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원제 NO TIME TO SPARE

어슐러 K. 르 귄 | 옮김 진서희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19년 1월 29일 | ISBN 979-11-58884-92-5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24쪽 | 가격 16,800원

분야 SF, 판타지, 기타

책소개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
노년, 문학, 페미니즘, 정치, 사회 갈등 등 폭넓은 주제.
휴고 상 및 PEN/다이아몬스타인-슈필보겔 상 수상.

휴고 상 5회, 네뷸러 상 6회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고 『어스시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거장 어슐러 르 귄이 2010년부터 5년 동안 블로그를 통해 남긴 글 40여 편을 담은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 총 일곱 장(章)으로 구성된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각기 여든을 넘긴 노년의 삶과 현대의 문학 산업, 그리고 젠더 갈등과 정치적 이슈 등 주요한 이야기를 담은 네 장과 르 귄의 마지막 반려묘 파드와의 만남과 사건을 다룬 파드 연대기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존 스타인벡과의 일화, 미국의 도덕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적인 비유, 흥미로운 독자들의 편지와 욕설 문화에 관한 노작가의 세심하고 담백한 유머, 늙음과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사색 등 시종일관 예리한 관찰력과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출간 직후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끌어냈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2017년 12월 출간되어 휴고 상 및 PEN/다이아몬스타인-슈필보겔 상을 수상하였으며, 저자인 어슐러 르 귄은 2018년 1월 22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이 책의 주된 즐거움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데에 있다. 페이지마다 번뜩이는 문장들 때문에 자꾸만 고개를 들어 함께 읽을 누군가를 찾게 된다.” -뉴욕타임스
“르 귄은 수필에서조차도 신중하게 선택한 말로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말은 내 일이고 내 것이다.’ 르 귄이 여기에 무한한 말의 조합으로 세워진 비범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 월스트리트 저널

“이 나이가 되면 인생에서 늘어나는 부분은 고작해야 신체를 유지 보수하는 성가신 일뿐이다. 그런데도 내 삶에서 시간을, 아니 시간 비슷한 것은커녕 ‘할 일이 없는 시간’이란 찾아낼 수가 없다. 내게는 남겨둘 시간이 없다.” -본문 중

여든을 넘긴 노작가의 혜안을 글로 담아낸 철학적 에세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일상의 주변에서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사사로운 소재에서부터 사회 주요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혜안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선집으로서, 1장 ‘여든을 넘기며’에서는 ‘늙음’과 ‘스러지는 것’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뇌를 담아내는 한편,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하여 항변한다.

“나는 정신이 맑고 마음이 깨끗한 90대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끈기 있고 명료한 정신으로 자신이 얼마나 늙었는지 잘 파악했다.”

“그들의 노년이 저절로 스러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두었으면 한다. 나이 든 친척이나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기를.”

2장 ‘문학산업’을 통해서는 욕설이 남용되는 최근 문학 작품들,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문학상들, 전자오락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의 글쓰기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판타지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고 일부 평론가들의 비하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하는 등 현대 문학 산업에 대한 빼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겨우 두 개의 욕설만 쓰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아주 쉴 새 없이 사용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 욕설을 넣지 않고서는 말을 못 하고 심지어 글도 못 쓴다.”

“상의 진정한 가치는 작가에게 명예를 주는 데에 있다. 하지만 기업 자본주의의 마케팅으로 혹은 시상자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그 가치가 훼손되었다. 그렇게 상의 권위와 평가가 높아질수록 상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특히, 3장 ‘이해하려 애쓰기’에서는 사회적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담아냈는데, ‘남자들의 단합, 여자들의 연대’와 ‘분노에 관하여’에서는 20세기 후반의 페미니즘을 돌아봄으로써 현재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 지혜를 주기도 하며, ‘온통 거짓’과 ‘필사적인 비유에의 집착’에서는 거짓을 일삼는 정치인과 성장만을 고집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꼬집기도 한다. 또한 군대의 제복 문화, 종교적 신념, 내면의 아이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아냈다.

“정의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든 여성들을 낙인찍었다. 남성 혐오자, 브래지어를 태우는 여자, 참을성 없는 입이 걸은 여자라고.”

“대통령이 우리에게 적어도 그런 것들을 생각할 기회를 줄 만큼 국민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나는 진실을 중요시하고 선을 나누는 행동이 내 나라에서 이질적인 것으로 취급받지 않으면 좋겠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정치계에서 보수 우파는 인종차별, 여성 혐오, 반이성주의를 통해 분노의 파괴력을 소름 끼치도록 잘 보여주었다. 증오를 이용하여 계획적으로 조장된 분노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을 통제했다.”

르 귄의 마지막 반려 고양이 ‘파드’와의 흥미로운 일상

르 귄은 『날고양이들』이라는 동화를 집필했을 만큼 잘 알려진 애묘가이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에서는 르 귄의 마지막 반려 고양이였던 ‘파드’를 입양하는 과정에서부터 사사로운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고양이와 사람, 나아가 인류에 대한 대작가의 흥미로운 해석과 통찰을 만나게 된다.

“잔인성은 인간의 특기다. 인류는 끊임없이 잔인성을 단련했고, 완성시켰으며, 제도화했으나 그에 대해서 좀처럼 떠벌리지는 않는다. 잔인성을 동물에 귀속시켜 ‘비인간성’이라 부르며 절연하는 편을 선호한다. 우리는 동물의 순수성을 인정하길 원치 않는다. 그러면 잔인성을 동물의 탓으로 돌린 우리 양심의 가책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개는 삼만 년에 걸쳐 서로의 성격을 맞추어 왔다.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맞추어 온 기간은 그에 비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아마 그래서 우리의 관계가 이처럼 흥미로운가 보다.”

목차

시작에 부쳐 · 9

1장 여든을 넘기며

당신의 여가 시간에 · 13
나약한 이들의 반격 · 21
스러지는 것 · 26
따라잡기, 하 하 · 35

【파드 연대기Ⅰ】
고양이 고르기 · 41
고양이의 간택을 받다 · 51

2장 문학 산업

제발 좀 ‘씹할’ 그만해 줄래요? · 59
독자의 질문 · 65
아이들의 편지 · 72
내 케이크 지키기 · 78
아버지 H · 86
너무 필요한 문학상 · 96
TGAN과 분노의 포도 · 102
또 TGAN · 111
서사적 재능과 도덕적 난제 · 118
꼭 그래야할 필요는 없다 · 127
유토피음, 유토피양 · 135

【파드 연대기Ⅱ】
말썽 · 143
파드와 타임머신 · 149

3장 이해하려 애쓰기

남자들의 단합, 여자들의 연대 · 157
퇴마사 · 163
제복 · 166
필사적인 비유에의 집착 · 172
온통 거짓 · 179
내면의 아이와 벌거벗은 정치인 · 187
약간의 제안: 식물연민 · 200
신념에의 신념 · 205
분노에 관하여 · 212

【파드 연대기Ⅲ】
끝나지 않은 배움 · 227
끝나지 않은 배움, 속편 · 230
내 고양이를 위한 졸시 · 236

4장 보상
선회하는 별, 에워싸는 바다: 필립 글래스와 존 루터 애덤스 · 239
리허설 · 246
들로레스라는 사람 · 249
계란 빼고 · 260
노트르담 드 허기 · 270
트리 · 276
위층의 말들 · 282
첫 만남 · 295
스라소니 · 301
오리건 하이 사막 목장에서의 한 주 · 314

작가 소개

어슐러 K. 르 귄

1929년 10월 21일, 저명한 인류학자 앨프리드 크로버와 대학에서 심리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작가 시어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제 관계였던 부부는 현장 연구를 함께하고 북미 최후의 야생 인디언으로 알려진 이시를 곁에서 도우며 기록을 남기는 등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고,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르 귄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래드클리프 컬리지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한 어슐러 르 귄은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1953년 프랑스로 건너가던 중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몇 달 후 파리에서 결혼했다. 1959년, 남편의 포틀랜드 대학 교수 임용을 계기로 르 귄은 미국으로 돌아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시간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 「파리의 4월」(1962)을 잡지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르 귄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며 ‘어스시 시리즈’와 ‘헤인 우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냈다. 인류학과 심리학,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외계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일종의 사고 실험과 같은 느낌을 주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세계환상소설상 등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다. 또한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며 2014년에는 전미 도서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88세의 나이로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영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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