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 옮김 장성주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23년 2월 23일 | ISBN 979-11-58887-17-9

패키지 반양장 · 40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의 한국판 두 번째 오리지널 SF 단편선

드론 전쟁, 가상현실. 임진왜란, 외계행성 등 장르와 무대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11편의 단편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세 번째 단편 선집. 권위의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첫 동시 수상한 대표작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켄 리우의 미출간 단편 중 엄선하여 엮은 두 번째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이다.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 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씨가 직접 엮었으며, 이번 선집에서 켄 리우는 대체역사, 실크펑크, 스팀펑크, 사이버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단편을 선보이는 한편, 임진왜란과 명청교체기에서부터 근미래까지 다양한 시대와 소재를 활용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의 평양성 전투 때 공명등에 사람이 타고 하늘에서 상대를 정찰해 큰 공을 세웠다는 설정의 「북두」,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 세계로 보내고 육신을 버리게 된 인류의 변모 과정을 풍부한 상상력을 담아 그려낸 ‘싱귤래리티 3부작’의 프리퀄격인 ‘포스트 휴먼 3부작’, 전쟁중 드론 조종사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소재로 한 「루프 속에서」, 대체역사소설에게 시상하는 사이드와이즈상을 수상한 「<장거리 화물 비행선>-《퍼시픽 먼슬리』2009년 5월호 ‘이동의 기록’ 코너에 수록」, 양주 대학살을 두 여성 주인공으로 하여 풀어낸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를 비롯하여, 슈퍼히어로와 빌런을 소재로 한 「카산드라」, 외계 행성의 고대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다룬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천사와 신 등 종교적 믿음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려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쓴 「1비트짜리 오류」,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판타지 장르인 「우수리 불곰」 등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가 쓴 책을 펼쳐 주신 한국의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켄 리우 오리지널 단편집 1편)의 저자 머리말 중

 

드론 전쟁, 디지털 휴먼, 탄소 무역 전쟁 등 현실에 기반한 근미래 SF

첫 수록 작품인 「루프 속에서」는 어릴적, 전투 드론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PTSD로 인해 붕괴된 가정에서 자라난 카이라가 드론 조종사의 PTSD 피해를 경감하기 위한 로봇 제작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드론 대리전으로 펼쳐지고 있는 등 현대전의 양상이 빠르게 바뀌고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켄 리우는 「루프 속에서」를 통해 담아낸다.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 세계로 보내고 육신을 버리게 된 인류의 변모 과정을 그려낸 「싱귤래리티 3부작」의 프리퀄인 「포스트 모던 3부작」 중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는, 디지털화된 초기의 인격체들 사이에 벌어진 사이버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디지털 인격들은 저마다의 능력으로 인류를 파괴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이는 결국 핵전쟁 등 인류의 실체적 위협으로 이어지는 등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그려낸다. 최근 인공지능의 빠른 성장으로 디지털 가상 인격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켄 리우의 ‘포스트 휴먼 3부작’과 ‘싱귤래리티 3부작’은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하나의 예견서처럼 읽힌다. 「장거리 화물 비행선」은 중국 경쟁 기업에 맞서 미국의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 운동 단체의 요구라는 핑계로 화물기에서 배출하는 탄소에 관한 규제를 정했다가 태양광을 이용한 중국산 화물 비행선이 미국 하늘을 뒤덮게 된 상황을 그려내어, 에너지 규제에 관한 세계적인 흐름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저자의 상상을 담아내기도 하였다.

 

동북아시아 3국의 역사를 다룬 세 편의 단편소설들

켄 리우는 이미 발표된 여러 단편을 통해 일제국주의 시대의 마루타, 위안부, 미서부 개척기의 중국인, 스팀펑크로 풀어낸 19세기 홍콩, 타이완의 2.28 사건 등 동북아시아 역사에 깊은 상처로 남은 여러 소재를 SF 등의 장르로 풀어내 왔다. 이번 단편집에선 각기 중국, 한국, 일본을 무대로 한 단편소설 하나씩을 발표하였다. 명나라 말기, 청나라 군대에 의해 중국 양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학살 사건을 무대로 한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조일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을 명나라의 만력제와 이여송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이순신의 활약상이나 거북선 등을 함께 묘사한 「북두」,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곰을 잡기 위해 만주까지 오게 된 일본인 박사와 군인을 등장시킨 「우수리 불곰」 등, 저자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 이번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다.

 

작품 줄거리

 

루프 속에서

어릴 적 1251명이나 드론으로 죽인 조종사 출신인 아빠가 결국 PTSD로 인해 자살에 이른 기억으로, 카이라는 드론 조종사를 대신할 로봇 개발에 뛰어든다.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식별하려 하지만, 이는 뜻밖의 결과로 돌아온다.

 

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포스트 휴먼 3부작)

아빠의 유품인 노트북을 여전히 사용하던 매디는, 어느 날 자신에게 온 의문의 그림 문자로 된 채팅 메시지를 보곤 누군가의 장난이라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계속된 그림 문자 메시지는 곧 엄마에게 보여지게 되고, 엄마는 그만 경악하는데.

 

우수리 불곰

40년 전, 자신의 가족을 모두 몰살한 불곰을 쫓아 만주까지 온 나카마쓰 박사는 기계마 10기와 육군 병사 몇과 함께 어린 만주족 아이 이린의 길 안내를 받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곰에게 당한 시신들을 발견하곤, 그 살육자 곰이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며 기다리기로 하는데.

 

1비트짜리 오류

아주 어릴 적 할머니에게 한 못된 말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이를 늘상 후회하던 타일러는, 어느 날 그것이 자기 기억의 오류에서 비롯된 거짓 상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던 리디아가 천사를 만났다고 늘상 떠들고, 결국 교통사고로 자기 옆에서 죽음에 이른 순간에도 천사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타일러는 이 또한 리디아의 머릿속 어떤 작은 오류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래머로서 이를 분석하려 한다.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외계 행성의 고대 지적 생명체인 루라인의 자취가 남은 행성 루라에 제인과 프레디가 정착한다. 회계사인 제인은 남자친구인 프레디의 소개로, 루라인의 기록인 『루라 사가』를 펴낸 클로비스 박사를 만나게 되고, 『루라 사가』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제기하는데.

 

「장거리 화물 비행선」―《퍼시픽 먼슬리》 2009년 5월호 ‘이동의 기록’ 코너에 수록

태양광 에너지로 이동이 가능한 화물 비행선이 보편화된 시대, 비행선의 국제 화물 운송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탑승한 비행선에서 겪게 되는 화물 운송 과정을 그린다.

 

카산드라 

한 여성에게 타인의 흔적을 통해 그의 미래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발현된다. 그녀는 슈퍼히어로로 이름이 알려진 ‘쇼맨’에게 범죄자들을 미리 처단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오히려 거절당하고 만다. 그러나 예견된 범죄는 반드시 일어날 일, 결국 여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기로 한다.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포스트 휴먼 3부작)

디지털 속 아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매디는, 갑작스럽게 아빠와 이별을 하게 된다. 디지털 속에 속속 들어가게 된 인격체 중 인류의 말살을 꿈꾸는 자가 있었고 아빠가 이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북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만력제는 이여송 등을 보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을 막으라 지시한다. 정찰대로 3주간 조선 땅을 돌아본 담원사는 이순신 장군의 서찰을 전하며, 전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고니시 유키나가가 주둔한 평양성을 탈환하기 위해 공명등을 이용해 볼 것을 제안하는데.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1645년 명나라 양주의 주목받는 기생인 ‘초록 꾀꼬리’와 그녀와 함께인 볼품없는 ‘참새’는 청나라 군대에 의해 양주가 점령당하고 사람들이 학상당하자, 몰래 숨어 목숨을 부지하려 한다. 그러나 참새의 실수로 이들은 청나라 군사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초록 꾀꼬리는 미인계를 써서 학살을 멈추게 하려 한다.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포스트 휴먼 3부작)

아빠의 죽음 이후, 클라우드에서 태어난 매디의 디지털 동생 ‘미스트’. 매디는 동생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디지털 휴먼에 놀라게 된다.

목차

루프 속에서  7

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37

우수리 불곰  75

1비트짜리 오류  109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143

「장거리 화물 비행선」―《퍼시픽 먼슬리》 2009년 5월호 ‘이동의 기록’ 코너에 수록  173

카산드라  209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239

북두  277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307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359

작가 소개

켄 리우

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 성의 란저우 시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하버드 법학 전문 대학원을 졸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시작하여 수많은 단편을 썼으나 오랫동안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2002년 오슨 스콧 카드가 편집한 『포보스 SF 단편선』에 「카르타고의 장미」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1년에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2012년에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작가가 됐다. 2013년에는 단편 「모노노아와레」로 휴고 상을, 2016년에는 장편소설 ‘민들레 왕조 전쟁기’ 3부작의 1부 『제왕의 위엄(The Grace of Kings)』으로 로커스 상 장편 신인상을, 2017년에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으로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는 등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창작뿐 아니라 번역에도 힘을 쏟아 2015년 중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휴고 상을 수상한 류츠신의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며 낮에는 기술 전문 법률 컨설턴트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쓰고 있다.

장성주 옮김

출판 편집자를 거쳐 번역자 및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에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 『언더 더 돔』, 「다크 타워」 시리즈,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제왕의 위엄』,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윌리엄 깁슨의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 우메즈 가즈오의 『표류 교실』 등이 있다. 2019년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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