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원제 Altogether Elsewhere, Vast Herds of Reindeer AND OTHER STORIES

켄 리우 | 옮김 장성주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20년 7월 2일 | ISBN 979-11-58887-16-2

패키지 반양장 · 420쪽 | 가격 14,800원

분야 SF, 판타지

책소개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의 한국판 오리지널 SF 단편선
데뷔작을 포함하여 함께 엮인 적 없는 단편 중 12편을 선별하여 수록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두 번째 단편 선집. 권위의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만에 첫 동시 수상한 대표작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켄 리우의 미출간 단편 중 엄선하여 엮은 한국판 단편집이다.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 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씨가 엮고, 저자 켄 리우가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머리말을 따로 수록하였다. 켄 리우의 데뷔작인 「카르타고의 장미」를 필두로, 스페인 권위의 상 이그노투스 상 수상작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은 「매듭 묶기」,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시리즈인 ‘싱귤래리티 3부작’ 등 총 12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공간, 차원을 초월한 형태의 다양한 가족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각기 죽음과 영생, 인종과 문화의 충돌 등 동시대 현대인들이 가진 여러 관심사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제가 쓴 책을 펼쳐 주신 한국의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저자 머리말 중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건 무엇인가?

표제작이 포함된 ‘싱귤래리티 3부작’은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 세계로 보내고 육신을 버리게 된 인류의 변모 과정을 풍부한 저자의 상상력을 담아 그리고 있다. 이 ‘싱귤래리티’로 구현된 세계에서의 디지털 인류는 영생은 물론이고, 육신의 삶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과 가족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미래 세계를 펼쳐보인다.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하나의 포물선으로 묘사하는 첫 작품 「호」 역시 열여섯 살에 미혼모가 된 주인공이 영원한 젊음과 영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인 켄 리우가 머리말을 통해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기, 인터넷,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뒤바꿀 혁신적인 변화의 순간마다 갖가지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던 개인의 모습을 투영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그간 지켜왔던 전통과 정체성, 문화, 가족, 사랑 같은 것들의 가치는 어떻게 바뀌어 왔고 또 앞으로 새로운 변화의 순간마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켄 리우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맏아들을 낳았을 때 레나 오젠은 열여섯 살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오젠의 막내딸이 태어났다.” -본문 중

“수록작 가운데 굳이 나누자면 SF로 분류될 이야기들은 육체라는 존재 양식만이 아니라 시공마저도 초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초월을 이룬 후에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이라고, 아마도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옮긴이의 말 중

작품마다 녹아있는 가족에 대한, 부모와 자식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

「종이 동물원」이 이민자 세대인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로 뭉클함을 전했다면, 이번 단편집에서는 본격적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고민을 담고 있다. 열여섯 살에 자신의 자유를 위해 자식을 버린 부모가, 젊음을 유지한 채로 늙어버린 자식을 다시 만나는 「호」, 자신에게 남은 고작 2년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딸아이의 전 성장과정을 7년 주기로 지켜보는 「내 어머니의 기억」, 육체적 출산이 아닌 정신의 분배를 통해 아이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디지털 세계의 가족을 보여주는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간병인 대신 간병 로봇을 통해 화면으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임종을 지켜보는 「곁」, 자식의 성장과 독립, 그리고 남겨지게 된 부모의 모습이 인상적인 「뒤에 남은 사람들」 등 켄 리우가 펼쳐보이는 가족의 이야기는 시간과 차원을 초월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낸다. 특히 비슷한 문화권의 특성상 켄 리우의 작품은 한국 독자들에게 그 어느 SF 작가보다 정서적 공감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당신은 밤마다 어머니를 면회하러 간다. 로봇을 조종하는 솜씨가 갈수록 좋아져서 병원 측이 제어 권한을 더 많이 허락한다. 더 빠르고 더 자유로이 움직이도록. 당신은 기저귀 가는 법, 몸 닦는 법, 혹시 얼굴 근육이 움직일까 하는 마음에 침대 곁에 몇 시간씩 앉아 어머니 얼굴을 관찰하는 법 등을 배운다.
이 로봇은 죄책감을 덜어 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멀리 살고 핑곗거리도 너무 많은 이들을 위하여. 어머니 곁의 당신이 본질적으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인종 차별과 문화 충돌, 이민자 세대의 아픔을 담다

「모든 맛을 한 그릇에」는 원래 켄 리우의 첫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 수록되었으나, 국내 판본에서는 이번 단편집에 포함되었다. 미국의 19세기 말엽 골드러시 시기에 사금을 채취하는 중국인들과 이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부인을 담아낸 작품으로서, 당시 서부에 광풍처럼 불던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1882년 통과된 ‘중국인 배제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이 배경에 대해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집필 의도를 명확히하고 있다. 「달을 향하여」 역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땅을 밟은 중국 이민자의 현실적 이야기에 손오공이라는 비현실적 속 존재를 엮어 풀어낸다. 특히 중국 현실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고 있어, 『종이 동물원』의 수록작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처럼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지 못했다. 『매듭 묶기』는 고립된 동양의 한 순진한 마을을 무대로, 갑자기 찾아온 서구인에 의해 마을이 경제적 침탈을 당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심신오행』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형식을 띠지만, 과거의 관습을 그대로 이어 내려오는 이들과 첨단 의료 혜택을 받는 이들의 문화적 충돌을 다루고 있다. 네 작품 모두 외세침략과 이민자 세대 등을 겪어온 한국민에게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이며, 이러한 작품은 중국계 미국인인 켄 리우 본인의 정체성 때문에 더 특별해진다.

“너는 저 회화나무를 처음으로 올라온 인간이 아니야. 마지막도 아닐 테고. 자기 이야기를 남한테 들려주는 인간도 네가 처음은 아니지, 물론 마지막일 리도 없고. 자, 달에 온 걸 환영한다. 이곳은 사기꾼과 재담꾼, 협잡꾼, 몽상가, 거짓말쟁이들의 땅이야. 달이 이토록 멋진 곳이 된 건 바로 너 같은 자들 덕분이라고.”

[작품 줄거리]

호(弧)
열여섯에 싱글맘이 되어버린 레나는 부모의 외면 속에 갓난아기 찰리를 낳고 육아에 허덕인다. 결국 부모님댁 문앞에 찰리를 몰래 놔둔 채 도망치듯 떠나지만, 특별한 탈출구 없이 4년을 방황한다. 그리고 결국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레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마치 예술품처럼 잘 다듬어진 시신 조각상이었다. 직원을 구한다는 문구와 함께.

심신오행(心神五行)
초급 과학 연구관 타이라는 우주 구명정에 난파된 채 인공지능 아티와 함께 생존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초공간 도약 가능한 거리에 미개척 행성이 있는 걸 발견하고, 도박을 건다는 심정으로 그곳으로 향한다.
마을에서 평화롭게 삶을 살던 페이첸은 어느날 느닷없이 하늘이 갈라지고 무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목격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낭자를 발견하는데.

매듭 묶기
어느 깊은 산골 외지 마을, 난족이 사는 곳에 낯선 이방인이 찾아온다. 토무라는 이름의 서양 남자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했다. 병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토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 그러곤 난족 전통의 매듭문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뭄에도 잘자라는 좋은 볍씨를 주는 대가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사랑의 알고리즘
인공지능 인형의 개발자인 엘레나는, 어느순간 인형을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현실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카르타고의 장미(싱귤래리티 3부작)
에이미의 여동생 리즈는 어릴 적부터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는 걸 즐겼다. 그리고 인공지능회사 로고리즘스에 입사하면서도 이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급기야 리즈는 자신의 정신을 디지털 세계로 보내는 실험에 참여하게 되는데.

만조(滿潮)
점차 가까워지는 달, 그리고 불투명한 지구의 미래. 모두가 지구를 속속 탈출하는 와중에 한 가족이 달을 향해 나선다.

뒤에 남은 사람들(싱귤래리티 3부작)
‘싱귤래리티’, 즉 인간이 디지털 세계 속으로 업로드되는 세상이 도래하자 인간의 문명은 급속히 무너진다. 살아있는 이들이 목숨을 버리고 디지털 세계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명 디지털 망자들인 그들은, 아직 육신을 버리지 않은 채 신념을 지키려는 이들을 끝없이 유혹한다.


먼 미국땅에서 원격 접속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 임종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로봇으로 간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싱귤래리티 3부작)
육신을 가진 인간은 이제 고대인이 되어버린 시대, 아직 어린 파예트는 급작스러운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엄마가 먼 행성의 탐사를 위해 떠나게 되었다는 것. 파예트는 엄마와 함께 4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짜 여행을 떠나는데. 4차원 딸과 20차원 아빠, 3차원 엄마의 SF 가족 이야기.

달을 향하여
샐리 러시는 사십대 중국인 남자의 이민 신청을 위해 변호에 나서지만, 그가 거짓을 말했다는 걸 알고 배신감에 분노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듣게 된 진실은…

모든 맛을 한 그릇에―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19세기 골드러시가 최고조에 달한 미국 서부, 릴리는 사금 채취를 위해 도시에 정착한 중국인들 중 얼굴이 붉고 수염이 긴 ‘로건’이라는 사내에 대해 듣고는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몰래 그들을 지켜보던 릴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는데.

내 어머니의 기억
엄마는 7년 주기로 방문한다. 10살이던 에이미는 17살, 38살, 80살에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

목차

저자 머리말 7

호(弧) 13
심신오행(心神五行) 65
매듭 묶기 107
사랑의 알고리즘 137
카르타고의 장미(싱귤래리티 3부작) 167
만조(滿潮) 195
뒤에 남은 사람들(싱귤래리티 3부작) 203
곁 231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싱귤래리티 3부작) 243
달을 향하여 267
모든 맛을 한 그릇에―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291
내 어머니의 기억 407

옮긴이의 말 415

작가 소개

켄 리우

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 성의 란저우 시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하버드 법학 전문 대학원을 졸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시작하여 수많은 단편을 썼으나 오랫동안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2002년 오슨 스콧 카드가 편집한 『포보스 SF 단편선』에 「카르타고의 장미」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1년에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2012년에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작가가 됐다. 2013년에는 단편 「모노노아와레」로 휴고 상을, 2016년에는 장편소설 ‘민들레 왕조 전쟁기’ 3부작의 1부 『제왕의 위엄(The Grace of Kings)』으로 로커스 상 장편 신인상을, 2017년에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으로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는 등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창작뿐 아니라 번역에도 힘을 쏟아 2015년 중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휴고 상을 수상한 류츠신의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며 낮에는 기술 전문 법률 컨설턴트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쓰고 있다.

장성주 옮김

출판 편집자를 거쳐 번역자 및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에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 『언더 더 돔』, 「다크 타워」 시리즈,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제왕의 위엄』,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윌리엄 깁슨의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 우메즈 가즈오의 『표류 교실』 등이 있다. 2019년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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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