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하]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탁환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05년 6월 15일 | ISBN 978-89-827-3942-2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97쪽 | 가격 8,500원

책소개

<방각본 살인 사건>의 뒤를 이어 출간된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18세기 조선의 명탐정 김진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열녀문을 둘러싼 음모를 밝힌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 학문이 퍼져 나가던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씌어졌으며,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정조의 새 정부에 검서관으로 등용된 서얼 출신 백탑파 인재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 5년이 지났지만 조정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흉중에 품은 꿈을 펴 볼 길이 없다. 그러던 중 드디어 이덕무에게 적성 현감 임명이 내려지고, 나라를 새롭고 부강하게 할 북학 실천의 열망에 검서관들은 마음이 들뜬다.거짓 열녀 적발을 위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죽음으로 묻혀 버린 여자 천재 김아영의 존재가 드러난다. 그러나 놀라운 개혁을 몸소 실천한 그녀의 행적 너머로 진한 의혹의 피냄새가 감돈다.한편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 창작하는 메타픽션 <별투색전>에는 <사씨남정기>, <소현성록> 등 고금 소설 속 여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사회의 규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소설 속 소설이 실재하는 소설의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구조의 흥미로움, 역사 추리를 통한 지적 유희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편집자 리뷰

한국 역사 추리 소설의 자존심, 백탑파 시리즈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지난해부터 방영중인 대하 소설 『불멸의 이순신』 작가 김탁환이 약속했던 신작을 내놓았다. 조선의 중흥기였던 정조 시대, 쟁쟁한 실학자들이 활약하는 역사 추리 소설 ‘백탑파 연작’의 두 번째 작품 『열녀문의 비밀』은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졌으며, 경직된 사고 아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나간 소설 흥성기를 배경 삼았던 전작 『방각본 살인 사건』에 뒤이어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 학문이 퍼져 나가는 시대상을 바탕으로 했다. 거짓 열녀를 적발하라! 정조의 특명이 내리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넘긴 조선에는 남북으로부터 조금씩 새로운 문물이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방각본 살인 사건으로부터 5년이 지난 1784년.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야소교도(예수교도)들을 쫓기에 바쁘던 의금부 도사 이명방에게 특이한 임무가 내린다. 백탑파 서생 출신들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 현감 임명을 받은 이덕무의 부임지에 따라가 열녀 김아영의 삶을 살피는 일이 그것. 병약한 남편을 여의고 우선 2년간 열심히 일하여 시가의 가세를 일으킨 후 자진했다는 김아영의 행적에 ‘꽃미치광이’ 김진이 제기한 의문은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놀라운 사실들로 이어진다. 김아영은 백탑파 못지 않게 새로운 문물과 정신에 마음을 열었던 선진적 지식인이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그 지식을 실험했던 놀라운 여성이었던 것이다. 농기구를 개량하고 정전법을 시험했으며, 집안의 노비들을 교육하고 자유를 상으로 내걸어 생산을 독려했다. 심지어 객주를 오가며 상업을 배우기도 서슴지않았다. 시대를 앞서 갔던 여자 천재의 죽음, 그리고 삶 김아영 생시의 행적에 탄복함과 동시에 김진과 이명방은 무시무시한 의혹을 굳혀 간다. ‘이토록 치열하게 생의 문제에 마주했던 여인이 정말로 슬픔에 빠져 자살한 것일까?’ 의혹은 마침내 파국의 결말을 맞고, 너무나 앞서 갔기에 시대의 절대 윤리였던 ‘공맹지도’를 과감히 뿌리쳐 버린 여인의 비참한 죽음 앞에 탐정들은 비탄을 삼킨다. 김아영의 활달한 사고와 실행력은 기존 질서를 위협했고, 결코 사회에 용납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호질」, 「허생전」에서 볼 수 있듯 양반의 반을 쳐내야 나라가 산다고 끓는 탄식을 토했던 실학파들의 모습이 주인공 김아영에게 겹친다. 소설은 결말에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백탑파 서생들은 결코 꿈꾸었던 것과 같은 중앙으로부터의 개혁을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그들의 사상과 업적이 후세인들을 감복케 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김탁환의 작업 – 소설로 쓰는 조선 소설사 궁중 암투 중심의 역사 소설을 떠나 시대를 사상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풍부한 자료 조사로 장면 장면을 살지운 작가 김탁환은 우리 고전 소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작품 속에 소설사(小說史)적 고찰을 계속해 왔다. 항간에 크게 유행했던 방각본 소설이 주된 제재로 등장한 백탑파 시리즈 전작 『방각본 살인 사건』이 그러하며, 이번 『열녀문의 비밀』도 예외가 아니다.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 창작하는 가상의 소설 『별투색전』은 실존하는 고소설 『여와전』, 『투색지연의』 등에서 힌트를 얻어 설정된 것으로, 『사씨남정기』와 『소현성록』 등 그 이전에 나온 소설의 여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누가 더 나은가를 겨루는 메타픽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회의 규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에서, 작중 작가인 김아영 계목향은 천군을 보내어 결과를 왜곡하는 옥황상제의 절대 권위에 감히 반기를 든다. 소설 속 소설이 실재하는 소설의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구조는 역사 추리를 통해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작가 소개

김탁환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 『압록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목격자들』, 『조선 마술사』 , 『거짓말이다』, 『대장 김창수』, 『이토록 고고한 연예』,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 『진해 벚꽃』과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산문집 『엄마의 골목』,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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