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체에는 전혀 신비스럽거나 마술적인 매력이 없소.
그 매력은 오로지 책이 말하는 내용에 있는 거요.”
황금가지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6주년 특별 기획!
브릿G에서 1년 동안 개최된 ‘같은 소재 백일장’ 참여작
12편을 엄선한 장르 단편 앤솔러지 출간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britg.kr)’ 6주년을 맞이해 개성 있는 장르 작가 10인이 참여한 단편집 『당신이 찾아 헤매는 건 책이 아니야!』가 황금가지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본 작품집은 브릿G의 독특한 창작 문화인 ‘소일장’에 참여한 작품을 선별해 엮은 것으로, 2022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년 동안 브릿G에서 매달 진행된 소일장 참여작 120편 중 월별로 1편씩의 작품을 엄선해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앤솔러지로 선보인다. ‘소일장’이란 같은 소재로 글을 쓰는 백일장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2017년 브릿G 오픈 직후부터 작가들의 자발적인 기획으로 30회차 이상 꾸준히 진행되어 온 글쓰기 이벤트이다.
읽고 있던 웹소설에 악플을 달았다가 다음 날 그 세계 속에서 낯선 천장을 마주하게 된 무협 빙의물부터 2004년 마비노기 귀신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정체불명의 버그를 다룬 오싹한 게임 호러, 부동산 문제나 산재 사망 사고 등 한국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는 사회파 소설, 행성 개척을 위해 떠나간 먼 우주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서정적인 SF까지, 수록된 12편의 이야기들은 1년의 시간과 계절을 다채롭게 넘나드는 장르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유권조 작가부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최초의 규칙괴담 테마 단편집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에 참여한 지야 작가 등 개성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본 도서는 브릿G 6주년을 기념해 무료 전자책으로 전격 공개된다.
참고로 『당신이 찾아 헤매는 건 책이 아니야!』라는 제목은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 『화씨 451』 속 문장을 인용한 것으로, 책의 형태를 넘어 다양한 이야기가 모이는 브릿G의 개성을 함축하여 담아내고자 했다.
“당신이 찾아 헤매는 건 책이 아니야! 당신은 낡은 축음기 음반에서, 낡은 영화 필름에서,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책에서 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자연 속에서, 그리고 당신 자신 속에서 찾아보시오. 책이란 단지 많은 것들을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의 한 종류일 따름이니까. 우리가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들을 담아 두는 것이지. 책 자체에는 전혀 신비스럽거나 마술적인 매력이 없소. 그 매력은 오로지 책이 말하는 내용에 있는 거요. 우주의 삼라만상들을 어떤 식으로 조각조각 기워서 하나의 훌륭한 옷으로 내보여 주는지, 그 이야기에 매력이 있는 것이오.”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중에서
■ 수록작 소개
새해에는 만나러 갈게 / 지야
평소 대외적인 활동을 꺼리던 나는 1월 1일을 맞이해 새로운 결심을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경상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오래전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의 ‘최애캐 생일카페’가 열리는 서울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이례적인 결심의 이면에는 나만의 작고 소중한 동기가 있었는데……. 주인공이 펫로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서브컬처 문화를 향유하는 순간들과 연결 지어 소소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봄꽃 고개 들거든 / 유권조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2월, 임금이 전쟁을 공언한 봄을 기다리던 백인대장은 쉰 명도 채 남지 않은 군병을 통솔하며 마지막까지 전선을 지키고 있었다. 한파와 군물 부족으로 병사들의 죽음과 탈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백인대장은 스스로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어명만을 기다리던 충직한 무관이 봄을 기다리며 맞이한 시간을 처연한 필치로 그려내는 작품.
좋은 아침입니다 / 루주아
무협지 애독자인 나는 즐겨 읽던 한 무협 웹소설이 연재를 중단하자 악플을 남긴다. 그리고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고 깨어났더니 소설 속 한 도관의 어린아이로 빙의해 버리고 말았다. 소설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던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문 밖으로 나가야만 했는데, 때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출 시도마저 번번이 가로막히고 만다.
보들레르는 오른손엔 트로피를, 왼손에는 신문지를 들고 나타난다 / 전효원
4월 4일,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시안 배우로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 안혜린은 시상자에게 노골적으로 성추행을 당하자 트로피를 내팽개치고 백인 남자 배우의 뺨을 때린다. 이 일이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되면서 오히려 비난 여론에 휩싸이게 된 안혜린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데, 한 허름한 식당에서 그녀를 찾아낸 사람은 바로 텍사스 사투리를 쓰는 일명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탐정’ 에르퀼 보들레르였다.
던전 오브 북스 / 유파랑
코엑스에서 열린 도서전에서 잔뜩 구매한 굿즈와 책을 물품 보관함에 넣는 순간, 나는 바닥이 없는 보관함의 깊은 구멍 속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게 된다.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난 뒤 마주한 것은 거대한 크기로 쌓인 책의 탑이었는데……. 읽히지 못한 책들의 원한으로 만들어진 책들의 지옥 속에서 3년 만에 탈출하게 된 한 적독가의 소회를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
6월의 노래 / 헤이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도착한 빙하 행성 A-6253. 그곳에 남아 행성을 테라포밍해야 하는 사람과,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야 하는 임무를 지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사시사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행성을 개척해 6월의 온화한 기후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기계가 고장 난 탓에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된다. 그러나 떠나간 연인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는 나는 모두가 탈출한 행성에 홀로 남아 있게 되는데…….
쥐 / 한소은(피스오브마인드)
재건축 하나만을 바라보며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은은 매년 7월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누수가 지겹기만 하다. 그러다 기어이 화장실에서 쥐를 마주치게 되고, 그날 이후부터 반복되는 스트레스성 환청에 시달리다 못해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다. 노후 아파트의 갖은 문제를 참고 견디던 주인공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환경과 심리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현실적인 호러 단편.
잊힌 일곱 번째 영웅과 보라 강물 던전 괴담 / 지야
8월에 접어들자 내가 운영하는 괴담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경쟁 채널에게 역전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구독자들의 흥미를 되돌릴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던 나는 SNS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나 받게 된다. 서비스 관리가 잘되지 않던 「칠색섬광」이라는 게임의 유저 이벤트로 괴담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것. 이에 흥미를 느낀 나는 제안을 수락하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괴담을 설계하기 시작하는데……. 2004년 마비노기 오픈베타 당시 정체불명의 캐릭터가 등장한 귀신 사건을 모티프로 차용한 게임 호러.
개구리울음 / 빗물
나는 어릴 때부터 9월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조부에게 수없이 듣곤 했다. 가을에 우는 개구리를 잡아다 약으로 쓰면 효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던 조부는 죽기 얼마 전 9월 개구리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전하고 세상을 떠난다. 한편 생계를 위해 간호사로 취직했던 동생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자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다 사고에 희생된다. 전쟁 트라우마와 인명사고 등 시스템의 부재로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사회구조를 묵묵히 직시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회고가 날카롭게 다가오는 작품.
오온의 범위 / 담장
‘온’이라는 연구자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 끝에 안드로이드 T-1874PA2를 만들어 낸다.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구현된 탓에 모든 감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던 안드로이드는 뉴로모픽 감정 조절 칩을 통해 더욱 심화된 감정에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게 된 안드로이드는 연구자 ‘온’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10월의 비극을 아련하게 회고한다.
직녀의 뜨개 교실 / 루주아
어느 날 마을 변두리에 정착한 여자는 쓸모없는 천에서 실을 뽑아내 새로운 옷을 만드는 놀라운 기술 덕분에 ‘직녀’라 불리게 된다. 이 수선공은 11월에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겸 뜨개 교실을 열었는데, 가난한 마을이었던 탓에 새 옷을 얻어 입게 된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은다. 고급 천과 배양육, 크레딧 등을 보유한 직녀의 정체는 바로 전의(戰衣), 즉 착용형 강화복을 제작하는 기술자였는데……. 사이버펑크와 무협 장르가 절묘하게 결합된 세계를 배경으로 여러 패러디를 차용해 사제지간의 우정과 성장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품.
우리가 새해 약속을 나눈다면 / 적사각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앞둔 때, 나는 시간을 돌려 1월부터 12월까지 상대와 함께할 수 있었을 법한 여러 가지 일들을 상상하며 행복한 감회에 젖어 든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1년이라는 시간의 주기에 걸쳐 담아내는 감성적인 작품.
브릿G 소일장에 대하여
기획자의 말
1월의 결심: 새해에는 만나러 갈게
겨우 2월: 봄꽃 고개 들거든
3월의 첫인사: 좋은 아침입니다
4월 4일: 보들레르는 오른손엔 트로피를, 왼손에는 신문지를 들고 나타난다
도서전에서 생긴 일: 던전 오브 북스
6월의 당신: 6월의 노래
7월마다: 쥐
최악의 8월: 잊힌 일곱 번째 영웅과 보라 강물 던전 괴담
9월 개구리: 개구리울음
10월의 비극: 오온의 범위
11월의 취미: 직녀의 뜨개 교실
12월의 약속: 우리가 새해 약속을 나눈다면
브릿G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