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개성넘치는 필력을 선보인 창작 단편집 『이웃집 슈퍼히어로』가 출간되었다. 국가적 재난에도 초인적 능력으로 수백의 생명을 구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위정자를 응징하며, 패악을 일삼는 악인을 처단하는 정의감까지 갖춘 ‘슈퍼히어로’. 그러나 강인하고 화려해 보이는 가면 뒤로 숨겨진 ‘슈퍼히어로’의 민낯이 『이웃집 슈퍼히어로』를 통해 드러난다. 2014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김보영 작가가 기획하고 엮었으며, 김보영 작가 본인을 비롯해 듀나, 좌백, 진산, 김이환 등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르문학의 대표작가 9인이 저마다의 색깔로 ‘슈퍼히어로’를 그린다. 또한 이규원, 잠본이 등 슈퍼히어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두 평론가가 슈퍼히어로 세계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담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슈퍼히어로를 통해 보는 현재 한국의 또 다른 눈.
『이웃집 슈퍼히어로』는 ‘슈퍼히어로’라는 전혀 현실성 없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한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초인의 능력을 6.25 전쟁부터 60여 년 동안 애국을 위해 사용해 왔다고 회고하는 노인과 젊은 세대간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 「노병들」, 인재로 인해 발생하는 참혹한 재난과 사건에도 요란한 변죽만 울리고 바뀌지 않는 사회를 슈퍼히어로의 입을 빌어 비판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경찰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돈 있는 자만이 안전을 보장받게 될 미래 세상을 경고하는 「선과 선」, 출산률 등 사회적 이슈 저변에 깔린 성차별을 비판하는 「월간영웅홍양전」, 아이돌 스타 매니지먼트 세계를 슈퍼히어로와 절묘하게 엮어 풍자한 「아퀼라의 그림자」 등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슈퍼히어로 스토리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지금 사람 구하면 뭐해. 다음 달에도 또 뭐 하나 무너지겠지. 그 다음 달에도. 돈 끌어안고 사는 새끼들은 계속 사람 갈아먹으며 살 거고, 사람 몇이 죽어나가든 그게 뭔지도 모르겠지.” –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중
“그래. 너 같은 놈들이 잔뜩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돕고 범죄자들 잡아오면 경찰은 그거 받아다가 서류 작업이나 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일이나 하면 되겠네. 지금보다 더 줄여도 되겠어. 아니지, 경찰이라고 할 필요 있나. 따로 뽑을 필요 없이 그냥 공무원 같이 뽑으면 되겠구만. 그래, 안 될 거 있겠냐.” -「선과 선」 중
편집자 리뷰
SF 등 장르소설이 슈퍼히어로를 만나 극대화된 상상력!
남들에겐 ‘번개’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광속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일반인의 눈에는 너무 빨리 광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번개 본인을 제외하고 주변 모든 시간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려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10초면 사람들을 구해주고 올 수 있지 않느냐는 천진한 딸의 말에, 자신의 시간으로는 수 개월 동안 사고 현장까지 힘겹게 걸어가서 사람들을 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의 설정은 SF적 상상력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설정이다. 각 차원마다 세계가 있어서 그곳마다 슈퍼히어로들이 있고 이를 설계하는 설계자를 주인공으로 한 「존재의 비용」, 초인의 능력이 소진되어 퇴물이 되는 설정과 미래 세계를 그린 「아퀼라의 그림자」, 최첨단 장비를 갖춘 슈퍼히어로를 다룬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 역시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집필된 작품들이다. 이 외에도 배트맨을 무협 장르에 대비하여 새롭게 창안한 「편복협 대 옥나찰」, 현대 정치사에 슈퍼히어로가 있었다는 설정을 다룬 「노병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네가 일을 잘 하면 사람들은 네가 일을 한 줄도 모른다.
네가 일이 커지기 전에 막을 테니까. 뭐가 일어난 줄 알기도 전에 해결할 테니까. 사람들은 세상이 본디 그리 돌아가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충 신이 저를 사랑하는 줄로 알 것이다.
그보다 못하면 비난을 받을 거다. 왜 제 소중한 소지품이며 귀한 것들을 챙겨주지 않았느냐든가, 공연시간에 늦었는데 어떻게 배상해 줄 거냐든가, 애가 놀라서 우는데 어쩔 거냐든가.
네가 말도 못하게 일을 못하면 이름을 날릴 거다. 목숨이라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람들을 볼 것이다. 환호하며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을 볼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중
“수백 명의 아이들을 싣고 있던 침몰하는 배를 건져 올렸고, 법으로는 처벌 불가능한 위정자를 흠씬 두들겨 패서 위염을 앓던 많은 시민들을 구했다. 인질을 참수하던 테러리스트들의 수뇌부를 붙잡아 거꾸로 매단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했고 국가 자체가 테러리스트의 본부나 다름없어 세계의 검은 양으로 불린 한 독재정권 통치자의 침실을 한밤중에 방문해 사신의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존재의 비용」 중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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