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선택』에 주목하라. 이 책에서 브레진스키는 특유의 예리한 시각으로 딜레마에 빠진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 《워싱턴 포스트》
미국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활동한 세계적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미국이 나아갈 길을 말한다. 전 세계의 지탄을 받으며 고립된 채 헤게모니를 행사할 것인지, 국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며 세계와 공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정치학자 브레진스키가 지배냐, 공존이냐를 두고미국 내의 핵심 쟁점들을 명확하게 밝힌 책
전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이자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으로 활약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새 책 『제국의 선택(The Choice: Global Domination or Global Leadership)』이 (주)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거대한 체스판』에서 유라시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 지침을 제시하여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브레진스키는 『제국의 선택』에서 오늘날 미국이 처한 딜레마, 곧 동맹국들의 불만, 지구적 무질서, 미국을 겨냥한 테러 위협 등을 분석하며 각각의 쟁점에 전략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올바른 선택(choice)을 내리는 일이다. 곧 제국으로서 세계를 지배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와 공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의 주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2004년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제국으로서 지배하는 미국은 곧 강경 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와 워싱턴의 네오콘 세력을 암시하며, 리더로서 공존하는 미국은 그들을 대신할 새로운 노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브레진스키는 『제국의 선택』에서 예외적으로 미 행정부의 국제 전략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4년 전 『거대한 체스판』에서 브레진스키가 예견한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고, 미군은 과거 소련의 영토였던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이 지역의 방대한 지하자원을 노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브레진스키의 새 책 『제국의 선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미국이 국가적 안보 위기를 맞고도 세계의 분노를 사는 이유
미국은 9.11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으면서도 세계인들로부터 동정이 아닌 분노를 샀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살펴보면 유럽의 전통적인 우방국들마저 미국이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레진스키는 부시 행정부가 위협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수행하도록 요구하면서 그 대상이 무엇 또는 누구인지를 상당히 막연한 방식으로 정의해 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단순히 악을 행하는 자들(evildoers)이라고 테러리스트들을 단순화시켰으며, 그렇게 해야만 그들이 행하는 악을 설명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위협에 종교적으로 접근했다. 또한 테러리즘 자체를 적으로 간주함으로써 테러리즘이 개인, 집단, 국가가 이용하는 치명적인 협박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군사 전략 측면에서 예상되는 위협을 견제하고 감시하던 전통적 억지 개념을 포기하고 \’선제 개입\’이라는 원칙을 천명하였으며, 국제적 합의 없이 적을 규정하고 우선적으로 공격했다.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테러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먼저 중동의 현대 정치사와 9.11 사이의 연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책임이 있음을 시인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군사 행동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그들을 후원하는 세력을 포위해야 하며, 그 과정에 전 세계가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브레진스키의 주장이다.
유라시아의 양끝에서 미국의 새로운 동맹으로 떠오른 유럽과 일본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 협력에 무관심한 태도가 이라크 전쟁 이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본질적으로 다자주의적인 유럽연합(EU)과 대서양 동맹(Atlantic alliance)을 형성하여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대서양 연합은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정치적이고 지리적인 상호 보완을 통해 가장 잘 확대될 것이며,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핵심적인 공동 이익으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유럽 간의 공조 체제는 곧 유라시아의 최대 세력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로 하여금 확장 중인 서유럽으로 편입되도록 촉구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최대 자원인 시베리아를 개척하고 개발하려는 초국가적 노력에 힘을 실을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유럽인들에게 시베리아가 곧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가 미국에 제공한 것과 같은 기회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진정한 유대는 시베리아 공동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며, 대서양 동맹은 그때까지 러시아가 점차 민주적인 나라로 발전하도록 신중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의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 간의 치열한 해군 군비 경쟁 역시 미국의 선택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사안이다. 브레진스키는 중-일 양국의 군비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예견한다. 첫째는 타이완과 일본이 해양 동맹을 형성하고 증가하는 해군력과 핵 잠재력에 기대어 공개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상황이며, 둘째는 미국과 일본, 한국, 타이완을 연결하는 현재의 안보 연계를 미국이 공개적인 반중 동맹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위의 두 시나리오에서 동아시아의 안정을 보장하려면 미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조심스럽게 일본의 군비 증강을 고무하고 일본의 첨단 과학 기술을 미국의 방위 설비에 활용하며 일본이 공군력과 해군력을 증강시켜 해외에서의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중국과 미국의 양자 대립 구도에 일본을 참여시켜 삼자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때 새로운 축인 일본은 물론 미국의 편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독단적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미국에 던지는 브레진스키의 경고
『제국의 선택』의 제2부에서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독단적인 헤게모니 행사를 비판하며 미국 정부의 반성을 촉구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안보는 군사력뿐 아니라 여론의 지배적 분위기, 사회적 열정의 정치적 의미, 그리고 열광적 증오의 초점이 어디인가 등에 달려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성장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급진적 반미주의로 발전할 성향이 강하며, 미국 헤게모니로부터의 독립과 지역적 아시아주의의 정체성을 표방하며 반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미국이 전 지구적 고통에 냉담할수록 미국의 지도력에 저항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며,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즉각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지구적 이익을 위해 당연히 비용의 일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전략적 동맹을 새롭게 다지는 일과 더불어 미국이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사안은 바로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방식\’이며, 그것은 곧 세계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지금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자신이 거부하는 것들을 요구함으로써 자국의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국제연합의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협약(교토의정서)을 거부하고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규정에 관한 협약마저 비준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국제 사회의 규칙이 미국에 경제적으로 불이익이 되거나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명되면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며, 국제 사회의 규칙을 위반하고자 하는 다른 이들의 동기를 증대시킨다. 또한 세계화로 이익을 누리면서도 세계화의 부작용을 외면하는 미국의 태도 역시 세계화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옮긴이 서문서문제 1부 미국의 헤게모니와 전 지구적 안보1. 국가 불안의 딜레마2. 새로운 지구적 무질서의 딜레마3. 동맹 관리의 딜레마제 2부 미국의 헤게모니와 공동선4. 세계화의 딜레마5. 헤게모니적 민주주의의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