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마룡의 동굴로
글 이수영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1998년 12월 15일
ISBN: 89-827-3083-4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84쪽
가격: 7,000원
유머를 배제한 진지한 진행, 머리털이 곤두서게 하는 음울한 분위기 묘사로 가장 독특한 판타지 작품이라는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작품. 안하무인격인 주인공의 모험담 속에 주변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엮어넣으면서 끔찍한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판타지 스릴러의 탄생<드래곤 라자>의 이영도와 함께 젊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통신 작가 이수영의 첫 작품 <귀환병 이야기>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된다. 유머를 배제한 진지한 진행, 끔찍한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머리털이 곤두서게 하는 음울한 분위기 묘사로 도합 수십만 조회수로 호응받았다. 1997년 가을 하이텔에 연재 당시에는 전체 게시판이 아닌 <환타지 동호회>의 게시판에 올렸는데도 매일 밤 이삼천 명씩을 끌어들였다.내용 개략이야기는 <귀환병>이라는 존재에서부터 시작된다. <귀환병>이란 마계(魔界)의 전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병사를 뜻한다. 100여 년 전, 한 명의 늙은 마법사가 세상의 멸망을 예언한다. <마계의 문이 열려서 마물들이 몰려나와 이 세상을 짓밟을 것이다.> 사람들은 동요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쪽에서 먼저 마계를 정벌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믿고서 저마다 자원해 나선다. 그러나 마계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한 곳이었고, 전사들은 마물들의 살육에 용감히 맞섰지만 살아남은 자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돌아온 그들에게도 귀환의 감격은 잠시뿐, 인간계에서는 떠난 날로부터 열 배의 세월이 흘러버렸다는 청천 벽력 같은 사실과 맞닥뜨린다. 마계에서 7, 8년 동안 싸운 전사가 돌아와 보면 70, 80년이 지난 뒤였던 것이다.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모두 벌써 죽어버렸고,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 하나 없어져버린 세상에 돌아온 귀환병들. 세상은 그들을 부랑자나 범죄자 취급하고 그들은 복수심과 좌절감으로 미쳐버린다. 그리고 인간계에조차 마물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음모에 말려들게 된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마계로 가서 100여 년 만에 돌아온 슬란 제국의 황자 이안 스터커를 중심으로 여덟 명의 귀환병들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 얽힌다. 젊은 세대의 인생관을 대변하는 영웅, 이안 스터커지독하게 어두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인물은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다. 절망과 자학에 대한 저항이 귀환병들 심리의 핵심이다. 마계에서 10년을 버티는 과정에서 신관(神官)이 되고 싶었던 연약한 소년으로부터 뻔뻔스러울 정도로 강하고 거침없는 사나이로 변모하는 주인공 이안 스터커는 일부러 단순하고 이기적인 사고 방식을 택한다. 그는 자기 연민에 굴복하기보다는 현실을 매몰차게 비웃어버린다. 그는 수백 살은 연상인 파이어 드래곤 커클랜다스에게 줄기차게 구애하여 아내로 삼는 대담성과 순진성을 지니고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관심 없어>라고 말하며 강한 에고를 드러내면서도 결코 냉혹하지는 않다. 불구 음유시인 슬렌이나 철없는 소년 마법사 시란, 화염술을 타고나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난폭한 성격을 갖게 된 가드온, 또 마수들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말조차 잊어버린 미친 꼬마 피트를 거둬들여 보살핀다. 인간적인 애정이나 고뇌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영웅과 보통 사람의 완벽한 결합체인 이 90년대형 주인공은 하나의 전형을 창조하여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직선적인 행동과 단순한 판단, 철저한 개인주의는 주어진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 살며 새로운 인간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젊은 세대의 전략이기도 하다. <귀환병 이야기>의 세계는 바로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친 현실 세계 그대로이며, 그때문에 <귀환병 이야기>에는 단순히 신기한 모험만을 추구하는 소설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