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의 「파운데이션 완전판」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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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출간에 즈음하여

- 이번 「파운데이션」 완간은 내게는 늘 마음 한 구석에 얹혀있던 묵은 숙제 같은 것이 한순간이 풀리는 반가운 일이다. 20년도 더 전에 「파운데이션」의 첫 한국판 출간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이 대작이 깔끔하게 완간되지 못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작가인 아시모프에게나 이 땅의 독자들에게 늘 부끄러웠다.

-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절판되지 않고 늘 서점에서 새 책으로 접할 수 있는가? 이것이 그 나라가 SF분야의 후진국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소년시절 「파운데이션」을 읽고 심리역사학자가 되려고 결심했지만 아직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학문임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가장 비슷한 학문인 경제학을 택했다. 훗날 대학교수가 된 그는 「파운데이션」에 묘사된 항성간 우주무역의 가능성을 경제학적으로 검토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 통신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슈퍼컴퓨터 등의 기술적 뒷받침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 21세기는 ‘심리역사학’이라는 소설이 현실화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대가 될 것이다.

- SF의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시공간적 시야를 확장하게 해 주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은 그 점에서 오늘날의 인류가 갖추어야 할 역사 의식이 어떤 것인지를 아주 잘 담고 있는 작품이다.

- 「파운데이션」은 SF독자라면 기본 교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20세기의 인류가 세계와 우주를 어떻게 보았으며 그 전망을 어떤 스토리텔링과 결합시켰는지 증언하는 문화 유산 중 하나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