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15년 1월 26일 | 최종 업데이트 2015년 1월 26일 | ISBN 978-89-601-7970-7 | 가격 3,000원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김유정 십 년만의 신작
존재를 잃어버린 자들의 세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파고드는 『고래뼈 요람』 출간!
『영혼의 물고기』로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김유정 작가의 십 년만의 신작 『고래뼈 요람』이 황금가지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신화의 모티프를 차용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기념비적인 전작 『영혼의 물고기』를 잇는 작품으로, 미려한 문장과 날선 감각으로 충만한 신작 단편 「진저와 시나몬」과 중편 「고래뼈 요람」을 새롭게 선보인다.
황금드래곤 문학상 심사 당시 “끝까지 잃지 않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상당히 숙련되어 있는 글의 기술”을 극찬하며 “더 아름다운 글로 다시 만나게 될 작가를 지금부터 기다리게 된다”고 평했던 이영도 작가의 말에 화답하듯, 『고래뼈 요람』은 그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던 김유정 작가의 역량과 감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계인과 이방인, 단독자로서 공동의 운명체를 공유하는 이들의 감성을 치밀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삶 자체를 담담히 관조하는 시선이 깃든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듯 닮은 듯, 보다 고차원의 감수성과 세계관으로 확장되는 아름다운 감성 판타지를 선사한다. 『고래뼈 요람』에는 김유정 작가의 근황과 작품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최신 인터뷰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진저와 시나몬
고래뼈 요람
김유정 작가 인터뷰
『영혼의 물고기』 미리보기
“이름이 없거나 익명이거나 예명인 자들은 그렇게 떠돌 것이다.”
가짜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남녀의 달고도 씁쓸한 감성 단편 「진저와 시나몬」
여기, 가짜의 이름으로 더 익숙하게 삶을 가장하는 두 남녀가 있다. 컨트리 가수를 꿈꾸던 소녀에서 목적 없이 삶을 떠돌게 된 여자, 시나몬. 하루하루를 무용하게 보내고 있는 진저색 붉은 머리의 경찰, 케이트. 어디에나 있을 법한 24시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이들의 우연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익명성으로 일관한다. 아는 만큼만 관계하는 이들에게 남는 것은 오로지 가짜인 그 이름들뿐. 그들은 특별히 규정될 수 없는 관계를 끝없이 공전할 뿐이지만 때로는 ‘진저와 시나몬(생강계피)’이라는 그럴듯하고 귀여운 팀명을 이루며 어울려 지내기도 한다.
김유정 작가는 ‘본명이 사라진 가벼운 관계지만, 오히려 익명이기 때문에 드러낼 수 있는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대로 매듭지지도 않고 분류될 수도 없는 관계가 때로는 남은 날들을 지탱할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오늘날 관계 맺는 가장 흔한 방식이 익명인 것처럼 「진저와 시나몬」은 어쩌면 지금 가장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향성 없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사색이 담긴 뛰어난 감성 단편.
“우리 마을의 하늘에는 뼈만 남은 거대한 고래가 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떨어진 한 소녀의 정체는?
죽음의 세계를 뛰어넘는 삶에 대한 집요한 믿음을 간직한 작품 「고래뼈 요람」
크리스티안은 마을에서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거들며 살고 있는 열다섯 살 백발의 소년이다. 술을 마시며 사고를 치는 알코올중독 우편배달부 형 줄리크와 함께 백 살도 더 넘은 하숙집 여주인 이네스의 집에 산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거대한 고래 엔이 하늘을 점령하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마을은, 꿈으로 무장한 일시적인 몽환의 세계다. 살아생전 풀지 못한 인연들이 함께 닿는 이 세계에서 모두는 업보처럼 악몽 같은 관계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크리스티안과 이름과 외모마저 흡사한 ‘크리스티아네’라는 백발의 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단편 「진저와 시나몬」이 서로에게 끝없이 떠도는 인물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면, 「고래뼈 요람」은 거대한 두 세계를 교차하며 현실에서의 삶에 더 강하게 천착하는 이야기로 보다 폭넓은 생의 의지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꿈같은 죽음의 세계보다는 발붙이고 선 현실의 세계를 끊임없이 갈구하며 앞날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종용한다. 김유정 작가는 관계의 문제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과 남다른 감수성으로 같은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애틋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독자들을 끈기 있게 사로잡는다.
“……넘어가야 해. 넌 살아 있고 난 이제 죽었어. 너는 나의 꿈이고 기도지만, 나는 너의 병이고 어둠이야. 나는 너의 주변을 보이지 않게 도는 달이고 너는 나 없이도 스스로 회전하는 세상이야. 그러니 넌 우리처럼 되면 안 돼.” ―「고래뼈 요람」 중에서
*김유정 작가 포인트 인터뷰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연대기 세계관에서는 본명이 사람의 본질을 결정짓고 드러내는 열쇠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현대에서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내재된 힘만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본명이 사라진 가벼운 관계이면서도 오히려 익명이기 때문에 드러낼 수 있는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때로 불투명한 타인은 자신의 거울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가짜를 통해 진짜를 회복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