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동화시키기 위해 암약하는 ‘최초의 우주’vs
변화하며 약동하는 도시를 수호하는 화신들의 대결.
무수한 우주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피날레의 막이 오른다!
「부서진 대지」 3부작으로 가장 영예로운 SF상인 휴고 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장르소설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N. K. 제미신의 최신 시리즈 완결편. 「위대한 도시들」이라는 이름의 이 어반 판타지 2부작은 대도시를 수호하는 인간 화신(化神)들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시리즈로, 로커스 상과 영국SF협회상을 수상한 전편 『우리는 도시가 된다』로부터 3개월 후의 시점을 그린 이번 작품은 화신이 탄생한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초차원적 전쟁을 보다 확장된 세계관과 액션으로 화려하게 끝맺는다. 작가의 대표작 「부서진 대지」와 상반된 분위기의 희극적인 묘사와 시끌벅적한 에너지가 넘치는 시리즈이지만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선명히 견지한 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시장 선거’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인종 차별, 제노포비아, 인터넷 여론 조작 등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이야기의 전개 요소로서 설득력 있게 묘사되며,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도시의 화신들과 평행세계에서 넘어온 ‘적’이 다중우주의 존망을 둘러싸고 벌이는 관념적인 사투가 환상적이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평행세계의 ‘적’이 돌아왔다,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더해 이번에는 ‘선거’를 무기 삼아서.
도시에는 생명력이 잠재하며, 인구와 문화의 축적으로 일어난 변화가 임계치에 달해 비로소 탄생의 시기가 다가오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누군가가 도시를 수호하는 화신으로 선택된다. 뉴욕의 화신들이 도시의 탄생을 저지하려는 평행세계의 ‘적’과 맞대결하여 승리한 지 3개월 후.
뉴욕 전체를 대표하는 중심 화신 닉을 비롯해 각 자치구의 화신들은 할렘의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각자의 가족과 지내며 평범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뉴욕은 이제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되었는가? 이전에 벌어진 소동으로 생긴 피해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자치구 중 하나인 스태튼아일랜드는 적인 ‘하얀 여자’에게 여전히 포섭된 채 아예 단절된 상태다. 전설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이미지와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지라는 ‘믿음’이 현실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존재인 화신들은 돌연 뉴욕을 향해 사람들이 느끼는 ‘혐오’라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알게 된다. “뉴욕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장 선거에 출마한 우파 포퓰리스트가 온라인과 현실에서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고 분쟁을 조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후에 ‘적’의 손길이 미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화신들은 어떻게 맞설 것인가?
물론 발 한번 들여놓은 적 없으면서도 뉴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뉴욕에 대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남들이 동경하며 꺅꺅거리는 데 질려서, 쬐그만공화당마을에 살다가 뉴욕으로 이사 가더니 갑자기 사회주의에 “물든” 사촌 때문에, 속으로는 여기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겁이 나서 등등. 하지만 이제까지 이런 생각들은 꾸준하고 일정했다.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처럼 말이다. 지금 나를 덮친 건 외부인들이 뉴욕에 느끼는 혐오감의 급작스러운 폭발이다._본문에서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소시민적 화신들의 화려한 역전극.
이 시리즈에서 ‘적’의 근원은 나무가 자라듯 파생되는 다중우주의 씨앗 같은 존재인 우르(Ur)라는 ‘최초의 우주’다. 다중우주가 붕괴하는 원인을 닉이 살아가는 ‘표준에서 벗어난’ 세계에 있다고 여긴 우르는 ‘하얀 여자’란 대리자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적으로 닉의 세계를 장악하려 했다. 국제적인 재단을 설립해 부동산과 자본을 잠식하거나 혐오 시위 세력을 조장하고 심지어는 지나가는 행인을 자극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식으로. 신적인 존재이지만 현실에서 살아가는 일반 시민이기도 한 뉴욕의 화신들은 『우리가 만드는 세계』에서 ‘업무 적절성’이라는 모호한 사유를 근거로 해고당해 이민국의 단속을 받고, 혐오 시위에 휘말려 가족이 부상을 입거나, 주택 소유권을 둘러싸고 거대 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등 현실적인(그러나 사실은 ‘적’이 조장한)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교묘하고도 치명적인 위협에 맞서서 「위대한 도시들」의 인물들은 좌충우돌하다가도 혐오라는 무기에는 연대로, 선거라는 무기에는 선거로서 대응하며 통쾌하고 사납게 저항한다. 영웅적이기보다는 소시민적인 화신들이 뉴욕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도시들을 일깨워 초월적인 힘에 대항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상상의 한계란 없음을 보여 주듯 독창적인 방식으로 ‘도시’라는 개념에 무한한 생명을 부여한 「위대한 도시들」은 어반 판타지 장르의 백미이자,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뉴욕에 대한 ‘경의’로서 손색이 없는 시리즈이다.
뉴욕은 우르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의 정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창의성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고, 단순히 방어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목적을 위해 가차 없이 그리고 치명적으로 발휘할 의향을 지닌 다차원적 독립체다. 더 나쁜 것은 뉴욕처럼 거칠고 사나운 도시가 많다는 것이다. 만일 퀸스의 이론이 옳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도시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_본문에서
프롤로그 9
1장 도시에서 간신히 버티기 27
2장 죽여주는 동네지 55
3장 여기 출신이 아니면 속을 수 있지 79
막간 — 도쿄 96
4장 방랑자의 블루스 103
5장 촉수가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121
막간 — 이스탄불 138
6장 그쪽에서 우리 쪽에 줌 하라고 해 150
7장 매니 맨해튼과 재수 옴 붙은 날 181
막간 — 그 어딘가 202
8장 여섯 번째 자치구 216
9장 개수작을 조심하세요 246
막간 — 런던 264
10장 여기서 성공할 수 없다면 어딜 가도 못 할 거야 271
11장 삐용삐용 쾅쾅 288
12장 베이글과 바게트의 만남 307
13장 실존적 절망의 피자 320
14장 브루클린의 겟 미 바디드 숍 336
15장 덤벼 봐, 혼쭐을 내줄 테니 358
16장 우리가 뉴욕이야? 394
17장 뉴욕의 거리가 널 새롭게 만들어 줄 거야 415
코다 441
감사의 말 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