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영도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1999년 7월 5일
ISBN: 89-827-3209-8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00쪽
가격: 7,000원
분야 판타지
1998년 대형 베스트셀러로 부상하여 판타지 소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드레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가 펴낸 장편 소설. <미리를 걷는 자>란 고인 물의 표면을 통해 과거든 미래든 원하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무녀를 말한다. 이들은 목격한 미래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인도하는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불행의 가능성에 위협당하는 미래와 그 시간을 긍정하는 것은 사실 자기 기만일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1. 시인의 귀환 2. 시간 속에 던져진 파멸의 닻
1998년 대형 베스트셀러로 부상하여 판타지 소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드래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의 최신 장편 소설.<퓨처 워커>는 1998년 10월부터 1999년 6월 말까지 PC통신 하이텔의 연재란에 올라 총 18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드래곤 라자의 하이텔 총조회수 90만의 꼭 두 배에 달하며, 이 작품과 작가 이영도에 대한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책으로 출간된 <퓨처 워커>는 발간 5주 동안 14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판타지 종족들을 등장시켜 타자(他者)와 소통의 알레고리를 제시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는 유일한 지적 존재인 인류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했던 <드래곤 라자>에 이어, 신작 <퓨처 워커> 역시 <시간>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움켜잡는다. 퓨처 워커, 즉 <미래를 걷는 자>란 고인 물의 표면을 통해 과거든 미래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무녀(巫女)를 가리킨다. 이들은 목격한 미래를 어떻게든 바꾸려는 예언자와는 다르다. 퓨처 워커가 보는 것은 진짜 미래, 결코 변할 수 없는 미래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주인공이 물그릇에서 본 그대로 사고를 당해 죽는다. 주인공은 장차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될 사람을 물을 통해 본 그대로 만나고 사랑한다. 그녀는 여행의 끝에서 남편이 죽을 줄 알면서 길을 떠나고, 출산으로 죽게 될 것임을 알면서 아이를 갖고, 열 살도 되기 전에 병에 걸려 죽게 될 아들을 낳기로 되어 있다.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빌어 시간이라는 항구 불변하는 요소를 흔듦으로써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퓨처 워커 미 V. 그라시엘이 운명에 대한 순응을 대변한다면, 거부(巨富) 신스라이프는 온 세계에 미래의 상실을 조건으로 한 영생을 제안하면서까지 죽음을 거부하고 영생을 얻으려 한다.이 지점에서 작품의 주제는 예정론과 종말에 대한 기독교적 사유에 잇닿아 있다. 시간을 긍정하고, 불행의 가능성에 위협당하는 미래를 긍정하는 것은 사실 자기 기만이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이 딜레마 속에 존재하는 삶, 그리고 희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것이 작가의 물음이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대륙의 북쪽 나라 헤게모니아의 무녀 미는 시간에 무언가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시축(時軸)이 있는 북해를 향하여 길을 떠난다. 자이펀 검사 운차이와 여도둑 네리아 등 <드래곤 라자>에서 친숙해진 여러 인물들의 발걸음이 그녀의 여로와 엇갈리고, 저마다의 모험이 펼쳐지는 가운데 서서히 온 세계를 파멸시킬 대사건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들의 <현재>가 점점 고정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꽃은 피지 않고 과일은 썩지 않으며, 미래는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과거가 현재를 따라잡는다. 그에 따라 과거의 괴물들이 되살아나고 그때의 영웅들도 되돌아와 피튀기는 전투를 벌인다. 시간의 흐름을 정상으로 만들고 미래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행로는 마침내 한곳으로 모여들고, 서서히 회전하는 시간축 앞에서 <퓨처 워커> 미와 남국의 바다 사나이 신차이, 추격당하는 반역자 할슈타일 후작과 어린 골드 드래곤 아일페사스, 오크의 친구인 도박꾼 마법사 레이저와 실연에 상처받은 처녀 파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심판자가 되어 결단을 요구받는다. <시간이란 누구의 것인가? 영원히 계속되는 현재와 피할 수 없는 미래,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드래곤 라자>에서 창조한 세계를 배경삼고 있고 인물들도 일부 겹치며 시간적으로도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가 끝난 뒤로부터 이어지지만, ⌈퓨처 워커⌋는 ⌈드래곤 라자⌋의 후편이 아니다. 작가는 ⌈드래곤 라자⌋의 1인칭 관찰자 서술 방식을 버리고 직접적으로 사건을 다룸으로써 그때그때 개별 인물들에게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진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작가 특유의 풍부한 유머와 입담이 종횡무진하는 점은 전작과 변함이 없다. 그러나 켄턴 성을 공격해 오는 죽음의 기사들에 맞서는 대마법사 솔로처와 천공의 3기사의 전투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거대 스펙터클이나, 엇갈린 사랑을 쫓아 대평원을 건너는 세 남녀가 던져주는 가슴 저릿한 안타까움은 한결 더한 깊이와 폭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