 쫓겨난 젊은 난봉꾼 ‘상아’는 잠자리를 유혹하고자 거짓으로 학교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속여 그녀를 항해 길에 끌어낸다.
상아의 계략이 거의 성공해, 로크에 상륙을 앞둔 밤 배 안에서 그는 마침내 잠자리의 참 이름을 알아내지만 목적은 빗나가고, 오히려 그녀를 정말로 학교에 들여보내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수문사의 허락 하에 로크에 들어간 잠자리는 학교의 전통을 정면으로 거스름으로써 심각한 변화를 예고한다. 로크 학교는 잠자리를 놓고 둘로 분열되어 대마법사들이 서로 맞서며, 3권에서 죽은 이들의 나라에 가 게드와 대화했던 소환사 소리온이 잠자리와 정면으로 대결하기에 이른다.
>상상력에 대한 찬양과 상업주의 소설 비판
르 귄은 이 책의 첫머리에 이례적으로 머리말을 달아 작가의 심경을 말한다. 주로 3권 또는 4권에서 끝내려고 했던 어스시에 새로운 작품을 추가하는 데 따른 작가의 변이지만, 상업화된 판타지에 대한 비판이 더 눈에 띈다. 급변하는 세계, 급변하는 가치관 속에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향수가 우리를 판타지 왕국으로 이끌어 간다고 지적하면서 르 귄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안정감을, 오래된 진실을, 변하지 않는 단순성을 찾아 판타지의 왕국들로 회귀한다. 자본주의의 공장들이 그것들을 제공해 준다. 판타지는 기능성 상품이 되었고,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기능화된 판타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아무것도 창안해 내지 않는다. 원래 것을 베껴서 하찮게 만들 따름이다. 그것은 지적이고 이국적인 복잡성을 지닌 옛이야기들을 강탈하여 전개해 나가며, 그 이야기들 속의 행동들을 폭력으로 바꾸고, 배우들을 인형으로, 그 이야기가 말하는 진실된 말들을 감상적인 상투어구로 바꿔 놓는다. 주인공들은 그들의 검이나 광선검, 마술 지팡이를 추수용 컴바인처럼 기계적으로 휘둘러 대어 돈다발을 베어들인다. 심원한 고뇌를 동반한 도덕적 선택은 삭제되어, 이야기는 귀엽고 안전해진다. 위대한 이야기꾼들이 정열에 가득 차 품었던 착상들은 복제되어서 판에 박힌 이야기가 되고 장난감으로 전락한다. 화려한 색깔의 플라스틱으로 찍어 낸 장난감. 광고에 뜨고, 판매되고, 망가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져, 재활용되는, 대체 가능한 장난감이다.”
그리고 상업화의 침해를 받는 상상력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판타지를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키는 이들이 계산에 넣고 있으며 이용해 먹는 것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간에 독자들이 지닌 천하무적의 상상력이다. 독자들은 그 상상력으로 이러한 죽은 소설들에게조차 생명을 불어넣는다. 아무튼 생명이라고 해야 할 것을, 한동안 지속시켜 준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한가지로 상상은 ‘지금’에 살며, 진정한 변화를 동반해, 변화를 통해, 변화 속에 살아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소유한 모든 것들이나 마찬가지로 이 또한 무단 절취가 가능하고 저질화시키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상업적으로나 교훈적으로 남용을 당할지라도 상상은 죽지 않는다. 숲과 초원이 있던 그곳에 정복자들은 사막을 남기고 떠나겠지만, 비는 내릴 것이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갈 것이다. 그 상태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 제멋대로 모습을 바꾸는, 진실이 아닌 “옛날 한옛날”의 왕국들은 인간 역사와 사상에 커다란 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치 변화무쌍한 지구의 위의 국가들처럼 말이다. 개중에는 지도상의 국가보다도 더 오래 버티는 나라도 있다.”
독자들의 상상력이 상업화된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그럼에도 상상은 결국 ‘용’과 마찬가지로 정복되지 않으리라고 작가는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 증거를 보여 준다.
책 끝에는 또한 처음으로 작가가 어스시의 이모저모를 설명한 「어스시 세계 개관」이 덧붙어 있다. 오랜 세월 어스시 소설을 애독해 온 이들에게는 모처럼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어스시의 이야기들』 주요 사이트
http://en.wikipedia.org/wiki/Earthsea어스시 전집 위키디피아 설명
http://www.ursulakleguin.com/작가 어슐러 K 르귄의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