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 옮김 김아영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13년 6월 14일 | ISBN 978-89-601-7711-6

패키지 반양장 · 380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그녀의 안에 누군가가 있다!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색다른 미스터리 서스펜스 걸작

2012년, 『제노사이드』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야마다후타로상을 석권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내며, 국내 파워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책 1위, 인터넷 서점 올해의 책에 오르는 등의 저력을 발휘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K․N의 비극』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사형 제도를 다룬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과 함께 수상작 역대 최단 100만 부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는, 밀도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여 사회파 미스터리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된 『K․N의 비극』에서 임신과 중절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흥미로운 스토리에 담아 냄으로써 또 한 번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편집자 리뷰

젊은 나이에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자리에 오른 슈헤이는 새로운 맨션을 구입하고 아내 가나미와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가나미가 기뻐하며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지만, 슈헤이는 불안정한 직업과 맨션을 구입하는 데 탕진한 재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생긴 다음에 아이를 갖자며 중절 수술을 제안한다. 가나미는 괴로워하면서도 마지못해 수긍한다. 그러나 이후 가나미에게 다른 여성의 의식이 나타나는 이변이 벌어지고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라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급변한다. 과연 가나미에게 깃든 여성이 중절을 거부하기 위해 생긴 다른 인격인가 아니면 유령이 빙의한 것인가?
『K․N의 비극』은 모호하게 그려지는 또 다른 여성의 존재를 통해 시종일관 스산한 공포를 느끼게 하며, 한정된 시간 동안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스릴을 안겨 준다. 한편으로 다카노 가즈아키의 다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 휴머니즘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독자들은 임신부인 가나미의 불안한 심리와 아내의 변모를 통해 슈헤이가 겪는 변화, 의사로서 이소가이가 갖는 고뇌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34만 명요?”
슈헤이는 고개를 들었다.
“네. 임신부 네다섯 명 중에 한 명 꼴로 중절을 택하는 셈이죠. 배 속의 아기를 인간으로 인정한다면 일본인들의 사인 1위는 암이 아니라 인공 임신 중절이 되겠죠.”
슈헤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살처분을 당하는 반려동물을 생각했다. 주인이 내버려 안락사를 당하는 개와 고양이 수는 각 약 30만 마리였다. 이 나라에는 처분되는 개나 고양이보다 중절당하는 태아 수가 훨씬 많은 걸까?_본문에서

작가 소개

다카노 가즈아키

1964년 도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지망하여 독립영화를 제작하고는 하였으며, 고등학교 시절 2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대학 재수 시절 완성한 각본이 일본 영화 제작자 연맹에서 주관하는 기도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인연으로 영화감독 오카모토 기하치의 문하에 들어갔다. 1984년부터 영화와 텔레비전 촬영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시티 컬리지에서 영화 연출과 촬영, 편집을 공부했다. 1991년 귀국한 뒤에는 영화 및 텔레비전 각본가로 활동하다가, 2001년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란포상 심사위원이었던 미야베 미유키는 “도저히 신인 작가라고 믿을 수 없다. 주도면밀한 구성과 탄탄하고 이지적인 문장에 읽을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며 극찬했다. 이후 단편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때는 직접 각본을 담당했으며, 그중 한 에피소드인「3시간 후 나는 죽는다」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2011년 출간된 대작 『제노사이드』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랭킹 1위와 일본 전역의 서점 직원이 직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일본 서점 대상’에서 2위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2022년, 『제노사이드』 이후 11년 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 『건널목의 유령』으로 이듬해 제169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전자책 정보

ISBN 978-89-601-7723-9

독자 리뷰(4)
  1. 서경관
    2013년 8월 8일 10:48 오후

    우리 대중문화에 거세고 불고 있는 탈장르의 바람은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장르소설에서도 탈장르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K·N의 비극](황금가지, 2013)을 읽노라니 탈장르의 흡인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가즈아키의 이번 신작은 한여름 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끔 특별히 성공 공식대로 맞춤 제작한 바캉스용 소설 같다. 이야기 초반부의 성적 묘사가 노골적이다. 역시 뜨거운 여름에는 다소 에로틱한 내용이 가미된 호러소설이 제격이 아닌가 싶다. 제목에 ‘비극’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아직 안 읽어본 독자들은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좋다.

    소설에는 각각 불임과 유산, 낙태로 인해 트라우마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아이를 너무나 바라는 여성과 중절 수술을 받는 여성의 상반된 처지가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잘 알다시피 한때 낙태라 불린 임신중절 수술은 한국에선 여전히 불법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명존중과 여권이라는 도덕윤리의 딜레마를 야기하는 전형적인 이슈다. 일본에서는 1년에 150만 명의 여성이 임신을 하고 그중 34만 명이 중절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 주인이 내버려 안락사를 당하는 개와 고양이 수는 각각 약 30만 마리라고 한다. 남주인공은 중성화수술이 필요한 건 반려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주인쪽이라는 생각을 얼핏 하는데 문득 반감보다 공감이 더 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 너무 페미니스트적이야!

    스물일곱의 새내기 작가 나쓰키 슈헤이는 결혼 2년차다. 베스트셀러가 된 [쾌적하게 사는 법]이란 책 덕분에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된다. 아내의 처녀적 이름은 시라이시 가나미로, 편집 프로덕션 ‘북크래프트’에서 일하는 사무직원이었다. 2년 전 슈헤이는 그저 무일푼의 자유기고가였고 전형적인 바람둥이 사내였다. 가나미는 그가 과거에 만나왔던 여자들과 다른 기품이 있었다. “깨지기 쉬운 것들에만 깃드는 ” 그런 고상한 기품 말이다. 이사간 새 집에서 기분에 들뜬 나머지 남편과 뜨거운 밤을 보낸 가나미는 임신을 하게 된다. 병원 진단 결과 임신 7주째이고 출산 예정일은 내년 1월 27일이다. 물병자리의 아이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하나. 남편의 책 판매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다달이 들어가는 대출금을 생각해서 임신중절을 선택하게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슈헤이의 차기작은 ‘버려지는 불쌍한 반려동물’ 에 대한 기획기사다.

    임신 중절을 위해 수술대 위에 몸을 누인 가나미는 발작을 일으키고 자꾸 헛것이 보인다. 임신중절에 대한 갈등으로 빙의 인격에게 몸을 빼앗긴 가나미는 말투와 성격은 물론 체취마저 달라져 있었다. 사령 빙의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이야기 장치가 제법 당돌하다고 여겨진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자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 유지는 빙의된 가나미를 환자로 맡게 된다. 이소가이는 리에종 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과의사인데, ‘리에종’은 프랑스어로 ‘밀접함’을 뜻하는 말로 다른 과 환자의 정신 상태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 연계 치료에 나서는 행위를 말한다. 이소가이는 자신이 담당하는 급성 우울증 환자 도다 마이코(29세)가 불임과 시월드 스트레스로 투신자살을 시도하자 충격으로 휴직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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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경관
      2013년 8월 8일 10:53 오후

      비공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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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년 7월 5일 9:43 오후

    다카노 카즈아키의 13계단, 제노사이드 이후 기대하고 본 작품인데
    뭔가 서스펜스 호러의 느낌이 짙은 미스테리였습니다.

    구성이 탄탄하여 점점 몰입해서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다카노 카즈아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
    미스테리,추리,서스펜스,호러의 복합적인 감각의 소설을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강추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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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잇
    2013년 6월 21일 4:52 오후

    어떤 일이 벌어져도 끝에 가서는 하나의 귀결로 마무리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 ‘어떤 일’이란 바로 타이틀처럼 K · N에게 일어난 비극인데, 『제노사이드』의 신인류, 『13계단』의 사형 제도와 함께 여기서는 임신과 중절을 다룬다. 《시사매거진 2580》이나 《PD수첩》이 자칫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를 보도와 함께 버무렸다면 이 『K · N의 비극』은 같은 것을 소설로 만들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교고쿠 나쓰히코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우부메(産女) 전설을 차용하려는 듯싶다. 우부메는 하반신이 피로 물든 채 아이를 안고 나타나 지나가는 이에게 아이를 맡긴다. 만일 그 갓난아이를 안게 되면 그 아이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안고 있던 자가 무게를 견뎌내면 우부메는 성불한다, 는 내용이다. 대신 이 소설에서는 아이를 임신한 채 죽은 여자의 정념이 빙의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일반적인 혹은 사회 통념적 냄새가 나는 명제 하나. 남편 슈헤이는 천인공노할 개새끼이고 아내 가나미는 힘없는 약자라는 뉘앙스를 풍기고는 있으나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나는 외려 다카노 가즈아키 자신이야말로 천하의 악독한 자라고 본다. 그러나 그럴 의도가 명백히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한 가나미는 출산을 원했기 때문이다(순서야 어찌 됐든).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은 둘 모두의 책임이다. 콘돔이라는 (엄청난 위력을 지닌) 얇은 비닐 쪼가리와 사후 피임약,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ㅡ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ㅡ 여자건 남자건 매한가지이므로(《투캅스 2》의 이 형사마저도 의도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지). 적어도 내가 보기엔 광범위한 익명의 ‘그 남자’도 같은 맥락이다. 『K · N의 비극』은 강간과 같은 범죄를 다루지 않았다. 부부간의 일이다. 그러므로 자칫 이상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신파로 흐를 수 있다고 보는 거다. 범죄의 피해로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면, 어지간한 세간의 시선으로는 중절 수술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권유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드러나는 이야기보다도 더 절실한 경우라면 어떨까. 생명 의식? 좋다. 선악과 시비? 그것도 좋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섹스를 쾌락의 관념으로 보든 생명을 잉태하는 성스러운 관념으로 보든 섹스 후에 벌어질 일만은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섹스로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다고 하여 낙태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윤리적인 문제로 출산을 했지만 경제적인 이유(이 문제가 가장 클 터다) 등으로 아이를 버리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윤리를 거스를 수 없으니 반드시 출산해야 한다, 이런 생각부터가 글러 먹은 것은 아닐까? 분명히 자신들의 아이라는 제2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꼴이다. 내가 보는 『K · N의 비극』은, ‘빙의’라는 현상을 들이밀지 않았다면 ‘피임을 생활화합시다’ 식의 빤한 논리로 흐를 뻔한 소설이다. 소재 자체가 너무 쉽게 들여다보이는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차라리 그쪽은 제쳐 두고(맨 처음에 썼듯 결국 하나의 귀결로 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내 가나미에게 빙의 현상이 나타났을 때의 기술이 더 좋았다.

    덧) 정말이지 표지 디자인은 멋지다, 라는 형용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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