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의 3대 거장 로스 맥도널드의 걸작 미스터리
부유한 도시의 탐욕과 위선을 드러내는 탐정 루 아처의 활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언 형제 영화화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와 함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로스 맥도널드의 『블랙 머니』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해밋의 샘 스페이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와 마찬가지로 로스 맥도널드가 창조한 대표적인 탐정이자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캐릭터 루 아처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약혼녀의 마음을 빼앗은 수상한 외국인의 정체를 파악해 달라는 청년의 의뢰를 받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의문스러운 죽음들, 그리고 불법 사업으로 흘러가는 부정한 돈 ‘블랙 머니’와 맞닥뜨리게 된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듯한 상류 계급의 갈등과 위선을 하드보일드 특유의 절제된 스타일로 풀어내며 복잡한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작품으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걸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가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의 코언 형제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20년에 가까운 숙고 끝에 완성된
누아르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
부자들이 즐겨 찾는 테니스 클럽을 방문한 사설탐정 루 아처는 자산가의 아들인 피터 제이미슨이란 청년에게서 의뢰를 받는다. 이웃집에 살며 어린 시절부터 알아 온 그의 약혼녀 버지니아가 돌연 인텔리풍의 프랑스인 프란시스 마텔에게 홀려 약혼을 파기한 것이다. 제이미슨은 마텔이 사기꾼이며 심지어 진짜 프랑스인조차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처는 마텔의 행적을 뒤쫓고, 교양 있는 프랑스인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문답까지 준비하며 그의 정체를 파악해 보려 하지만 단서는 쉽사리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편으로 수사를 진행할수록 7년 전에 도박으로 재산을 잃고 자살한 버지니아의 아버지 로이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짙어지는 한편 새로운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블랙 머니』는 로스 맥도널드가 후에 회상한 바에 따르면 “막상 쓰기 전까지 가장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중심 아이디어를 거의 20년 가까이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 같다. 이를 어떻게 글로 풀어낼지, 그리고 중심 캐릭터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블랙 머니’의 원천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했다. 해가 갈 때마다 나는 계속 이 생각들로 돌아와 메모를 남기고, 또 그것을 예전에 남긴 메모들과 대조했다가 치우기를 반복하며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
냉소적이면서도 때로는 연민 어린 루 아처의 독백을 통해 상류 계급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욕망이 서서히 한꺼풀씩 드러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로스 맥도널드에 의해 범죄 소설로 재탄생한 『위대한 개츠비』’라는 평단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프란시스 마텔과 버지니아 파블론의 관계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데이지를 연상하게 하며, 화려한 표면 뒤로 감춰진 허망함이란 테마 역시 닮아 있다. 그러면서도 촘촘한 플롯과 특유의 절제된 스타일, 어둡고 묵직한 대단원에서 하드보일드 거장의 독창성과 솜씨를 여지없이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소설. 플롯과 캐릭터가 풍부하다. 소설의 대단원은 놀라우면서도 충격적이며 완전하다. 맥도널드의 비상하게 높은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이다.―《뉴욕 타임스》
재치 있고 지적이며 인간적인 한편으로, 여러 종류의 부패에 대한 연민 어린 이해가 엿보인다. 루 아처는 이제까지 나온 사설탐정 중 단연코 최고다.―《선데이 타임스》
로스 맥도널드는 단순히 우리에게 어떻게 쓰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사소하지만 중요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로버트 파커
기존에 맥도널드가 다뤄 온 테마들은 이 작품에서 더욱 명료하고 예리하게 그려진다. 그는 절제된 문장을 통해 『위대한 개츠비』의 슬픈 테마와, 세심한 관찰을 통해 포착한 현대 삶의 세부적인 단면을 결합하여 작품 속 캐릭터들로 하여금 한 개인인 동시에 특정한 유형을 대변하도록 하였다.―《더 뉴 리더》
■줄거리
사설탐정 루 아처는 어느 부유한 프랑스인 남성의 신원을 파악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스물네 살의 청년 피터 제이미슨은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해 온 버지니아 파블론의 마음을 정말 프랑스인인지도 의심스러운 남자 프란시스 마텔이 사로잡은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해 보이는 의뢰였으나 마텔의 신원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고, 조사를 진행할수록 7년 전 버지니아의 아버지 로이 파블론이 자살한 사건이 대두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