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파일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한국편) 24 | 분야 추리·스릴러
의문의 살인사건 뒤에 숨겨진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 『B파일』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B컷』에서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한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로 독자들의 극찬을 받았던 최혁곤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최신작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도망자가 된 은행원, 그와 연락하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특종이 있음을 직감한 신참 기자, 살인 청탁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워진 트랜스젠더 킬러, 오랜 지기가 의문의 죽음을 맞자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든 고참 기자. 이들 각자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모이면서 디지털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낸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십여 년 동안 여러 추리 단편과 장편을 발표하며 실력을 다져온 저자는 이번 신작에서 웰메이드 한국형 스릴러의 방향을 제시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특유의 흡인력과 꽉찬 구성,
그 안에 담긴 한국 현대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
최혁곤 작가는 전작 『B컷』에서 스피디한 전개와 놀라운 흡인력,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사회 비판 의식 등 현대 추리 스릴러의 미덕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한국적 색체를 잘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B컷』은 출간 즉시 여러 영화사들이 판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을 정도로 충무로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번 작품에서도 서울이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을 한순간에 긴장감 넘치는 활극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네 명의 등장인물이 펼치는 각자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6년이라는 오랜 구상과 집필 기간으로 다져진 소설적 완성도와 더불어 만족감을 극한까지 상승시키는 한편, 한국 현대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의 실체를 드러낸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혐오가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이끄는데, 작중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조선족 출신의 은행원은 한국에서 배척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는 한국의 은행권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지만, 한순간에 살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극악무도한 살인마 취급을 받는다. 뉴스에서 그에 관한 악의적 뉴스가 쏟아지고, 인터넷 등을 통해 혐오와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한국 사회에 이주민 혐오증이 뿌리깊게 내재되어 있음이 작중 인물들의 입을 통해 설명된다.
“저거 다 중국산이야. 믿으면 안 돼. 모래바람도 중국산, 마스크도 중국산. 우리 어릴 땐 어디 황사 같은 게 있었나. 이젠 별 희한한 게 다 넘어온다니깐. 나라 꼴이 이렇게 개판인데 다들 어쩌려고 저러나 몰라. 젊은 놈들은 툭하면 시청 앞에 몰려가서 데모질이나 하고.”-본문 중
줄거리
조선족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탄탄대로 길을 가고 있던 리영민. 같은 조선족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잠든 다음 날, 모텔방에서 눈을 뜬 그는 전날 동석했던 조선족 여인이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급히 모텔을 빠져나가 모임을 주선했던 이에게 전화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다름 아닌 경찰. 주선했던 이가 살해당했으니 참고인으로 출석하라는 것이다. 순식간에 두 명을 죽인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그는 급히 몸을 숨기고, 자신을 도와줄 이들에게 보호를 요청한다. 한편 트랜스젠더 킬러 미호는 의문의 CD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나서지만 목표물이 누군가에 의해 대신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던 그에게 강력한 위협이 닥쳐온다.
의문의 살인사건 뒤에 숨겨진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로서,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시리즈 24번째 편이다. 생생한 묘사와 빠른 전개, 탄탄한 구성으로 극찬을 받았던『B컷』의 작가 최현곤이 야심차게 내놓은 최신작이기도 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도망자가 된 은행원, 그와 연락하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특종이 있음을 직감한 신참 기자, 살인 청탁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워진 트랜스젠더 킬러, 오랜 지기가 의문의 죽음을 맞자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든 고참 기자…….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그들의 스토리는 점차 하나로 수렴하면서 디지털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낸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불편하면서도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웰메이드 한국형 스릴러의 미덕과 한국적인 가치가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솔직히 최혁곤이라는 작가나 그의 작품에 대해선 이번 을 접하기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했을때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대충 어림짐작으로 요즘 출판계의 대세인 엔터테이먼트류의 그렇고 그런 작품으로 생각했더랬습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잘나가는 제약회사의 특효약을 카피하여 무임승차 하려는 시도처럼 대세에 편승하여 살짝 플롯과 내러티브를 변형하여 흥미 본위 위주로 서술해 나가면서 희석해 버리는 경우들 말입니다. 사실 이러한 작품들 많이들 있는 것도 현실이고요. 워낙 요즘 독서 흐름 자체가 오랜 생각보다는 읽는 당시의 흥미를 우선시 하다 보니 우후죽순격으로 이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기대감 없이 출발했습니다.
대체로 흥미본위에 집중하다 보면 속빈 강정처럼 남는게 없고 사유에 올인하다 보면 시쳇말로 재미없는 소설로 독자들에게 외면당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아닌 딜레마에 빠져 있는게 요즘 풍토이기도 합니다. 이러면에서 이번 작품은 크게 숨막히는 추격전과 도망전이라는 흥미와 조선족 문제 개인신상의 보호문제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절묘하게 섞어 놓아다는 점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는 작품과 오버랩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외국작가 특히 일본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파워게임에서 밀렸던 국내 작품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라잡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고요. 우리도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판 블록버스터로서 손색 없을 만큼 시각적인 면이나 내러티브의 짜임새, 등장인물들의 유니크한 특징등이 먹음직스럽게 잘 버무러져 있는 작품이라 할까요. 한마디로 진흙속에서 진주를 건진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약간 러프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만하면 다음 작품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은 흥미 이면에 조선족(새터민등) 문제를 자기 정체성으로 볼 것이냐 대한민국 사회의 비뚤어진 폐쇄성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해외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과 대접은 그대로 옛날 당했던 방식을 재현하다 못해 더해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문제이지 않나라는 개념들과 조지 오웰의 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우주그룹의 빅 데이터라는 또 하나의 독재를 보여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들의 신상명세가 천하에 공개되고 일부 특정권력에 독점됨으로써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속의 하나의 유기체에 불가한 파일(데이타)로만 인지되는 세상에 대한 경고와 이를 파헤치는 힘 없는 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디스토피아적인 뉘양스도 강하게 비쳐지고 있습니다.
또한 특이한 점은 마지막 에필로그를 접하면서 다소 황당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동안 숨막히는 내러티브를 따라 온 독자들은 더욱 더 갑자기 등장하는 시츄에이션에 당황하지만 요게 이번 작품의 별미인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론 뒷맛이 무거웠는데 북측 VIP의 등장으로 인해 산뜻하게 한번 웃을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 프롤로그를 별 생각없이 뛰어넘어(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전체적인 내러티브와 아무런 연관 고리 없는 별개의 내용으로 비쳐지지 때문이겠죠) 처음과 끝을 이번 같은 구도로 편성했다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와 비견해도 크게 손색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내러티브의 향연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이번에 이인화 작가는 라는 작품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고 그 반응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번 계기로 국내 작품들도 충분히 경쟁력있고 재미있다는 사실 그리고 독자들이 갈망하는 작품들이 다수 선을 보였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