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광대한 땅에 백여 개의 민족들이 모여 이루어진 러시아.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정교회의 영향 아래 형성된 동슬라브 지역의 민담들을 골라 엮었다. ‘곰의 아들 이반코’, ‘이반 왕자와 불사신 코시체이’, ‘작은 눈 소녀’ 등 총 37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러시아 민담의 주요 특징은 주인공의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몸에 해, 달, 별 등이 빛나고 있다는 등의 동어 반복이 빈번하게 사용되며, 환상적인 캐릭터의 등장도 잦다.특히 서두부와 결말부의 형식이 잘 다듬어져 있는데, 이는 민담이 구연의 형태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서두는 본 이야기와 현저하게 대조를 이루며, 우스갯소리로 청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말부에서는 이야기의 허구성을 환기시키는 문장을 통해, 청중들의 주의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밖으로 이끌어낸다.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것을 가져와라마녀 여동생과 태양 누님개구리 공주모로즈카, 겨울의 신령손 없는 여인세 왕국 이야기곰의 아들 이반코젊게 만드는 사과와 생명의 샘샤바르샤못된 아내병사의 두 아들, 이반 형제용감한 불라트이반 왕자와 불사신 코시체이마리야 모레브나학의 선물: 말, 식탁보, 뿔수정 산마법의 반지마법의 루바슈카시브카 부르카, 갈색 말 요술 말아바다의 차르와 현명한 바실리사꿈의 예언부자 마르코와 불운아 바실리이반 왕자와 검은 머리채의 미인 마리야잠자는 나라의 여왕옹기장이현명한 대답똑똑한 꼬마 소녀지혜로운 조언작은 눈 소녀까다로운 소녀멍청한 이바누슈카바보와 자작나무게으른 에멜랴두 운명루코누슈카귀족의 아들 다닐로보바 왕과 아름다운 두루진나 공주해설: 러시아 민담을 소개하며
아주 어렸을 때 어쩌다 우연히 세계 민담 모음집을 읽었는데, 그 민담들을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찾아 헤맸어요. 그런데 황금가지에서 이렇게 그 민담을 모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물론 아직 못찾은 이야기들도 더러 있어요.
모든 민담이 그 뿌리가 갖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러시아 민담은 되풀이되는 곡조의 노래와 같아요. 악절 사이마다 알 수 없는 기믹이 깔려 있고 분명 같은 마디를 반복하는 것 같은데 뚫어지게 바라보면 음표 하나하나에 마법이 서려 있는 기분이에요. 정말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렇게 숨표 하나하나 멋지게 되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의 성에서 꺼내온 따끈따끈한 이야기’라는 세계동화 모음집이 있는데, 그 책이 제가 찾던 민담들의 마지막 은신처라 생각하고 포기해왔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뒤지고 뒤져서 찾아냈고, 2003년 책을 2021년에 이북으로 만나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편집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길이 없어 겨우 가입해서 독자 리뷰칸에 나지막히 전합니다.
잔혹동화나 환상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