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비롯하여 환경, 가족, 생태계 등 현대 사회의 관심 소재를 SF로 담아낸 연마노 작가의 SF 소설집 『떠나가는 관들에게』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난치병인 자식의 치료를 위해 개척 우주선에 딸을 태워 보낼지를 두고 고민하는 한 엄마를 주인공으로, 자식과의 영원한 이별과 현실에서의 녹록지 않은 간병의 삶을 저울질하는 애틋한 모정을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필치로 담아낸 표제작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비롯하여, 멸망에 이르게 된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는 방주선에 실을 지구 생명체의 DNA 표본을 전달하는 임무를 완수하려는 연구원과 동행인 인공지능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은 「방주를 향해서」, 멸종 위기종인 인어를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여러 비윤리적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 「마지막 인어」,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되어 가는 마을을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아틀란티스의 여행자」 등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가족의 해체와 지방 소멸 등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마지막에 이르러선 희망을 놓지 않는 결말을 통해 읽는 이들에게 경고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다.
연마노 작가는 이미 텀블벅에서 1억이 넘게 펀딩되며 큰 화제를 모은 『여명기』 프로젝트에 만화가로 참여하기도 한 작가로서, 황금가지의 온라인 플랫폼 브릿G에 올린 작품들이 꾸준히 편집부 추천작으로 선정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으며, 『떠나가는 관들에게』는 주요 추천작을 한데 모은 첫 출판작이다.
“만남은 이별의 복선이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없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반드시 죽는다. 아릿하지만 누구나 아는 평이한 진실이다. 연마노의 소설은 이런 익숙한 진실을 잡아채 다채로운 색을 입힌다.
하나의 문장에서 백 가지 이야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라는 듯이. 혹은 죽음은 모두에게 공통되더라도 우리가 그리는 생의 궤적은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듯이. 소설 속 인물들은 싸우고 울고 웃으며 아름다운 파형을 그린다.
그리고 바다로, 우주로, 무형의 공간으로 나아간다. 이는 헤어짐을 거듭하면서도 못내 다음을 기약하고 마는 우리를 위한 응원이다.”
-심완선(『우리는 SF를 좋아해』의 저자, SF 평론가)
줄거리
떠나가는 관들에게
서진은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난치병인 딸 인서를 키우고 있다. 자신을 챙길 새도 없이 홀로 딸을 돌보는 건 힘에 부친 일이었기에, 마침 우주 개척 사업에 투입된 우주선 ‘요람호’에 탑승할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끌린다. 냉동 상태로 목적 행성까지 오랜 시간을 여행해야 했고, 목적지에 도달할 즈음엔 난치병의 치료법이 개발되어 수면에서 깨어났을 때 치료받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추첨을 통해 딸아이가 요람호에 탈 기회를 얻지만, 세상의 시선은 자식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우주선에 태워 보내는 비정한 부모로 낙인 찍고마는데.
수록 작품
떠나가는 관들에게
태엽의 끝
방주를 향해서
아틀란티스의 여행자
저주 인형의 노래
현신(現身)
75분의 1
마지막 인어
떠나가는 관들에게 7
태엽의 끝 45
방주를 향해서 75
아틀란티스의 여행자 127
저주 인형의 노래 181
현신(現身) 237
75분의 1 263
마지막 인어 275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고 최고의 선택이었다.” . 「떠나가는 관들에게」 브릿G 서평 305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이야기 . 「방주를 향해서」 브릿G 서평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