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21년 4월 30일 | ISBN 979-11-58888-70-1

패키지 소프트커버 · 46판 128x188mm · 284쪽 | 가격 13,800원

책소개

파라다이스를 표방하는 고급 노인 치매 병원에서 펼쳐지는 혼란과 풍파!

온갖 욕망과 욕구가 소용돌이치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추리극

 

부유한 성인 자녀들이 엄청난 돈을 내고 치매 노부모를 맡기는 최고급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가진 건 돈뿐인 인간 혐오증의 치매 할머니 탐정이 등장하여 상류층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추리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치매 노인 전문 병원 ‘도란마을’의 쓰레기장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아기의 시체가 발견된다. 100세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치매’ 이야기부터 아기 시체 유기, 불륜, 마약 밀매, 비정규직의 실태, 가정 폭력, 부유한 상류층의 부정부패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어두운 일면이 온통 뒤섞여 흐르는 이곳, 도란마을의 실체는 무엇인가? 백전노장 까칠도도 할머니와 어리지만 눈치백단 꼬마로 이루어진 개성 넘치는 콤비가 펼치는 파란만장 추적 미스터리가 현이랑 작가의 시니컬한 문체와 만나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여성 서사, 한국 신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지금까지 총 세 권의 로맨스 소설을 집필했으며, 이 작품은 저자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언제나 평화로운 도란마을에서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그것’의 정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남국의 리조트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최고급 치매 노인 요양병원 도란마을. 평소처럼 평화롭던 도란마을에서 갑작스럽게 비명이 들린다. 쓰레기장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채 버려진 갓 태어난 아기의 시체가 발견된 것! 엄청난 부자로 도란마을이 세워진 자리의 땅 주인이자 사람을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도란마을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아들 ‘꼬마’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일견 완벽해 보이는 도란마을의 뒤쪽에 숨겨진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를 직면하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언젠 비밀 지키겠다더니?”

“비밀을 가르쳐 줘야 지키죠!”

할머니가 코로 연기를 뿜어내며 흥흥 하고 웃어요. 웃다가 사레들린 할머니가 한참을 켁켁대요.

“일주일 전에 여기서 아기가 하나 죽었다. 난 그 범인을 찾으려는 거야.”

꼬마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요. 할머니가 담배를 다 피웠는지 손수건으로 뜨거워진 용머리를 잡아 지팡이에 끼워 넣네요.

“그러니 너도 찾아봐라. 여기 있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을 테니까.”

할머니가 허리를 굽혀 꼬마의 귀에 대고 속삭여요.

“잘 봐라. 여기 있는 모두가 범인이야.”

————–

“할머닌 이름이 뭐에요?”

그러고 보니 우린 서로 이름도 모른다. 원래 사람들이 만나면 이름부터 알려주는데. 우리는 첫 만남부터가 이상해서였나.

“알려고 하지 마라. 난 여기 얼마 안 있을 거야.”

“제 이름은…….”

“네 이름도 말하지 마. 알면 나중에 헤어질 때 슬퍼져. 넌 그냥 ‘꼬마’로 있으면 돼.”

할머니가 남은 재를 털어내고 손수건으로 용머리를 잡아 지팡이에 끼운다.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말이 없다. 어색함에 굴러가는 나뭇잎만 쳐다본다.

“하지만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된다. 나한테 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니까.”

할머니가 빨간 안경 아래로 나를 내려다본다. 어쩐지 안심이 되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웃자 할머니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간다.

“그럼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어때요?”

“레모네이드 할머니?”

“할머닌 맨날 레모네이드만 마시잖아요. 그렇게 부르면 다른 할머니들이랑 구분도 될 거구요.”

————–

늙은 몸은 언제 봐도 충격적이다.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게 된다면 그렇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늙은 몸은 인간의 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썩어 가는 고목에 가깝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젊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까. 인간의 ‘몸’이라 하면 근육이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단단하고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굴곡이 살아 있는 몸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러나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이 그것은 잠시뿐, 우리는 천천히 썩어가는 몸과 더 오래 살아간다. 하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거라고 말해 주는 이는 별로 없다. 그걸 보고 예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늙음’에는 추함, 더러움, 멍청함 등의 온갖 역겨운 수식어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씌우는 ‘연륜’이라는 단어는 길 위에 싼 똥에 덮어 놓은 신문지 같은 것이다. ‘늙음’이 남들 보기 싫지 않게끔 가려 놓은 것뿐이다. 그나마 신문지도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 악취를 풍긴다.

————–

누군가는 고시원 방을 보고 관짝이 아니냐고들 하지만 나는 비행기 퍼스트석이라고 생각한다. 비행기 퍼스트 석에 타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많이 봤다. 구조도 내가 쓰는 방과 비슷했다. 침대에 책상, 작은 창문. 내게는 거기다 작은 샤워실까지 있다. 다만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 모를 뿐이다.

목차

차례

1. 늙은것들은 어쩔 수 없어 7

2. 환장의 콤비 41

3. 여섯 살의 흰머리 74

4. 퍼스트 클래스 107

5. 디테일이 중요해 138

6. 보물섬 159

7. 진짜 수상한 놈은 검은 옷을 입지 않는다 180

8. 밤의 미소 204

9. Problem 228

10. 빌어먹을 할머니 251

11. 안녕, 안녕히 277

작가 소개

현이랑

역시 최고의 음료는 레모네이드라고 생각하지만 작업할 때는 커피를 달고 사는 작가. 자기가 보고 싶은 걸 쓰지만 남들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쟁이. 여성 서사, 한국 신화에 관심이 많으며 주로 웹소설, 장르문학 등의 소설을 쓰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 한국 신화 로맨스 판타지 『신바리전』, 용생구자 설화 바탕 로맨스 판타지 『좋아하는 용이 생겼어』, 현대 로맨스 『앙심』이 있으며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2019 브릿G 올해의 작품 일반 부문에 선정되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