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티븐 킹이 33년간 쓴 일생의 역작, 『다크 타워』 제4부 출간!
폭주 열차 블레인과 숨막히는 대결, 그리고 롤랜드의 과거가 드러난다!
스티븐 킹이 작가 데뷔 이전부터 집필하여 2003년까지 무려 3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생의 역작으로 집필한 『다크 타워』(7부작)의 제4부 『마법사와 수정 구슬』(하)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스티븐 킹은 젊은 시절,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매료되어 반드시 자신만의 『반지의 제왕』을 집필하겠다고 다짐한 후,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석양의 무법자」에서 영감을 얻어 서부를 무대로 한 대하 판타지 장편소설을 집필하였다. 「다크 타워 시리즈」는 ‘총잡이’ 종족의 최후의 생존자 롤랜드가 암흑의 탑(다크 타워)을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장편소설로서, 1982년 첫 출간 이후 근 30년 가까이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마블 코믹스에서 만화로도 만들어져 출간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할리우드 최고의 대작 영화화 프로젝트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마법사와 수정 구슬』은 ‘어둠의 탑’을 향해 여정을 계속하게 된 총잡이 롤랜드 일행과 폭주 기관차 블레인과의 숨막히는 대결의 마지막 이야기와 롤랜드의 과거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티븐 킹의 대작 『다크 타워』가 완성되기까지.
『다크 타워』의 기본 컨셉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롤랜드 공자 암흑의 탑에 이르다(Childe Roland to the Dark Tower Came)」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롤랜드라는 인물(소설 『다크 타워』의 주인공 이름도 롤랜드이다.)이 어둠의 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스티븐 킹은 대학교 2학년 수업시간에 이 시를 처음 접하고는 그 분위기에 강렬하게 끌렸다고 한다. 이후, 『반지의 제왕』과 「석양의 무법자」를 결합하여 스티븐 킹만의 창조적인 판타지로 만들어내는데, 1부인 『최후의 총잡이』가 12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1982년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러나 출판사 관계자들은 스티븐 킹 스타일의 ‘호러’나 ‘스릴러’가 아닌 ‘판타지’라는 이유로 수십 만 부의 초판을 찍던 다른 작품과 달리 1만 부의 적은 부수를 초판으로 찍어 판매를 하였다. 그러나 『다크 타워, 최후의 총잡이』는 단숨에 매진되었음은 물론, 출판사는 미처 구입해서 읽어보지 못한 스티븐 킹 팬들의 성화에 시달려 끊임없이 증쇄를 찍어야만 했다.
1987년 2편이 출간되었지만, 결말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는 더 심해져만 갔다. 심지어는 암선고로 14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 사형 집행날을 기다리는 사형수에게 결말만이라도 가르쳐달라는 협박 반 애원 반 편지가 날아들기도 했다. 스티븐 킹 역시 스스로 “끝내는 것이 일생의 과업”이라고 말할 만큼 『다크 타워』에 대한 자신의 노력과 애착을 드러냈다. 그러나 1999년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며 스티븐 킹은 사경을 헤매게 되고, 『다크 타워』는 영원한 미완성작으로 남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다섯 번의 대수술과 극심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때 은퇴까지 시사하기도 했던 스티븐 킹은 다행히도 몇 년 뒤, 건강을 회복하고 가장 먼저 『다크 타워』 7부작을 완결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때 1부 『최후의 총잡이』를 다시 손보아 출간하였는데, 이 판본은 과거 판본이 가진 여러 오류를 바로 잡았음은 물론이고, 「다크 타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의미를 부가하였다.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판본은 바로 이번 최종 2003년 판본이다. 「다크 타워 시리즈」는 2004년 완간되었으며, 직후 「다크 타워 시리즈」 7부작 전권이 서점 베스트셀러를 1년 가까이 석권함으로써 스티븐 킹의 파워를 다시 한번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확인시켰다.
“다크 타워 시리즈는 정교하게 다듬은 장치들, 경천동지할 만남, 가슴을 옥죄는 비극으로 가득 차 있다. 최후에는 그 모든 조각들이 오로지 이야기 본연의 힘과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한데 결합한다. 킹을 헐뜯는 무리는(가끔은 소리 높여 모함하는 이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다크 타워 시리즈는 오로지 이야기의 힘만으로 우뚝 쌓아올린 거대한 탑이다. 킹은 언제나 이야기를 지고의 가치로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그가 평생에 걸쳐 써온 40종이 넘는 장편 소설과 수백 편에 이르는 단편들이 그 믿음을 증명한다. 겉으로 보면 다크 타워 시리즈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 모습과 색을 부여하는 이야기와 서사의 힘에 관한 작품이다. 그러나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무대 아래에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가치들, 즉 애정, 상실, 비애, 명예, 용기, 그리고 희망이 숨 쉬고 있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가치가 바로 ‘두 번째 기회’라고 하는 구원의 가능성으로서, 이는 킹에게 친숙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계획을 완성하는 동안 킹은 독자들의 신뢰를 지켰으며, 그 자신의 두 번째 기회를 더할 나위 없이 잘 살려냈다. 다크 타워는 우아하고 환상적인 서사시이자 진정한 걸작으로서, 실로 오래도록 사랑받을 작품이다.” -워싱턴 포스트
스티븐 킹만의 『반지의 제왕』이 묘사한 인류의 미래
스티븐 킹은 신비한 고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반지의 제왕』과 달리 핵전쟁 이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판타지 소설을 집필하였다(작품에는 정확하게 이곳이 현재의 미래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여러 암시를 통해 이를 드러낸다.). 핵전쟁 등 각종 현대 무기의 오남용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설정은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었는데(『스탠드』, 『미스트(안개)』, 『셀』), 『다크 타워』는 그러한 설정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작품 중에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설정처럼 ‘순종’ 동물이 소중해진 시대임을 끊임없이 묘사하고 있으며, 어둠 속에서는 인류의 변종인 느림보 돌연변이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막의 버려진 역에서는 과거에 사용되던 핵발전기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버려진 지하철역에서는 화학무기에 의해 죽은 시체가 즐비하다. 그러는 한편 「헤이 주드」 같은 노래가 구전된다거나 『아서 왕의 전설』, 『성서』 등이 남아 있기도 하다. 3부 『황무지』에선 안드로이드로 의심되는 폭주 거대 곰이 등장하는데, 곰의 몸 속에는 오래전 문명 세계에서 만들었을 거라 추측되는 기계장치(회사 이름까지 노출된)가 나와 현대 인류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시 러드에서 열차를 타고 보게 되는 황무지의 세계는 방사능 낙진으로 변해 버린 세상이기도 하다.
“1970년, 스물두 살의 스티븐 킹이 언뜻 떠오른 문장(“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났고, 총잡이가 그 뒤를 쫓았다.”)을 끼적거렸다. 밋밋하고 함축적인 문장이었지만, 그 한 줄이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눈앞에 쌓인 다크 타워 시리즈를 보며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스티븐 킹이 쓰지 않았다면 누가 이걸 읽으려고 할까?” 허튼 질문이 아니리라. 다크 타워는 킹의 야심이 새겨진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킹은 자신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차용하여 그의 전 작품을 아우르는 거대한 이야기 세계를 창조해냈다. 각 권의 맨 뒷장을 보면 타자기 위에 몸을 숙인 젊은 시절의 킹과 최근의 킹이 얼굴을 나란히 하고 있다. 전하는 바는 간단하다. 애독자들이여, 거장의 진면목을 알고 싶으면 탑을 향한 여행에 동참하라” -뉴욕 타임스
다크타워 4부 줄거리
<하권>
“너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그래도 탑은 여전히 닫힌 채로 너에게 맞설 것이다.”
수전과 롤랜드의 열애는 끔찍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사랑과 임무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롤랜드는 섬뜩한 다크타워의 환영을 보는데… 그리고 현재의 롤랜드 일행, 그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기이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편집자 리뷰
▶ 다크 타워 주요 언론사 서평
오로지 이야기의 힘만으로 우뚝 쌓아올린 거대한 탑. ―워싱턴 포스트
30년 전, 스물두 살이던 풋내기 작가가 끼적거린 단 한 줄이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작가적 야심이 새겨진 기념비 같은 작품. ―뉴욕타임스
매혹적인 세계가 당신을 기다린다. 늦기 전에 입장권을 사도록. ―보스턴 글로브》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천재적 솜씨를 보여주는 증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비범하고, 신선하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작품. -북리스트
거대한 신화적 상상력을 담은 인상적인 작품. 스티븐 킹의 가장 위대한 문학적 위업이 될 것이다. -아틀랜틱 저널-컨스티튜션
섬세한 상상력과 뛰어난 기교가 만난 작품 -위치타 이글
▶ 다크 타워 주요 인터넷 사이트
http://www.stephenking.com|스티븐 킹 공식 홈페이지
http://stephenkingfan.tistory.com|스티븐 킹 한국 팬 블로그 조재형
http://cafe.naver.com/mscbook|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카페
<해설> 세계 최장 판타지 시리즈 「구인 사가」의 저자 구리모토 가오루의 다크타워 서평
구리모토 가오루(세계 최장 판타지 시리즈 「구인 사가」의 작가이자 평론가. 2009년 5월 타계.)
저는 스티븐 킹과 인연이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예 인연이 없는 사이도 아닌 것이, 『그린 마일』 시리즈 가운데 한 권에 해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교정쇄를 읽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춤』이라는 에세이집도 읽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저는 호러 소설을 써서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주제에 정작 스스로는 겁먹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킹의 소설은 되도록 안 읽으려고 하지요. 게다가 과문한 탓에 이 「다크 타워」라는 시리즈는 금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크 타워’를 읽고 나니 제가 이때껏 지니고 있던 킹의 이미지가 조금은 변한 듯도 싶군요.
시리즈 각 권의 여는 글에서 스티븐 킹은 ‘세상에서 제일 긴 판타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곧바로 좌절하고 말았다는 내용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킹 선생한테 좀 미안하게 됐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뒤이어 그런 저한테 「다크 타워」 3부의 해설을 맡긴 편집자는 꽤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긴’이라거나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또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등등, 무엇이든 간에 ‘세계 최고’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는 작가라면 당연히 품게 되는 법입니다. 어쩌면 무엇보다 큰 꿈일 테고요. 물론 그 모두를 겸비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려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모름지기 작가란 모름지기 업이 깊은 인간이기도 하지요. 아직 읽는 도중이기는 합니다만, 이 「다크 타워」를 읽다 보니 오랜만에 이런저런 감회에 젖게 되는군요.
「다크 타워」 시리즈는 이른바 ‘다크 판타지’입니다. 저는 무슨 까닭에선지 그 말 자체가 재미있더군요. 요즈음 이른바 ‘라이트 노벨’이나 ‘라이트 판타지’라는 장르가 유행하는 중인데 이쪽의 ‘라이트’는 가볍다는 의미로서 ‘다크’와 대비되는 것은 아닙니다(혹시라도 전문용어로서 정확히 대비되는 의미라면 미리 사과를 구합니다.). 이러한 라이트 노벨의 전성기인 지금(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지도 모릅니다만) 이 다크 타워처럼 ‘다크’하고 ‘헤비’한 판타지가 인기를 끌다니, 무척이나 흥미있는 일입니다. 다크한 판타지라고 하면 저 같은 사람은 마이클 무어콕이 쓴 「엘릭 사가」를 떠올리게 마련입니다만, 다크하기로 따지면 「다크 타워」 쪽이 단연코 최고이지요. 스티븐 킹 본인은 ‘세상에서 제일 긴 판타지를 쓰려다가 좌절했다’라고 말합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뭣합니다만, 실제로 세상에서 제일 긴 판타지를 쓰는 제가 말씀드리자면 스티븐 킹의 포부는 좌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쓰는 「구인 사가」 시리즈가 「다크 타워」와 비교하여 얼마나 라이트한가 하는 문제는 저 스스로 말씀드릴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거북이 같은 몸뚱이를 지닌 뱀은 뱀으로 부를 수가 없거니와(맙소사, 무슨 이런 비유를!), 뱀처럼 기다란 몸뚱이를 지닌 거북이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퉁퉁한 뱀이라고 해봐야 고작 아나콘다이고, 세상에서 제일 큰 거북이라고 해봐야 몸 길이가 너비의 배 이상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얘기하면 할수록 시시한 비유이기는 합니다만 ‘무거운 놈은 날지 못한다’라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습니까, 「다크 타워」 시리즈가 100권이 넘게 이어진다면 좀 무섭지 않습니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저는 이 「다크 타워」에 그려진 세계가 마음에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100권까지 이어진다고 하면, 솔직히 말해 감당하기 힘듭니다. 역시 예닐곱 권, 아니면 열 권 정도로 ‘와, 굉장하다. 과연 스티븐 킹이야. 역시 킹(king)이라니까.’ 이렇게 기뻐하면 좋을 만한 중량급 ‘다크 노벨’이면 그 자체로서 훌륭하지 않을까요. 「다크 타워」 시리즈는 무서울 정도로 공들인 구성에 문체도 등장인물도 중량감 만점이니까요. 게다가 어두우니 어쩌니 해도 가장 감탄스러운 점은 바로 주인공 롤랜드가 심한 부상을 입고 빈사 상태가 되어서도 멈추지 않고 싸운다는 사실입니다. ‘용케 안 죽네. 이 녀석 혹시 사이보그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근성 있는 주인공이지요. 라이트 노벨이라면 냉큼 끝내버렸을 텐데 말입니다.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음산하고 참혹한 분위기가 빚어내는 묵직함이지요. 누구도 아닌 스티븐 킹만이 이토록 기괴하고 매혹적이며 어두운 세계를 꾸준히 써내려갈 수 있습니다. 실로 중량감과 사실감이 가득한 작품, 따라서 작가가 힘을 내면 낼수록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그 ‘묵직함’은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매력적인 동시에 약점도 지니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몸 상태가 안 좋을 때에는 읽을 마음이 안 든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몸 상태가 최고로 좋을 때 이 책을 읽고 어두움에 젖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스티븐 킹을 읽을 시간’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뭐랄까, 세상도 인간도 신물이 날 때, 다른 세계로 가버리고 싶을 때가 아닐까요. 그런 기분이 들 때 「다크 타워」 시리즈를 끼고 읽다 보면 그쪽 세계로 완전히 건너가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쓴 「구인 사가」 시리즈는 세상에서 가장 긴 판타지이자 십중팔구 ‘세상에서 가장 빨리 읽는’ 판타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독자들께서 읽기가 무섭게 ‘다음 권은?’ 하고 외치시니 말입니다. 스티븐 킹도 「다크 타워」 시리즈가 안 나오는 동안 재촉 편지를 산더미처럼 받은 나머지 이러다 편지에 깔려죽지나 않을까 겁이 났다고 합니다만, 킹의 경우는 살짝 다른 것 같습니다. 킹의 애독자들은 아마도 ‘황천으로 데려다줄 마법열차가 파업 때문에 운행을 멈췄다!’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롤러코스터가 중간에 멈춰 서버린 느낌이었으니까 말이지요.
자, 그러니 뱀은 거북이 될 수 없고 거북은 뱀이 될 수 없는 법입니다(물론 뱀목거북이라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봐야 뱀보다는 짧으니까요.). 거북한테는 거북 나름의 고혹스러운 멋이 있고 뱀한테는 뱀만의 매력이 있겠지요. 스티븐 킹의 특기라면 역시 이 「다크 타워」의 ‘어두움’과 ‘잔혹함’, ‘묵직함’, ‘다크함’, ‘바닥 모를 암흑’ 등일 것입니다. 그것이 있어야만 스티븐 킹의 이름값을 한다고, 또 그것이야말로 스티븐 킹 팬들이(저 또한 그렇습니다만) 빠져나오지 못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라이트 판타지와 라이트 노벨이 전성기를 맞은 이 경박단소한 세계에서 ‘이거 무거운걸!’ 하는 느낌이 드는 고딕 판타지의 세계가 우뚝 서도록 하는 힘일 것입니다. 마치 태곳적에 세워진 거석 같다는 느낌, ‘스티븐 킹, 과연 대단해!’ 하는 느낌이 들도록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건대 읽다보면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부분(말하자면 ‘이렇게 바쁜 와중에 그딴 여자 따윈 내버려두란 말이야!’라거나, ‘가재괴물이 몰려오잖아, 빨리 바닷가로 돌아가란 말이야!’ 이런 대목 말입니다.), 조마조마하게 하는 부분, 아슬아슬한 부분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러한 느낌 자체가 곧 스티븐 킹의 솜씨에 걸려들었다는 증거이지요. 그러다보니 저는 무엇보다도 가재 괴물이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그때부터 줄곧 ‘대드, 어, 첨?’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까요.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작가 스티븐 킹이 지닌 무서운 저력’을 깨닫게 되는 곳일 겁니다. 또한 ‘라이트’니 ‘다크’니 따지기 전에 ‘사실 판타지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고요. ‘어디에도 없는 세계’를 오로지 작가의 힘 하나로 생생하게 존재하도록 하는 것, 독자에게 ‘틀림없이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다크 타워」에서는 현실 세계와 기괴한 평행 세계가 뒤얽힌 가운데 치밀하게 짜놓은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그 거대한 이야기 자체보다는 역시 ‘저 가재 괴물 맛있을까?’라거나 ‘으악, 뎅겅 잘린 형의 머리가 굴러오다니!’ 같은 느낌이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제발 부탁이야, 그만 됐으니까 이제 그만 잠 좀 자게 해줘!’라고나 할까요. 그러한 느낌 속에서 어디에도 없는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와 함께 우리가 사는 이 현실로부터 멀리 있으리라 여겼던 또 하나의 생생하고 기괴한 세계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틀림없이 이곳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세계가 말입니다. 그 세계는 또렷해지면 또렷해질수록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을 공격하고, 소외시키고, 침식하며, 때로는 우리로 하여금 아예 잊도록 합니다. 결국에는 다크하든 아니든 간에 그러한 힘이 있는 판타지만이 ‘문학’에는 없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의 힘을 지니며, 그러한 힘이 없는 판타지는 한 번 읽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오락용 읽을거리로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다크 타워의 세계는 꽤나 감질나면서도 감칠 맛이 나고, 한편으로는 어딘가 갑갑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빠지고 나면 정말이지 굉장하지요. 발을 빼기가 힘들다고나 할까요. 끌어당기는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과연 ‘제왕 킹’으로 불릴 만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크 타워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래, 역시 킹은 순진한 사람이야.’라는 이상한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릅니다만, 결국 판타지란 ‘이상향’을 향한 불멸의 동경으로부터, 또 ‘여기가 아닌 이상한 세계’, ‘다른 세계’를 향한 순수한 동경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한 읽는 이를 사로잡고 움직이도록 하는 힘을 지니지 못합니다. 머리를 써서 궁리해낸 이공간은 대개 현실의 따분한 은유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스티븐 킹은 분명히 제왕인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꿈꾸는 소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귀엽기까지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린 마일』을 읽을 당시에도 ‘아, 이 사람 참 천진하구나.’ 하는 감상을 받았던 것도 같습니다. 스티븐 킹이 이처럼 순수한 동경을 간직하는 한 아무리 다크한 판타지라고 해도, 말하자면 아무리 기괴하고 무겁고 읽기 벅찬 판타지라고 해도, 아니, 오히려 그러하면 그러할수록 킹만이 지닌 색다른 ‘꿈의 힘’으로써, 지금 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독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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