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he Lord of the Rings>, 판타지 소설의 아버지 J.R.R. 톨킨의 대표작이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모든 판타지 소설의 원형이자 틀로 작용한 교과서나 다름없는 소설이다. 1954년 처음 발표된 이래 비평가와 일반독자의 사랑을 아직까지 놓지 않고 있는 소설이 다시 번역되어 나왔다.방대한 상상의 세상을 완벽히 창조해낸 그 치밀함 때문에 원작에는 200쪽이 넘는 분량의 부록이 달려 있는데, 이번 번역본에는 부록을 모두 옮겨 책읽기를 도왔다. 모두 3부 여섯권으로 출간되었다.
『반지의 제왕』을 권력에 관한 알레고리이며 현대인의 은유로 보는 평자들은 작가의 지독한 리얼리티 실험을 이유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톨킨이 발휘한 압도적인 상상력은 치밀한 구성과 유려하며 정확한 문체로 대표되는 문학적 역량을 통해 그처럼 찬란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가장 반듯하고 단정한 현대 영어를 구사한 작가로 손꼽히는 동시에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해박한 지식으로써 자신의 세계에 고대 영어와 거기 영향을 미친 유럽어 요소들을 짜넣은 것으로 높이 칭송받는다. 그가 지은 이름들과 본문에 사용한 어휘들은 라틴어 요소를 거의 전혀 포함하지 않은 대신 켈트와 게일어 및 웨일즈 방언을 위시하여 북구 언어의 요소들을 세심하게 검토 채용하고 있다. 단순히 어떤 말을 발굴하여 사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확하고 적절한 취그브로 그 말을 빛나게 한, 장인과도 같은 솜씨는 쉽사리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가상 언어에도 실제 언어가 생기고 변화하는 과정과 흡사한 정교한 역사를 부여해 가공을 했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언어에 대한 작가의 경의와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작가와 마찬가지로 언어가 가진 가능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당한다. 같은 통찰과 배려가 작중 세계의 다른 요소들에도 미쳐 있어, 그의 세계는 완벽에 가깝게 건축되어 있고 아주 자연스럽다. <그 묘사의 생생함은 아마도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은 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떤 의미에서 톨킨은 부명 홍명희보다는 한 수 위였다. 왜냐하면 중간계는 조선땅과는 달리 완전히 상상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으며 도저히 중간계가 톨킨의 머릿속에만 들어 있는 상상의 공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종엽은 반지를 읽은 감상을 이렇게 술회하며, 곧이어 오기 어린 의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어떤 인간이 방대한 묘사의 세계를 아무런 경험적인 근거 없이 구축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