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의 구리반지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 3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 28 | 분야 추리·스릴러
역사 추리 소설의 여왕 린지 데이비스 린지 데이비스의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는 첫 작품 『실버 피그』가 발표된 이래 선풍적인 독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현재까지 17편이 발표된 대작이다. 로마 시대를 그대로 살려 낸 생생한 필치에 박진감 넘치는 현대적인 액션과 서스펜스를 가미한 데이비스의 소설들은 출간 때마다 관심을 집중시키며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점령했을 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 20여 개 국에 소개되어 수백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 소설로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 최고 인기상(1995), 엘리스 피터스 상(1999), 역사 추리 비평가 협회의 헤로도투스 평생 공로상(2000)을 수상하였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로마 제국의 격변기에 황제의 밀정으로 활약하는 매력적인 사설 탐정 디디우스 팔코의 탄생을 알린 제1편 『실버 피그』와 제2편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이다. 이어지는 작품들 또한 앞으로 순차적으로 소개된다. 2000년 전 로마 시대에 빠져든다! 서양 문명의 중심이 된 ‘세계 제국’ 로마는 끊임없이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존재다. 작가는 로마 제정의 한중간에 위치한 세 명의 부자(父子) 황제 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해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폭군 네로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후 뒤를 이은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세 황제는 피로 피를 씻는 반정을 거듭하며 채 1년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이 혼란기를 마무리한 인물이 바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이며, 10년간 재위 후 큰아들 티투스에게 제위를 넘겨준다. 티투스 다음으로 즉위한 작은아들 도미티아누스까지 삼부자(三父子) 황제들은 플라비우스 왕조라 불리는데 이어지는 오현제(五賢帝) 시대 번영의 기초를 쌓은 시대였다. 세 번째 작품 『베누스의 구리 반지』는 베스파시아누스의 집권 안정기에 초점을 맞춘다. 정치가 안정되어가던 시기이긴 하지만, 당시 로마는 각종 부동산 업자와 사채업자들의 횡포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았다. 팔코는 시민들에게 집을 임대해 주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임대자를 등쳐먹는 부동산 업자의 죽음과 연관된 살인 사건을 풀어나간다. 베누스의 구리 반지 줄거리 / 결혼하는 남자마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 세베리나 조티카. 전 남편들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통해 부유와 사치를 누리던 그녀는 로마의 부동산 사업가와 약혼한다. 세베리나의 행적을 의심하던 탐정 팔코는 그녀의 뒤를 캐지만, 그 사이 그녀와 연루된 사람들이 독살당한다. 팔코는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세베리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팔코를 유혹한다.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흔히 역사 추리 소설들이 갖기 쉬운 버거운 배경 지식이나 더딘 진행을 탈피해 독특한 유머를 곁들인 빠른 전개로 단숨에 몰입할 수 있게 한 작가의 필력에 있다. 시대상과 문화 등 교양적인 요소는 주인공 팔코의 바쁜 발걸음 뒤에 자연히 녹아 있다. 추리와 모험에 더하여 로맨스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점은 여성 독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신중한 판단과 중산 귀족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맨손의 행동파 탐정 팔코를 돕는 헬레나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강력한 우군이자 연인으로 대등한 파트너 자리를 지킨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로마, 로마인, 로마 문명 2000년 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생활을 영위했던 로마인들의 진면목을 만나는 것도 소설의 재미 중 하나다. 주인공 팔코는 현대의 흥신소와 비슷한 사설 탐정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의 사무실은 임대 업자가 운영하는 8층짜리 아파트에 있다. 실제로 당시 로마에는 8층 건물이 즐비했으며 위층에는 살림집이나 사무실이 있고 1층에는 상점이 위치하는 등 현대의 주상복합건물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런 고층 건물들은 수입이 변변치 않은 사람들에게 빌려 주는 임대 주거로 사용되었으므로 외국인이며 상이 군인, 도박사 등이 모여들어 슬럼가를 이루었다. 강도 강간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났기에 경찰과 비슷한 야경꾼이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을 돌기도 했다. (소설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팔코를 돕는 절친한 친구도 야경꾼이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플라비우스 콜로세움을 건설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현대인들이 주말이면 야구장을 찾듯이 로마 시민들은 콜로세움에서 각종 스포츠 경기를 즐겼다. 유한 계급은 휴가철이면 온 가족이 바캉스를 떠났다. 그런 반면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식민 속주(屬州)에서 노동자와 노예들은 힘겨운 삶을 이어 갔다. 소설에는 실제 역사의 진행과 더불어 오늘날을 방불케 하는 제정 로마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현란하게 교차하며 역사 추리 소설의 즐거움을 한껏 맛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