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해로, 최철진, 최경빈, 진위명, 진위명, 원상이, 김보람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일: 2012년 12월 17일
ISBN: 978-89-601-7490-0
패키지: 반양장 · 400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한국편) 23
발행일 2013년 1월 7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1월 7일 | ISBN 978-89-601-7493-1 | 가격 8,400원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가 되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태어나는 아이들이 모두 외계인이라면? 인류의 종말을 전제로 극한의 상상력을 담은 종말문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집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종말문학 공모전과 신체강탈자 공모전의 응모작 300여 편 중 엄선된 일곱 편의 단편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여자가 남자가 된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10개월)’, ‘물로 인해 자살 바이러스가 퍼진다면?(베르테르 증상)’, ‘인류가 종말에 이른 후, 외계를 탐사하고 돌아온 로봇 탐사선에 비춰진 지구의 모습은?(귀환)’, ‘어느 날 태어난 아이가 외계인이고, 그들이 커서 도플갱어처럼 부모를 대체한다면?(미래도둑)’, ‘한국 근대 문학 <운수 좋은 날> 등을 패러디한 종말물(운수나쁜날)’, ‘외계인들이 지구 정복을 위해 금연을 시킨다면?(금연클럽)’, ‘아이돌 가수와 삼촌팬이 세상을 지배한다면?(HOOK)’ 등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일곱 편의 종말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 「미래도둑」은 연극으로 대학로에서 상연되었으며, 「운수 나쁜 날」은 KBS 라디오에 극화되었을 만큼 출간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전 세계적인 트랜드로 자리잡은 종말문학은 무엇인가?
인류나 지구, 혹은 여러 의미에서의 종말을 다룬 종말문학은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100여 년 전,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우주전쟁』을 시작으로 싹을 틔운 종말문학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핵전쟁 위협으로 인한 첫 번째 융성기를 맞이했다. 이 당시 발표된 작품 중에는 세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나는 전설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최후의 인류를 그린 네빌 슈트의 『해변에서』, 스티븐 킹의 대작 『스탠드』 같은 본격 종말문학에서부터, 마이클 클라이튼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아서 C 클라크의 『태양계 최후의 날』, 『유년기의 끝』과 같은 SF를 비롯하여, 오에 겐자부로 『핀치러너 조서』, 왕리슝 『황훠(黃禍)』 등 아시아 거장의 작품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라이보위츠를 위한 송가』, 『세계가 충돌할 때』, 『고양이의 요람』, 『아아, 바빌론(Alas, Babylon)』, 『지구는 죽지 않는다(Earth Abides)』, 『기나긴 내일(The Long Tomorrow)』, 『잔디의 죽음(No Blade of Grass)』등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1950~1980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말문학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종말문학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세기말의 도래와 불투명한 미래, 9.11 테러 등 새로운위협 다가오면서 최근 종말문학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드』, 『눈 먼 자들의 도시』, 『세계대전Z』 등의 베스트셀러가 두 번째 종말문학의 융성을 이끌고 있는 대표작들이다.
종말을 통해 한국 사회의 거친 단면을 들여다본다.
종말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10개월」은 어느 날 여자들이 모두 남자가 되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세기말적 상황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아내가 남자로 바뀌자 폭력적인 가장으로 돌변한 사내, 인터넷 화상채팅에서 외모로 큰 돈을 벌던 유명 VJ였으나 남자가 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남(여자에서 남자로 바뀐 이들을 작품 속에서 일컫는 말), 얼마 남지 않은 여성을 납치해 인신매매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 서려는 남자, 여성성을 지키는 것을 종교적인 맹신으로 바라보는 목사, 트랜스젠더가 되었으나 다시 남자로 바뀔까 전전긍긍하는 여인 등 세기말 적 세상에서 인간성을 잃고 혼란을 겪게 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미래도둑」 역시 부모와 똑같이 생긴 돌연변이 아기들이 순식간에 성장하여 이성 부모와 성관계를 맺고 그 부모를 대체하는 끔찍한 상황이 연출된다. 아내와 꼭 닮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과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치르고 임신시키는 패륜적 세계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빗대어 묘사한다.
“더 이상 한강엔 구조요원이 없다. 임신율은 낮아지고 자살률이 높아졌다. 인구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종교인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을 버렸다.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싸울 것 같던 이라크와 이란도 전쟁을 멈추었다. 잠정적인 휴전이긴 했지만 이슬람 전쟁이 막을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북한과 휴전 협정을 맺었다. 그리하여 이 지구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지만, 이데올로기의 반의어는 평화였다. 그러나 이 평화는 결코 안락하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인류는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렸다. 아무도 내일을 기대하지 않았다. 인류는 다만 오늘을 살았다. 그래서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살아있기 허무해서 자살하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인류는 아기를 낳지 못하게 되면서 희망도 갖지 못하게 된 것 같았다. 인류가 낳고 있는 것은 아기가 아니라 절망이었다. 그리고 그 절망은 순식간에 자라나 어미와 아비를, 마지막엔 인류를 삼킬 것이다.” -「미래도둑」 중
줄거리
10개월
어느 날, 갑자기 여자들이 남자가 된다. 전염병처럼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남자 변이 증후군은 세상의 모든 것을 뒤바꾼다. 엄마조차 남자가 되어버린 가정은 철저히 무너지고, 연인을 잃은 남자들은 인신매매 등의 범죄를 통해 성을 갈구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남은 여성은, 아직 출산하지 않은 임산부들뿐. 과연 그들마저 아이를 출산한 10개월 후,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베르테르 증상
갑자기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이들이 급속히 늘어난다. 원인은 물 속에 있는 정체불명의 벌레 때문. 영화 「연가시」와의 유사성 때문에 영화 개봉 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던 화제작.
귀환
우주 탐사 후, 귀환한 무인 탐사선. 한 프로그래머의 장난으로 지구로 돌아왔을 때, 인류가 멸망했다면 지구를 탐색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탐색선을 내려보낸다.
미래도둑
어느 날부터 갑자기 흉측한 외계인들이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다. 자라는 외계인들은 부모를 꼭 닮게 급속도로 성장하며, 성장한 후, 동성 부모를 살해하고 이성 부모를 유혹하여 다시 번식을 한다. 인류는 출산을 금지하지만, 어디선가 자라는 외계의 아이들은 인류를 위협한다.
운수 나쁜 날
일제강점기. 인력거꾼 치삼은 우연히 한 남자를 태우며 운명이 바뀐다. 의문의 외계 생명체가 인류를 정복하고 있다며, 일본 순사에게 쫓기던 그는 총탄에 맞아 숨진다. 숨을 거두기 전, 중요 문서를 B사감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치삼은 다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B사감에게 문서를 전달하고 보수를 받아야 하는데…
금연 클럽
어느 날부터 직장 내 흡연 구역에 사람들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점차 금연을 요구하는 주변인들 때문에 의문을 느끼고, 무엇보다도 함께 출퇴근하던 골초 선배까지 다른 사람처럼 변한 채 금연을 요구해서 놀라고 만다. 그리고 끔찍한 정체를 드러낸 외계 생명체가 그 뒤에 있음을 알게 된다.
HOOK
아버지가 갑자기 걸그룹 ‘지소’에 빠져 삼촌팬이 된다. 그런데 점차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 지소의 팬이 되더니, 어느 순간 이 나라에서 ‘지소’의 팬이 아닌 건 자신밖에 남지 않는다. 황당하고 엽기적인 상황에 ‘나’는 ‘지소’를 물먹일 테러를 계획하는데.
저자 소개
최경빈
이십대 후반으로 연세대 국문과를 나왔다. 소설가 지망생이다.
윤병현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25세기 인사법」을 게재했다.
진위명(假)
72년생으로 B급 SF와 호러에 무한한 애정과 집착을 가진 갈수록 늘어나는 허리굵기에 고민중인 자칭 1세대 오덕후 중년남. 생애 처음으로 쓴 글이 책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무한정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누가 볼까 부끄럽기도 해서 가명으로 언더커버할 정도로 새가슴 소심남이다.
원상이
온라인에서는 보통 ‘탁사스’라는 닉네임으로 주로 활동한다. 10년전 쯤 인터넷에 호러 소설을 연재했으며, 그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지금도 종종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글로 밥 벌어먹고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박해로
1976년생. 1회 ZA문학 공모전에서 <세상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이 심사위원추천작으로 선정되었고, 신체강탈문학 공모전에서는 <운수 나쁜 날>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운수 나쁜 날>은 최근 KBS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인 <라디오 독서실>에서 드라마로 극화되기도 했다.
김보람
1986년생.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미래도둑」이 게재되었으며,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상연되었다.
최철진
1986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협동과정 서사창작과. 신체강탈자 공모전에서 「HOOK」으로, 제2회 ZA 문학 공모전에서 「나에게 묻지 마」로 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