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담 전집 13

아랍 편

김능우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08년 4월 28일 | ISBN 978-89-827-3593-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3x214 · 328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기타 시리즈 13 | 분야 기타

책소개

『아라비안나이트』 이후 최초로 출간되는
아랍 민족문학의 정수!
 
백상출판문화상 편집상을 수상한 황금가지의 세계민담전집 제13권 아랍편이 출간되었다.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은 서사 문학의 원류이자 문화의 응집체인 민담을 민족어 전공자가 직접 선별한 생생한 자료와 새로운 번역으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널리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중 아랍편은 사막의 유목 문화가 내뿜는 거친 숨결과 인간의 순수한 욕구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아랍 유목민의 기개, 애증과 해학이 버무려진 아랍 민담은 종교와 사회 규범에 억눌린 아랍인들뿐만 아니라 빈틈없이 짜인 디지털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에게도 원시 사막의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준다.

편집자 리뷰

◆ ‘아랍’이란 무엇인가
 
‘아랍’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인종인가, 단일 민족 개념인가, 지역 명칭인가? 원래 아랍이란 단어는 ‘아라비아 반도와 시리아 사막에 살았던 유목민’을 뜻한다. 다시 말해 도회지나 경작지의 정주민(定住民)이 아니라 사막에서 초목이나 오아시스를 찾아 양이나 낙타 등의 가축을 몰고 다니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초기의 ‘아랍’ 개념은 7세기 초 이슬람교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슬람교의 사도 무함마드는 우상 숭배와 다신교 전통이 만연해 있던 아라비아 반도 내 정주민과 사막 유목민을 단일 종교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 전역이 이슬람화 되고, 이후 무슬림들은 반도 밖으로 진출하여 영토 확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서로 진출하여 페르시아, 아르메니아, 베르베르 등 타 민족의 영토를 복속시키면서 이슬람교를 전파했다. 이로써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언어인 아랍 어는 자연스럽게 새 정착지에서 지배적인 언어로 자리를 잡아 갔다. 이 시기부터 ‘아랍’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조상 대대로 쓰던 고유 언어를 버리고 대신 아랍 어를 채택한 사람들 모두를 가리키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족속이 아랍 인의 범주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이들은 북부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방대한 영역에서 압도적인 인구 구성원이 되었다. 대체로 7-8세기에 형성된 새로운 개념의 ‘아랍’이 점한 지역적 분포는 오늘날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 자유로운 공상과 보편적 가치관 사이의 즐거운 모순
 
이슬람이라는 종교 제도는 자칫 강자의 논리를 앞세워 무질서와 분열로 치달을 수 있는 사막 문화를 일정한 도덕적 가치관을 준수하는 규범 문화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아랍 인의 내면에는 원시적 혼돈 상태의 자유와 자아 충족을 희구하는 본능이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 누릴 수 없는 욕구이자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한 소망이기도 하다. 아랍 민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미녀와의 만남, 금은보화 발견, 귀족이나 왕족으로의 신분 상승에 관한 모티프나 주제들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욕구는 상상의 날개를 타고 마음껏 펼쳐져 행운이나 마술, 마물(魔物)의 힘을 빌려 충족된다.
아랍 민담에서 알라는 민담의 주된 역할을 맡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기이한 존재인 진이나 예지력을 지닌 신비한 노인, 또는 마술적 능력이나 신통력을 가진 동물 등 우리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신묘한 현상들이 압도적이다. 또한 신앙에 의지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따른 충동적 욕구나 어설픈 의지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곧 절대신이 아니라 인간, 그리고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날 수 있거나 상상 속에 꿈꾸는 존재가 바로 아랍 민담의 주인공인 것이다.
 
 
◆ 아랍의 도깨비, 진(jinn)
 
아랍 민담에는 ‘진’이 자주 등장한다. 이 신비한 존재는 마치 한국 민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도깨비를 연상케 한다. 아랍인에게 두려움의 존재인 진은 아담 이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천사와 인간의 중간 단계에 속하며 불로 창조되었다고 한다. 아랍 인은 땅의 단단한 표층으로 침투한 진들이 하부의 천국에 다가가 미래의 일에 관한 천사들의 대화를 엿들음으로써 점쟁이나 마법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또한 진과 같은 의미로 쓰이거나, 악한 진을 가리키는 이프리트와 굴의 존재도 아랍 인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랍 민담에서 진은 민중의 심리에 도사린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이로운 일을 마음껏 상상 속에 펼쳐 보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알라가 절대신으로 존재한다면 진은 어딘지 모르게 인간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존재다. 이프리트나 굴은 주로 인간을 해치는 편이지만 진은 인간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거나 인간을 측은히 여기기도 하고 일의 잘잘못을 가릴 때 공정한 편이다. 대체로 이러한 존재들은 인간보다 강하지만 항상 인간을 억압하지는 않는다. 자기 마음에 들거나 자기 지혜에 버금가거나 온정을 나눌 만한 인간과 만나면 의리를 쌓고 도와주기까지 한다.
 
 
 
 
◎ 세계민담전집 소개
 
민담이란 한 민족이 수천 년 삶의 지혜를 온축하여 가꾸어 온 이야기들로, 민족 특유의 자연관, 인생관, 우주관, 사회 의식이 속속들이 배어 있으며 민족이 발전시켜 외부와 교통해 온 문화를 이해하는 골간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서로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오늘날, 한 민족의 문화에서 민담이 갖는 중요성에 반해 아직 우리 나라에는 민담에 대해 다룬 책이 부족한 현실이다. 때문에 황금가지판 <세계민담전집>은 각 민족의 고유 문화를 이해하고자 근대 이후에 형성된 국가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더 본질적인 민족의 분포와 문화권을 고려해 분류하였다. 또한 각 민족어 전공자가 직접 원어 텍스트를 읽은 후 이야기를 추려 번역하여 중역본과 달리 해당 민족 고유의 사유를 살리고 있다.
 
* 황금가지판 세계민담전집은 제44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과 서울특별시 교육청 중학생 대상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그 내용과 형식에서 이미 충분하게 검증되었습니다.

목차

새의 말을 알아듣는 현자
돌팔이 의사와 아들
돈을 주고 산 격언
세 동행자가 겪은 고난
굴의 방귀에서 생긴 딸
나무꾼과 보물
방탕한 주인집 아들을 깨우친 청년
공주에게 받은 수모를 되갚은 왕자
지혜로써 생계를 해결한 미망인
순결한 처녀와 혼인해야 하는 이유
도둑을 사랑한 술탄의 외동딸
주하 이야기 하나: 정령 흉내를 낸 주하
주하 이야기 둘: 친구의 정원을 되찾아 준 주하
주하 이야기 셋: 배우자 선택에 관한 주하의 충고
세 가지 유언
영양을 구해 준 왕자
이혼을 밥 먹듯 하는 남자
용감한 청년 쿠라이아
영리한 하산과 명마 수루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룸마나 공주
나무꾼 마르주크와 세 딸
사냥꾼과 깃털 모자를 쓴 미녀
세 자매가 겪은 기이한 이야기
이프리트에게 납치된 처녀
무할할의 맹세
이프리트를 만난 부자 형과 가난뱅이 동생
카마르 알 자만 왕자와 샴스 알 둔야 공주
 
해설

작가 소개

김능우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아랍어문과를 졸업하였다. 수단의 국제 카르툼 아랍어연구소에서 아랍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요르단대학교에서 중세 동부지역 아랍인의 전쟁시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랍시의 세계』, 『한국어-아랍어 사전』(공저), 『무알라까트』(주해), 옮긴 책으로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야쿠비얀 빌딩』, 『시카고』, 『중세 아랍시로 본 이슬람 진영의 대(對)십자군 전쟁』(역주), 『성찰의 서』(역주) 등이 있으며, 「아랍 가잘(연애시)의 발전과정 연구」, 「십자군 전쟁 당시 아랍 시인들의 이슬람 진영에 대한 비판」, 「중세 아랍시에 나타난 ‘몽골과 이슬람 세계와의 충돌’에 관한 연구」 등을 비롯한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