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3년 7월 12일 | ISBN 979-11-70522-78-2 | 가격 6,900원
“세상에 100개의 던전이 있다면 100가지 모습의 던전이 있다.”
지금까지 던전에 대해 이런 고찰은 없었다!
던전형 RPG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색 군상극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유권조가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던전 테마 판타지 소품집
판타지 장편소설 『오크 변호사』, ZA문학상 우수작 「성모 좀비 요양원」 등을 발표하고 「침착한 종말」로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유권조 작가의 연작 단편집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이 황금가지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던전을 탐사하는 RPG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하 1층부터 지하 12층까지 각 던전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마왕, 모험가, 용사, 드래곤, 골렘 등이 등장하는 열두 가지 에피소드를 군상극 형태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흔히 던전이란 ‘몬스터들이 보물을 지키고 있는 소굴’로 여겨지지만, 이 작품은 이런 단순한 정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던전의 다채로운 역할과 모습에 대해 고찰한다. 던전은 마왕이라는 상징적인 통치자 아래 규합한 각종 몬스터들의 멸종을 방지하는 동시에, 모험가가 탄생하는 일차적 원인이 되는 공간으로서 인간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성장 동력으로 일조한다. 물론 때론 거래와 속임수, 심지어 야합까지도 불사하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던전은 단순히 보물을 뺏고 지키려는 모험가와 몬스터 간의 싸움이 발생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몬스터 생태의 보고이자 전인미답의 탐사지, 때론 왕위 계승을 위한 정치적 은신처나 종교적 순례지가 되기도 한다.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이처럼 다양한 던전의 모습을 조명하는 동시에, 인간 중심의 영웅담 위주로 구성되어 왔던 던전에 대한 서사를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그 뚜렷한 차별점이 드러난다. 천성적으로 폭력과 살생에 거부감을 느껴 사무직을 택한 회계사 드래곤이나, 바다에서의 삶에 지쳐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100년 동안 분투해 온 크라켄의 일화 등 기존의 종 역할이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참신한 발상과 이야기가 때론 코믹하게 때론 신비롭게 펼쳐진다. 특히 작품을 읽어 나갈수록 각 던전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교차 등장하거나 언급되면서 더욱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던전은 늘 움직인다. 그 안에서는 항상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큰 사건이 없다고 해서 우리 세상이 쉬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던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던전은 살아 있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본문 중에서
입구 던전학 개론
옮긴이의 말
지하 1층: 고장 난 고기방패의 고민
지하 2층: 마왕 공개 경쟁 채용
지하 3층: 가짜 용사와 가짜 포션
지하 4층: 미믹 문답
지하 5층: 던전수석의 속사정
지하 6층: 던전 리포트
지하 7층: 회계 드래곤의 사무실
지하 8층: 크라켄과의 거래
지하 9층: 호화로운 새장의 왕자님
지하 10층: 숲 요정과 산 난쟁이
지하 11층: 자유 용사
지하 12층: 골렘과 이끼
던전을 나오며
부록: 데일리 던전
“후일 독자들이 이세계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소설의 문법과 형식을 비트는 흥미로운 메타 픽션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흔히 우리가 ‘이세계’라 부르는 다른 세계의 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한 것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저명한 던전학자이자 전직 모험가인 사사메토 쿤탄이 집필한 원서를 우리말로 옮긴 이가 유권조 작가라는 설정은, 처음부터 이 작품이 의도된 메타 픽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이러한 설정이 반영된 본문 역시 각 장의 에피소드마다 ‘입장 전 주의 사항’과 ‘탐사 보고서’라는 형식을 통해 옮긴 이의 설명을 앞뒤로 덧붙임으로써 독자들의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권말 부록에는 던전 전문 정보지인 《데일리 던전》 내용을 일부 수록하여, 본 작품을 관통하는 콘셉트에 완결성을 더한다. 모험가들이 모험 플랫폼에 종속된 신세라거나 대량 생산된 일회용 포션의 공병 문제 등을 다루는 《데일리 던전》의 최신 정보들은 본편에 이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데일리 던전》 한국어판의 더 많은 내용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읽을 수 있다.
■작중 대표 캐릭터 소개
사사메토 쿤탄
저명한 던전학자이자 전직 모험가로, 현재까지도 왕성한 저술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그의 14번째 저서로, 이 책의 원제는 『작자 미상의 기록물들을 통해 살펴본 지극히 단편적인 던전업 종사자들의 삶과 선후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사건들』로 알려져 있다.
유권조
사사메토 쿤탄이 집필한 이세계 서적인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을 우리말로 옮겨 대중에 보급했다. 『데일리 던전 특별 한국어판』 번역에도 일부 참여한 바 있다.
미믹
“저기요, 보물 상자가 말을 걸면 들은 척이라도 해 주세요.”
물건으로 위장하여 눈을 속이는 몬스터이다. 미믹은 보물 상자 따위의 모습으로 있다가 모험가가 다가오면 어두운 안에서 이빨을 꺼내 공격한다.
회계 드래곤
“드래곤이라고 다 살생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폭력과 전투를 싫어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드래곤으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 공부한 끝에 회계사가 되어 비전투직 사무원으로서 던전에서 근무 중이다.
크라켄
“나는 던전에서 일을 하고 싶다.”
바다에 서식하는 몬스터로, 거대한 문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깊은 바다에 살다가 폭풍과 함께 수면까지 올라와 지나는 선박을 촉수로 감아 침몰시키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크라켄을 몬스터가 아닌 신적 존재로 보는 시선이 있기도 하며, 항해에 앞서 크라켄에게 제물을 바치는 선박도 있다.
슬라임
“마왕님이야 슬라임이니까 금방 재생하시겠지.”
커 봐야 밥솥 정도로 자라는 크기의 끈적끈적한 액체질의 몬스터. 작중에서는 일부 던전에서 마왕 노릇을 하거나, 고체 비누를 체내에서 용해해 청소 목적으로 이용되는 슬라임이 등장한다. 슬라임은 비누 섭취로부터 약 3일 동안 청소용 스펀지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세계에서 ‘슬라임이 배탈이 났다’는 관용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