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출판계의 신드롬을 일킨 <드래곤 라자>보다 2년 앞선 1996년, 바람의 마도사 라니안 나이스만의 영웅적인 모험을 박진감 넘치게 담아낸 <바람의 마도사>로 판타지의 붐을 조정한 김근우의 최근작.
◆작품에 대하여 -기존의 판타지들과 달리, 변화하는 인물 내면의 충실한 묘사로 색다른 세계를 구축.김근우의 전작인 『바람의 마도사』는 한국 판타지 소설의 포문을 연 최초의 성공적인 창작 판타지 소설이다. 그때까지 일본 소설 번역물 일색이던 판타지 시장에서 한국 판타지의 가능성을 열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여 약 5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바람의 마도사』가 구축한 세계는 그 이후 판타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통신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들은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과 일본 롤플레잉 게임의 세계관에서 힌트를 얻는 데 이어 대만 무협의 색채까지도 가지게 된 것이다.『바람의 마도사』가 액션 중심의 <영웅 판타지>라면, 『흑기사』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무게를 둔 판타지이다. <성장 판타지>에 속하는 이 글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들에 비해 내면 묘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한국 판타지 시장의 범위 확대와 질적 성장을 짐작게 한다. -성장 소설의 주제-외부 세계와 자신의 진정한 조화 작가는 『흑기사』를 쓰는 이유로 <자기 의지를 잃지 않는 삶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타인의 의지에 끌려가는 대신 의지적 삶을 사는 주인공 일행들과 결국 자신을 찾지 못한 다양한 인물 군상의 내면을 대비시켜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주인공과 주요 인물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보통의 삶과 유리된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갈망에 의한 것이다. <주요 인물들이 완전히 뭐에 미친 듯한 캐릭터가 되어주어 기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여린 소년은 냉정하며 잔인한 정의감을 가진 흑기사로 변모하고, 릭을 둘러싼 다른 주인공들도 점차 삶의 기로에 서서 한가지를 위해 다른 것을 깡그리 버리는 <뭔가에 홀려 있는 인물들>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13세의 마법사 소녀도 40세의 사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으로써 인물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지닐 수 있게 된다.-지금의 청소년 세대가 가진 불안함과 딱 맞아떨어지는 인물들자아 정체성 확립이란 청소년 시기의 지상 과제이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세계를 찾고 타인과 부딪히는 것을 겁내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은 어느 세대라도 경험한 욕구이겠지만 오늘의 세대에겐 조금 특별한 면이 있다.이전의 세대는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소년에겐 가능성이 열린 많은 것들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을 골라야 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더해졌다. 게다가 사회에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매진하고 그 길을 후회 없이 달려나가는 인간상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장려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런 인간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1. 그들의 성녀 2. 선대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