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밀리언셀러 클럽 29
원제 13階段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05년 12월 24일 | ISBN 978-89-8273-865-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20 · 384쪽 | 가격 16,800원
시리즈 밀리언셀러클럽 29 | 분야 추리·스릴러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뷔작.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교도관과 전과자가 합심하여 사건을 재조사해 나가는 『13계단』은 현지에서 100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영화로 제작되어 일본 박스 오피스를 석권하였다.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는 교도관 난고의 도움으로 가석방되지만 생활이 막막하다. 이때 익명의 독지가가 거금의 보수를 내걸고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해 줄 사람을 구한다. 교도관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난고는 준이치를 설득하여 10년 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새롭게 조사하기 시작한다. 희생자는 가석방자를 보호 관찰하던 보호사 노부부였다. 범인으로 판결을 받아 사형이 확정된 료는 사건 현장 근처에서 붙잡혔으며,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 당일의 기억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던 것은 ‘죽음의 공포에 떨며 오르던 계단’뿐. 사형 집행까지는 불과 3개월. 기억 속의 ‘계단’을 찾아나선 준이치와 난고, 그러나 계단의 흔적은 사건 현장 그 어디에도 없었고, 난고와 준이치는 난관에 봉착한다. 과연 료는 무죄인가?
프롤로그 제1장 사회복귀 제2장 사건 제3장 조사 제4장 과거 제5장 증거 제6장 피고인을 사형에 처함 에필로그 두 사람이 한 일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심사과정 ― 미야베 미유키 옮긴이의 말
쉴틈없이 읽었던 를 통해서 한마디로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이 양반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냥 심플하게 소설은 소설로서의 역활에 충실만 해도 대중 독자들에겐 그 소명을 다한다는 느낌으로 대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 양반 작품(비록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요)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우선 흥미본위 뭐 오락성 내지는 친대중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왠만한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빰치는 가독성과 대중성 및 오락성이 두루두루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책을 손에 잡게 되면 사정 없이 몰아가는 내러티브의 향연에 그저 눈이 즐거울 따름이다는 생각이 깊이 들구요 그리고 오락성에만 치우치다 보면 세칭 내용이 가볍다라는 세간의 날카로운 평가에도 떳떳하게 향변할 수 있는 작가 특유의 사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두고 두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왜 세계고전문학이나 노벨문학상을 비롯한 상당히 귄위 있다는 문학상의 작품들 대하다 보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는 마음에 완독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험이 독자들에게 한두번쯤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유명인사들 추천하는 이러한 작품들 읽지 않는다면 왠지 교양스럽지 못하다는 자책 내지는 일종의 독서가로서의 필수 스팩을 채우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라도 머리속으로 들어오지도 않는 책들과 씨름하는 묘한 시츄에이션이 왕왕 발생하기도 하죠.(물론 저 같은 미숙한 독서광에게나 해당되는 말일수도 있겠지만요.)그러면에서 이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교과서의 주제를 담고 있는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형형색깔의 참고서같다고나 할까요 뭐 양측단을 대담하게 드나드는 묘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여지네요.
비단 과 딱 두편을 읽어보고 느끼는 작가에 대한 평이 올바를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카노 가즈아키 이 양반 정말 매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전해 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역시 제노사이드만큼의 방대한 스케일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내러티브의 흡인력과 마지막 대반전 부분에서의 희열은 그에 못지 않게 짜임새 있으면서도 심플하게 독자들의 눈을 사로 잡고 있다고 단언해도 무방하리라 보여집니다. 인간이 인간을 처단하는 살인과 사형이라는 두가지 메타포 즉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는 이번 작품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스토리 구성이나 스트럭쳐면에서 시종일관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물론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대 전제는 사형제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고민하게 만들고 있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동안 만큼은 그리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반전부분에서의 준이치의 독백이 담긴 편지 한통을 읽는 순간 독자의 가슴은 상당히 무겁게 가라 앉을뿐 그동안의 내러티브의 재미에 빠져 있어 파토스의 향연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죠. 사실 이러한 부분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괜시리 미안한 감정을 불러 오기도 하더라구요.(왜 그런거 있지 않습니까 작가는 작가나름대로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에 대해서 상당히 무게있고 진중한 담론을 펼치는데 막상 작품을 대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메타포보다는 내러티브 자체의 흥미에 빠지다 보니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할까요)
그동안 일본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많이 접하고 재미있게 읽는 이유중에 하나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작품전반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든데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 역시 이러한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마음에 와닿는군요. 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정통 추리소설에서 약간은 벗어난듯 보이는데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 역시 추리스릴러장르를 뛰어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뉘양스를 풍깁니다. 여기에 진중한 사회문제를 대중 독자들에게 무리없이 전달하는 역활까지 겸하고 있어 상당히 친숙하면서도 거리감 없는 작품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가 블럭버스터 같은 대형작품이라면 는 독립영화 같은 작품으로 스케일은 다소 떨어지지만(이는 제노사이드와 비교했을때를 말하는 거지 결코 타 작가의 작품과 비교했다는 점은 아닙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오히려 더 독자들에게 깊게 각인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견해를 비치게 하네요. 공적인 살인행위라는 사형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내러티브 그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인 발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물론 스토리의 짜임새와 구도 그리고 극적인 반전등이 절묘하게 녹아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가장 끌리는 일본 작가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카노 가즈아키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 아닐까 싶네요. 정말 간단하게 아니 단도집입적으로 평한다면 향후 추리스릴러장르의 리더가 되는 작가이자 작품이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